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하려면 돈이나 줘!


(제목은 일본에서 크게 유행했던 [집 없는 아이] 의 명대사 입니다.)

십년 지기 친구가 (벌써 14년..)예전에 대화 중에 했던 이야기가 있다.
나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들을 보고 안도하거나 불쌍하게 여기는 건, 사실 그 사람들에게 미안한 일이 아닌가 하고.
그 땐 어려서 이해 못했던 이야기인데 지금은 충분히 알 것 같다.

누군가를 보고 [난 적어도 저 정도는 아니잖아] 라면서 호의를 베푸는 것은 결국 기만이 아닐까?
불쌍하다고 느끼는 동정심과 측은지심은 결국 위에서 상대방을 내려다 보며 느끼는 감정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질투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과 동등한 레벨이거나 혹은 저 정도 수준으로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인정받다니, 라며
그 사람의 노력이나 보이지 않는 부분을 (뭐 운 역시 능력이라고 생각하기에;) 무시한 채
상대방을 제대로 보지 않고 불태우는 자기 자신에 대한 컴플렉스의 부산물인지도 모른다.

타인에게 내 생각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

단지, 타인을 보고 내가 그런 식으로 타인을 깔보거나 얕보거나
겉으로만 보이는 많은 것들에 현혹되어 속내를 멋대로 단정지어버리는 단순한 오류,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불쌍하거나 가여워서 돈을 준 걸인을 보며
우린 저거보다는 낫잖아 하는 생각을 하는 것.
홈리스를 보며 저런 식으로 사느니..라는 생각을 갖는 것.

글쎄 그들은 우리보다 행복할지도 모른다.

역 주변에서 자주 마주치는 다리 하나 없는 걸인을 보면서 늘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다.
내가 외면하는 내 이웃이 바로 그 사람일까봐.

장애가 있거나 나와 틀린 환경의 사람들을 사심없이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외모에 집착하던 시절의 나와, 화장 하나 안 하고 (양심 없이 쌩얼로 나다니는-_-/) 안여뚱으로 나다니는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얼마나 틀린지.
하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고 또 아름다움에 끌리고 집착하는 스스로를 보며
한없이 실망하고 실망한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꾸밀 때도 있고
그저 왠지 거울 속의 내 모습에 만족하고 싶어 꾸밀 때도 있다.

외견에 좌지우지되는 사람들.
타인을 동정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하고 속으로는 스스로의 착한 모습에 뿌듯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볼 일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돕고싶다는 마음과
나보다 못한 처지니까 도와주자는 마음은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

같은 눈높이에서, 똑같은 인간이라는 같은 생명의 값어치로 바라보자.
신은, 그래서 자신의 아들을 인간으로 세상에 보내주신 것일테니까.


...

뭐랄까.
나는 너 정도는 아니니까, 라는 시선을 받게 될 때.
단계를 나누어서 인간을 구분짓는 듯한 시선을 느껴본 적이 있는 이라면
동정에 찬 시선에 모멸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치만 자존감이 낮은 이가 쉽게 화를 내고 분노를 느끼는 법이다.

불쌍하다고?
원래 불쌍한 사람 눈엔 불쌍한 부분만 보이는 거다.

마음도 시선도 그 무엇도, 구걸은 하지 않아.

타인과 나의 경계를 제대로 알고 구분하고
예의를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 우어.





by 아이 | 2008/01/20 20:59 | 트랙백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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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어떤 치유 : 네가 너무 가.. at 2008/10/12 14:38

... 동정하려면 돈이나 줘!대체 가엾다는 감정은 뭘까?당신이 너무 불쌍해서 같이 있어주고 싶어 따위는 사랑도 뭐도 아닌 감정이라 생각하지만내 친구 어머니께서 그러셨다지. 어릴 땐 동정심으로 ... more

Commented by 도시조 at 2008/01/20 22:44
동정보단....현실을 구제할 돈이 필요하단것....왠지 알것 같기도...
Commented by 아이 at 2008/01/20 22:56
시조 // 저 만화(드라마로도 유명하지만 원작이 만화) 봐야 아는데 저 느낌!!!!!!!!!!!
Commented by 희정 at 2008/01/21 11:00
동정하려면 돈이나 줘!-이 말이 매우 당연하게 느껴지는 저는..(..)
Commented by 아이 at 2008/01/21 14:38
희정 // 원래 당연한 걸까요!!!
Commented by 희정 at 2008/01/21 19:29
그..글쎄요.. 저는 초등학교때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문득 저 말을 지껄이고 이상한 사람 취급 받았지 말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8/01/21 22:15
희정 // 초등학교때!!! 강하시군요 orz
Commented by 희정 at 2008/01/22 00:46
제가 좀 시니컬했죠..(..) 사실 지금도 좀 그렇긴 합니다만..;
Commented at 2012/09/07 09:4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2/09/07 14:40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2/09/07 15:02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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