無言歌 外篆 (무언가 외전 - 1)



"어떠셔요, 언니?"

무희가 두루말이를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빙긋이 웃으며 묻습니다.
한가로이 바깥 마당의 떨어지는 꽃잎들을 보며 이야기를 듣던 알비노 소녀는 작게 한숨을 쉬며 대답합니다.

"글쎄다.. 꼭 그것이 내 이야기 같아 마음이 편치 않구나."

심각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무희는 빙긋 웃으며 말합니다.
작은 소녀의 뺨에 홍조가 가득하여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워 보이는 얼굴.
그 얼굴 중 가장 부드럽고 매끈해 보이는 반들거리며 빛나는 작은 입술로 종알거리며 노래하듯 말합니다.

"무슨 말씀이셔요, 언니님만큼 아름답고 온전한 이가 세상 또 어디 있다구.."

"그게 무슨 말이냐? 소아야."

무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합니다.

"보셔요, 언니만큼 빛나는 은발을 전 본 적이 없는걸요. 벽안의 금발은 보았지만 이렇게 새하얗게 빛나는 머리칼은 아마 그 누구도 본 적이 없을 거예요. 그리고 보셔요. 언니님의 이 붉은 눈. 루비라 하였나? 먼 나라에서 전해져 온 이 홍색 구슬. 맞아요, 석류빛보다 더 검붉은 언니의 눈동자. 이렇게 아름다운데.. 투명공주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더라도 언니님만큼 아름답진 못할 거예요."

"별 소릴 다 하는구나."

살풋 찌푸려졌던듯한 알비노 소녀의 이맛살이 부드럽게 펴지며 어쩔 수 없구나 하는 듯 웃습니다.

"소아 너는 참.."

"언니님, 그렇게 한숨 쉬지 마시구 저와 놀아요. 하루는 짧고 인생은 그것보다 짧답니다. 맛난 것을 가져올까요? 언니인 어깨나 발이라도 주물러 드릴까요? 아니면 향료를 가져와 머릴 빗겨드릴깝쇼? 아니면 화가를 불러와 언니님을 그리게 할까요? 언니님의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 정말이지 혼자 보긴 아까운걸요."

"아니 얘가 정말로 무슨 소릴 하는게야."

꾸지람을 하는 듯 하지만 활짝 웃는 얼굴로 소녀는 괴고있던 턱 아래서 손을 빼내어 조그맣게 기지개를 켭니다.

"천일야화도 끝이 났겠다- 무언가 더 즐거운 이야기는 없느냐?"
"소저 준비할 시간도 필요하옵니다, 언니님~"

무희는 이야기를 끝내고 펼쳐놓은 두루말이 서적들를 정리한답시고 서고를 뒤적이다 말고 뒤를 돌아봅니다.
고개를 몇 번 갸웃 갸웃 거리다 생각난듯이 동작을 멈추고 알비노 소녀에게 다가갑니다.
살그머니 발을 움직이는 무희의 몸집은 마치 어미 고양이보다도 더 가볍고 날래며 조심스럽습니다.
아기 고양이보다도 더 사랑스러운 눈빛을 가진 무희는 눈을 깜박이며 알비노 소녀에게 안기려 합니다.

"아니 얘가 무얼 하는게야. 어린 아기도 아니거늘.."
"언니님 앞에선 소저, 늘 아기가 되는 기분인걸요, 뭐"

알비노 소녀는 조그맣게 웃으며 무희의 보드라운 손을 꼬옥 잡으며 말합니다.

"우리 소희 소아, 천일야화보다 더 재미난 이야기들을 가져오기 전에는 안,돼,요."

무희는 이맛살을 꼬옥 찌푸리며 아기새보다 높은 목소리로 지저귀듯 외칩니다.

"언니님! 그건 무리라니까요!!"

"무리같은 거,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걸, 난. 이제껏 내가 원한 건 무엇이든 다 들어주던 네가 아니냐. 이번에도 들어주지 않으련?"

무희는 투덜대며 알비노 소녀에게 잡힌 손을 빼내며 중얼댑니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며 다만.."
"어머나 무얼 하는 게야? 무희야?"
"뭐긴 뭐여요, 주기도문이지."
"나는 주님이 아닌걸?"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아주 아주 어릴적- 세살인가 다섯인가- 그 때부터 제 주인님은 언니님이신걸요!"
"그렇지 않다는 걸 알잖니."

웃으며 타이르는 알비노 소녀의 얼굴 앞에 바짝, 자신의 환히 웃는 얼굴-마치 향내가 강한 연꽃이나 동백꽃 같은 얼굴로-을 대고 말합니다.

"그건 언니님의 종교지, 제 종교가 아니라구요. 제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님이 언니님이신걸, 왜 아직도 모르실까나~!"

환히 웃는 그 얼굴 앞에 자못 심각한 투로 알비노 소녀가 이릅니다.

"네 어미나 아비보다 말이냐?"
"나를 시장 구석에 버리고 간 혈육이 무어가 대단하여 그들을 섬기리오. 나는 나를 주워다 키우고 기른 이가 더 부모같소만."

평소에 부르던 노래 구절에 맞추어 흥얼거리며 무희가 대답합니다.

"우리 소아 아가, 소희야 그럼 못 써요. 제 부모를 공경해야한다고 공자님이 이르시거늘."

"아 그러니까 제 어미 되시는 분, 아비 되시는 분이 언니님이라니까요."

무희의 얼토당토 않은 말과 노래에 알비노 소녀는 웃음을 터트립니다.
자못 기쁜 듯 눈을 빛내는 무희.

무녀와 무희 두 작은 아씨들의 방 창가로는 여전히 고운 분홍 꽃 잎사귀들이 떨어지고
둥근 창가에 심겨진 대나무들은 바람에 부스스 몸을 흔들며 그녀들과 함께 웃습니다.

평화로운 낮 하늘엔 구름이 흘러 지나갑니다.

두 아씨들의 목소리는 새소리보다도 풀벌레 소리보다도 바람에 이는 잔잔한 물결보다도 곱고 고와
자연과 어우러져 절경이 됩니다.

반짝 반짝 빛나는 시간들.


투명공주의 이야기로 슬퍼하던 마음은 어느새 자연으로 녹아들었나봅니다.
그녀들의 희망대로 말입니다.





by 아이 | 2007/10/10 21:00 | ㄴ글(시,소설,수필,동화,기사)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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