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우리 햄볶자.




어제는 햇빛 좋고 바람이 찬 봄날이였다.
이 곳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맛있는 저녁을 먹고 차를 마셨고 첫 출근을 위한 블라우스 하나를 장만했다.
취업 축하 선물로 받은 책 세 권.
그리고 서울까지의 정기권 46400원 구입.

:)

되돌아보면 늘 환희와 설레임 혹은 비탄이나 절망 따위로 풍파 가득하던 인생이였다.
돌아볼 새 없이 숨가쁘게 달려온 20대.
인제야 평온하고 잔잔한 수면같은 시간들을 맞이했다.

욕심나는 것도 없고, 생겨도 쉬이 사라진다.
내가 처음 가진 경이로운 능력이로세, 껄껄.

평온을 꿈꾸었고 그것을 손에 넣었다.
환상을 꿈꾸었던 시절에는 그것을 겪었고
나는 이제 마악 현실의 땅에 발을 디딘 참이다.

혹자들은, 내가 금방 날아가 버릴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고
어머니 역시 이젠 떠돌이짓은 그만 하라며 조언하셨었다.

모든 것이 나를 기다려줄 거라고 믿었던 것은 어렸기 때문이다.
그만큼 무책임했기 때문이다.

한시간 반의 출근 시간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배에서 탈출해서 폭격을 피해 동료들과 숨던 꿈을 꾸다 슬며시 잠이 깨어버려서 쓴다.

행복했던 날의 일기를 쓰고 다시 침대로 돌아가자.

너무 많은 것들을 받고 살고 있다.
언젠가는 갚을 날이 온다 생각하기보다, 받았다 느끼는 순간 순간 감사를 표하고 갚으려 애쓰며 살아야겠다.
진 빚이 너무 많아.

평온한 나의 햄볶음.
조용한 나의 행복감.

안정이 이런 건가보아.




by 아이 | 2008/03/17 03:43 | ㄴ日記 (2008~now)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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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3/17 06:1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8/03/17 08: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8/03/17 13: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8/03/18 10:35
비공개 1 // 아직 막막하지만, 응. 고마워/

비공개 2 // 늘 그래요^^

비공개 3 // 옆에 있었다면 안아드렸을텐데. 토닥토닥. 좀만 더 살아보자구요.
Commented at 2008/03/22 00:5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8/03/22 15:30
비공개 /4/ 사실은 아직도 후들 후들 하는 중이예요. 예전에- 정말로 하루 하루를 바쁘게 살던 시간들이 꿈처럼 느껴져요. 많은 것이 변했는데 아직도 적응을 못한 기분 같기도 하구요. 얼떨떨하고, 두리번거리고.. 방금 포스팅 하나를 올렸다가 내려버렸어요. 많은 것이 분명해지면 적어야할 것 같아서요.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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