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 공지영정말로 절실하게 누군가를 사랑할 때마다
나는 그와 내가 한 몸이 아니라는 사실에 절망했다.
우리가 서로의 육체에 손을 뻗고
우리의 그 어떤 기관으로 무엇을 탐닉하든
그것은 순간일 뿐이다.
느껴지는 감각 역시 다르다.
거친 당신의 뜨거운 손 끝은 내게 훈훈한 온기를 입은
까끄럽던 대팻밥처럼 기억되지만
내 차가운 손을 잡고
당신은 무엇을 느꼈을까.
내 손의 부드러움이나 매끄러움 차가운 온도가 당신에게
어떤 느낌으로 남아있는지
내 살 내음과 버무려져 섞인
바디샵 향수나 디올 향수, 혹은 비누 향내가
향그러웠는지 역했는지
내 입술에서 나오는 내 목소리가
거칠고 쇳소리처럼 날카로웠는지
혹은 자장가나 새소리처럼 편안했는지
내 숨소리 내 타액 내 체취 내 목소리 내 온도 내 마음
.....
당신이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였는지 따위
알게 무어람.
나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을.
아주 당연한 사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은
스스로를 사회에서 고립되게 만들고
자신이 자신을 소외시킬 뿐이다.
사랑한다고 울부짖는 내 모습은
비참한가
절실한가
부끄러운가
자랑스러운가
추한가
아름다운가
그저 아무 것도 아닌가
나는 모른다.
혼자라는 사실을 잊기 위해 당신을 이용한 적은 없다.
당신을 내 한숨의 핑계로 삼는 것이 두려워
나는 당신 앞에서 자신이 없는 순간 순간은
늘 두렵고 부끄러워
사라져버리고 싶었다.
우리는 혼자다.
서로가 이제까지 각자 살며 배워온 방식으로 밖에는
서로를 보지 못한다.
이해하지 못한다.
알지 못한다.
느끼지 못한다.
나는 늘 당신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싶었다.
네게 가장 좋은 선물이 나이길 절실히 간절히 바라고 원했다.
당신이 내 마음의 전부를 차지해서
내가 당신에게 아무 것도 아니여도 좋다고 생각했다.
많이 사랑한다.
...
혼자서 제대로 서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혼자 있을 때를 즐기지 못하는 인간은
타인을 받아들일 자격이 없는 것일까.
당신을 만나기 전에도 나는 이렇게 비틀거리며 스스로를 단죄했던가.
수많은 굴레들을 목에 쓰고 어깨에 양 팔에 이고 지고 끌고
나는 당신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애써 내게로 돌린다.
외로움도 고독도
그리움이나 미련보다 낫다.
정말 혼자가 된 시간이 얼마나 자유롭고 행복한지 우리는 알기에
당신은 나와의 만남을 이토록 두려워 하는가.
나는 오늘도
당신의 학생들과
누나들과
팬들과
당신의 학교 친구들
직장 동료
부모님
또
당신의 옆을 지나쳐 갈
무수히 많은 축복받은 이들을 한없이 시샘하였다.
외로운가 당신
나를 잊었는가 그대
고독한가 나는
잊기 위해 사는가 잃기 위해 사는가
당신을 내 마음에 입히고 벗기지 않는 나는
혼자라도 좋다.
사랑하고 있다.
그것만이 진심이다.
당신이 나를
잊었어도
기억해도
내 마음이 당신에게
닿아도
닿지 않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