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함박눈이 내렸다. 휘날리던 눈발에 산이며 주변이 모두 눈에 쌓여서 무척 예쁘더니- 눈이 그치자 봄 햇살 아래서 두어시간만에 다 녹더라. 누군가와 헤어지고서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예전 사람은 떠오르지도 않고 새 인연에 두근거리느라 정신없는 십대 여자애처럼.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 오시고 어머니랑 같이 치워서 (늘 생각하지만 난 청소엔 그닥 쓸모가 없는 것 같아서 ㅠ_ㅠ;; 쓰레기 내다버리는 거랑 청소기 돌리고 닦고- 그 정도는 해도 착!착!착! 정리는 못 해내겠더란 말야;) 남은 짐들을 거진 정리했다.
책,시디,카세트 테이프에 옷과 신발, 화장품.. 무수히 많은 물건들을 다 버렸다. 추억이 있으니까, 아까워서- 라는 핑계는 그만 대고 안 쓰는 건 전부 다.
한때 섬뜩할 정도로- 눈이 부시게 찬란하게 빛나던, 아름답던 것들. 나를 설레게 하던 것들이 그저 일개 폐품에 지나지 않게 되어 버렸다는 사실에 세월을 느꼈다. 하지만 참 다행이다 싶다. 예전에 언니와 친구가 방 치우는 것 도와줬을 땐, [예뻐서 안돼] [귀여워서 못 버려;ㅁ;] 같은 이유로 무수히 많은 물건들을 남겨둬서 도와주는 사람들을 곤란하게 했던 나와는 확실히 다르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미련도 없다는 법칙을 알기 때문에, 왠만하면 펼쳐보지 않으려 생각하고 과감히 버린다.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것들 역시 마찬가지다. 잊혀질 것이라면 흐르게 두면 된다. 잊혀지지 않을 것들, 중요한 것들이라면 잊으려 애쓰지 않아도 남기 때문에. 욕심이 없어지고 버릴 수 있게 되었다. 지름 역시 극복 가능.
완전 다행이다. 쓸데없는 것들에 욕심 내지 않게 되어서. 딱히 무언가 절실하거나 간절하지 않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평온 속에서 시간이 가는 것을 느끼는 일은 참 좋구나.
여행에 미쳤던 나날들. 일에 빠져서 지내던 나날들. 학교 과제에 치여지내던 시간들.
아아아. 사랑하는 나의 하루 하루.
어제는 친구랑 같이 방을 치우며 (라기보다 친구는 치우고 나는 옆에서 깔짝깔딱...orz 맘이 무겁다 무거워 ㅠㅠ) 예전 사진이랑 편지들을 보며 웃고 그랬는데. 시간이 흐른다는 건 정말로 묘하구나 싶다.
언젠가 더 시간이 지나면, 아직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많은 것 역시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을까?
지금은 내일 마감인 입사 지원서 작성 중인데.. (며칠째;;) 이건 뭐 레포트;;; 우웅 간만에 이런 거 써 보는구나. 머리도 손도 굳었는지..ㅠㅠ 쓸데없는 이야기들만 며칠 째 머리 속을 떠다니고. 우웅우우웅우우우우웅..ㅠㅠ
렛츠리뷰 처음 신청했는데 당첨! +_+;; 와 기뻐; 그리고 예전에 신청한 이벤트도 당첨되어서 연락이 왔다. 오늘은 당첨운이 좋은 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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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도 소설도 쓰고싶은 게 너무 많은데, "나"를 숨겨야만 쓸 수 있을 것 같다. 인생 뭐 이리 구질구질하게 살았노..라기보다; 역시 너무 많은 것들이 부끄럽다. 부끄럽고 부끄럽고 부끄러워서, 숨어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한다. 히잡으로 몸과 얼굴을 가린 여성들은 자신의 신체가 감추어졌다 느낄지 몰라도 언제나 떼(;;)로 다니는 그녀들은 그 어떤 노출 있고 시끄러운 무리들보다도 늘 주목을 받았었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검은 천으로 자신을 가린 채 눈만 드러낸 그 의상을 언젠가 한 번 입어보고싶다. 때로는 드러내지 않는 것이, 가장 존재감을 강하게 부각시키기도 한다. 단순한 풍경을 묘사한 글 한 줄에서 화자가 구태여 꺼내지 않는 소외감이나 낯설음을 느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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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구들에게 길들여져 왔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내 주변에 있던 친구들은 나의 괴팍스러운 취향이나 일반적인 도를 넘는 괴이함, 혹은 약속을 어기거나 상대를 배려하지 못하는 언행들을 묵인해주고 부드럽게 타일러주거나 혹은 원래 네가 그렇지, 하는 심정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애들이다. 늘 그랬다, 돌이켜보면. 그래서 더더욱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나]를 강요해온 건지도 모른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라는 핑계를 그럴싸하게 붙인 채로 '이래도 나를 견딜 수 있겠어?' 라는 식으로 상대방의 애정을 테스트해 본 건 아니였나, 싶은 생각이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다 언뜻 들었다. 내 가장 힘든 이야기는 연인에게밖에 할 수 없었고, 내가 가장 괴로울 때 찾았던 사람들은 언제나 내 옆에서 나를 가장 잘 이해하고 알아주고 나를 좋아해주는 몇 명뿐이였다. 차라리 그다지 잘 알지 못하는, 나와 관계가 깊지 않은 이들에게 털어놓고 끝냈어야 좋았을 일들이였다고 생각한다. 구태여 힘든 것을 나누며 나를, 내 심정과 현재를 알아달라고 울 필요따위는 없었는데. ...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사건들이 지나고 몇 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무사태평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당시에는 그저 겁에 질리고 분하고 서럽고 원망스러워서 자신을 자책하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바보스러운 시간들... 이라고 쓰기엔 나름 열심히 했군; 일하고 알아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
... 이야기 왜 늘 삼천포로 빠질까; 주제 없이 늘 머리 속을 떠다니는 상념들을 붙잡아다 앉혀놓으려 해서인가부다.
