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에 올라왔다. 톨게이트부터 터미널까지만 한 시간이 걸렸다. 친구들은 모두들 집으로 향하거나, 가족들과 함께 있다. 다들 모이는 설날 떠난다니 이상한 기분이다.
사람들이 떠난 서울 거리는 한산하다. 사람 하나쯤은 토막낼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의(30인치던가) 쇼킹핑크의 베네통 여행 가방을 끌고 지하철 역을 찾았다. 보통은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지고는 했는데 이번엔 아무래도 무리일듯하다. 오늘은 혜화의 만화방에서 하루를 보낼까. 뭔가.. 가출한 사람처럼 보여서, 내 스스로도 내 꼴이 좀 우습다.
건대입구로 오는 지하철 안에서 참 오랫만에 한강 위를 건넜다. 노란 햇살이 희멀겋게 파란 하늘로부터 창유리를 뚫고 전철 바닥에 희끄무레, 연노란 하늘거리는 무늬를 만든다. 마치 해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깊은 바다- 심해의 바다생물이나 유령같은 해파리같은 빛살이 너무 예뻐서 멍하니 지하철 바닥을 쳐다보았다. 금새 무늬는 사라졌다. 환상같은 시간들은 짧은 법이다.
마음이 무겁다가 가볍다가 하는 것이 마치 바다 속을 헤엄치는 해파리 같다고 생각했다. 해파리라는 녀석도, 헤엄치면서 무언가 무거움을 느끼는 일이 있을까.
결혼과 연애를 포기한 시점부터 부모님께서 결혼 이야기를 꺼내신다. 갑갑하다. 이제 겨우 포기한 것들에 대한 심려섞인 목소리에는 뭐라 대답할 말을 찾을 수가 없어 피식피식 웃고 넘길 뿐이다. 동생의 결혼식이 3월 1일. 그 전에 집을 처분하고 다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와야 하는데, 어덯게 될지 잘 모르겠다.
건대입구 일번 출구 앞의 카페에 앉아있다가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다. 미리 시간 약속을 정했어야 하는데; 친구는 설 전이라 저녁에나 시간이 된다고 한다. 나는 뭘 기대하고 여기까지 온 것일까. 사실은 핑계를 대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친구의 집이니까. 건대입구는. 그녀를 위해, 하는 식으로 그에게 연락할 핑계를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참다 참다 보낸 문자의 회답은 멀더라. 전에 동생의 결혼식을 핑계로 한 연락도 너무 우스웠는데 나는 나를 자꾸 우스운 꼴로 만든다. 꿈이 개그맨도 아닌데. 나참.
옆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작은 얼굴의 모르는 그녀를 위해 이만 일어나야겠다. 쓰고싶은 게 참 많은데. 원래, 더- 더 원할 때 끝내는 게 제일이다.
서울은 낯설고도 익숙한 그 모습 그대로다. 아침의 전화로 어머니께서는 [떠돌이 생활은 그만 해라, 이제] 라고 말씀하셨다. 일본에서 돌아오면 대구로 들어와서 좀, 움직여야겠다. 후아.
오른쪽에서는 도쿄로 떠나는 남자애들(대학생 정도로 보이는)이 시끄럽다. 나까지 유쾌해질 것 같은 음성으로.
이 카페에는 마카롱이 있고, 순서를 기다리던 왼쪽의 그녀는 남자친구를 만났다. 나도 일어나야겠다.
빨간 날이다. 나랑은 관계없는 서울의 2월이 흐르고 있다. 방향을 잃어버린 사람은 불안정하다. 그 불안정성을 향해 씨익 웃어주고 싶다.
세상에, 발바닥을 붙이기 위해 노력해보자.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사랑스러운 것들은 많지 않은가.
...과연?
병원에서는 드디어 환히 웃을 수 있게 되었다. 답글들을 달아야할텐데 싶은데 아직은 태도를 정하지 못했다. 어려워, 다른 사람들- 누군가를 대한다는 건,
# by 아이 | 2008/02/06 12:39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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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my life log.
somebody knowing it, somebody doing it.
가슴을 펴고, 여유를 가지고, 웃으면서 조근조근.
어설퍼도 감사하며 먹고 사는 이야기.
by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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