내 두개골 너머의 뇌는 대체 어떤 원리로 이런 희한한 생각들을 하염없이 흘려보내는 것인지. 허참;
쓸데없이 글이 길어지는 건 마감을 앞둔 현실도피다. 얼른 끝내버리면 좋은데 늘 미적미적대다가 벼락치기지. 에휴;
몇 권 남지 않은 동인지를 뒤적이다가 했던 생각이 다시 떠오른다. 감동을 주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능.
아마 나는 서른을 넘기면 글을 쓰기 시작할 거다. 먼 듯 보여도 코 앞에 다가온 서른, 그 설레는 이름. 나는 열아홉에도 서른을 꿈꾸었다. 하루 하루 불안정과 외로움과 두려움으로 보내는 시간들이, 서른이 되면 어느 정도 안정이 될 거라 믿었더랬다. 그런 것 같다. 모두들의 서른은 각자 다른 얼굴을 지니고 있지만, 내 서른은 평온한 걸음걸이로 슬리퍼를 끌고 오는 여신의 얼굴같다. 뭐 그것도 와 봐야 알겠지만.
단어만 들어도 설레이던 많은 것들을 거진 다 버렸다. 그리고 더 이상 그만큼 두근거리지도 설레지도 않는다. 기대도 없고 환상도 없고 그저 조용한 시간이 내 옆을 지나간다.
너무 좋다.
이것이 현실인가 보다.
일을 시작하고 또 바쁜 업무들에 치여서 살아가다가 나를 잊고 꿈을 잊을지도 모르지만 그저 현실에 안착한, 이제 방금 땅에 발을 딛은 듯한 이 기분이 너무 좋아서-.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다.
아무도 원하지 않고 누구도 그리워 하지 않는 것의 행복을 처음 알았다. 나는 그래서 서른도 마흔도 기대가 된다.
사춘기를 몇 번씩이나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 참 장해서, 등을 토닥여 주고 싶어질 지경이다. 취업관문을 통과하면 더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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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도 위로도 다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난은 내가 받아들여야 할 몫일지 몰라도;
누가 보든 뭔 상관인가 싶은데, 그것은 정말로 내가 신경쓰는 사람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아주기 때문이다. 감사하지 싶다.
책임지지 않고 멋대로 살아온 시간들이라서 뭐라고 욕 먹어도 할 말이 없다고 늘 스스로를 타이른다. 그리고 매순간 다짐한다. 절대로 남 탓은 하지 말자고.
일요일은 아버지 생신과 친구들의 모임이 겹쳤다. 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지만, 역시 가족은 내 인생을 둘러싼 겹겹의 것들 중 가장 살갗에 가까이 붙어있는 속옷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다. 현대의 한국에서 속옷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집 안에서 혼자서나 가능한 일이겠지만은. 아 뭐.. 사람마다 다른가 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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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 쓰기 너무 귀찮구나..ㅠㅠ함박눈, 눈발, 봄, 햇살, 떡볶이에붙은세금벌러, 자소서, 입사지원서, 귀챠니즘, 세상을지배한다, 귀찮음과게으름을넘어서면, 세상이내것, 이될줄알았느냐, 라지만, 넘어서는거다, ㅠㅠ, 그래도귀찮아.., 별로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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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my life log.
somebody knowing it, somebody doing it.
가슴을 펴고, 여유를 가지고, 웃으면서 조근조근.
어설퍼도 감사하며 먹고 사는 이야기.
by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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