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잠옷 한 벌과 구두 한 켤레, 칫솔만 들고 서울에 올라와서 구직활동 3일만에 취업을 했다. 여행사 오퍼레이터, 마케팅 업체, 취재 기자, 비서.. 거기에 국비 지원 스튜어디스 양성과정도 끼여있었지만 구직이 되는 바람에 취소했다. 흑; 바뱌;-_ㅠ/ 면접 당일에 취업 결정되고나서 미친듯이 걸려오는 면접보라는 전화는 뭐야 쓰댕-_ㅠ 아우아우우..
주 5일제에 비서실과 리셉션 담당.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이다. 하는 일이 너무 적고 연봉이 낮고.. 뭐 그런 이유-아니 핑계로 취업한지 3일만에 (원래 3일,30일, 3달..이런 식으로 공황상태가 된다더라. 직장인이란;) 미칠듯이 우울해했었다.
친구들의 반응은 반반. 칼퇴근에 할 일 적어서 너 원하는 일 할 수 있고 액수도 그 정도면 적은 거 아니라는 반응. 부럽다며 차라리 대신 들어가고 싶다는; 연봉이 너무 적은데 차라리 좀 더 일주일이라도 더 둘러보고 결정하지 그랬냐는 반응. 관둘 거면 지금 결정하는 게 낫지 않냐는; (특히 어머니의 실망감은 대단하셔서;;=_=;;) 고작 연봉 몇 백만원에 고민하는 내가 너무 싫다-_ㅠ 그런 데 신경쓰는 내 스스로가 너무 너무 싫은 거다. 우워.. 어차피 수습 두달 후 연봉협상이니 그 때 생각해도 상관없지. (라지만 과연?!)
근무지는 역에서는 가깝지만 지금 함께 지내는 친구 집에선 지하철로 한 시간이 좀 넘는다. 제일 먼저 출근하고 제일 먼저 퇴근한다. 사장님 수행비서분이나 다른 부서들과 떨어져 있어서 딴 짓해도 신경쓸 것도 없어서.. 소설을 쓰거나 그림 그리거나 공부하거나 .. 디자인팀이나 기획실 업무가 좀 많으면 받아서 한다; (근무 첫 날에는 ppt 수정했고, 어젠 회사 브로슈어에 들어갈 약도 제작;;)
그래, 생각해보면 딱히 우울할 건 없다. 돈이 급한 것도 아니고, 상황이 나쁘지 않다. 다만 일중독의 습성이 몸에 배서 이런 느긋한 근무환경이 참을 수 없게 절망적으로 느껴진 것뿐이다. 뭔가를 배울 수 있기를 원했는데.. 내가 찾아서 하는 수 밖에. 여유는 많으니 시간을 활용하면 되잖아, 왜 불만질불평질이야 배부른 것. 분명 일이 많았으면 울면서 힘들다고 징징댔을텐데 편한 업무를 맡게되어도 불만이라니. 마음 가다듬자;;
정장을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하나로 정리하고 리셥션에 앉아서 하루를 보낸다. 컴퓨뤄는 내 친구.
너무 빨리 모든 것을 결정해버렸다 싶은 후회가 막 몰려온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시야가 넓어지면서 후회가 많아진다. 왜 그랬을까,싶은. 두려움에 발목이 잡혀서 결정한 것들이나 생각없이 한 행동들.
과거보다 중요한 건 나아가야 할 앞날이지만, 잘못을 수정하는 결정 앞에서도 주저한다. 상황이 더 악화될까봐. (그래서 일 년이 다 가도록 친구에게도 연락하지 못하고 있다. 더, 상황이 나빠질까 봐. 그것이 두렵다. 너무 너무.)
대학원에 진학할 학비를 모을 수 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보아도, 나는 배부른 투정을 부리고 있다!!! 아 진짜.. 사회생활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나보다. 토닥토닥토다다다닥.
윗 글이 어제 회사에서 적은 글이다.
어젯 밤에 집에 내려왔다. 오늘은 선을 본다. =_=;
내 인생의 첫 선.
...
아직 몇 시에 보는지도 모르지만!!!
인생이, 정말로 내 의지와 무관하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내 의지라는 게- 있기는 했나 하는 기분이 든다.
동생이 결혼하고 나서 집을 새로 꾸며서인지, 집이 더 휑한 기분이다. 어릴 때는 큰 집과 방이 참 좋았고, 뒤의 산 때문에 별장같다고 좋아했다. 그런데 나이가 든 지금은, 큰 집의 빈 공간이 마치 우리 가족 서로의 빈 자리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씁쓸하다. 묘하게 슬펐다.
괜히 서울로 취직을 했나, 돈을 덜 받아도 그냥 대구서 엄마아빠 곁에 있으면서 일을 구할 걸 그랬나.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매일 아침 7시 반쯤 서울로 향하는 만원전철 안에서 무가지를 보면, 나와 한때 친했던 모델 친구의 얼굴을 거의 매일 보도촬영 기사사진으로 본다. 5월의 모터쇼 면접 연락이 왔지만 그냥 거절했고, 나는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눈을 감는다. 부모님을 안심시켜드리고 싶다. 엄마랑 같이 지내고 싶고,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현실에 숨이 막힐 때는 그냥 크게 숨을 들이쉰다. 오늘내일을 마지막으로, 대구 집의 인터넷은 또 끊길테고 앞으로 몇 년간은 이어질 일이 없을 거다. 욕심내지 않는다. 내 것이라 생각한 많은 것이 사실은 내 것이 아니였다.
금요일에 만난 사람들은 내가 반짝 반짝하는 기분으로 만났던 시절의 사람들이다.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많이 변했다. 살아가는 방식, 옷 입는 스타일, 하루 하루의 생활, 하는 일.. 하지만 변하지 않았더라. 사람은 나이가 들고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분명 있다. 그 불변성이 우리를 웃게하고 울게 만든다.
전화를 하고 싶다.
친구에게는 미안했다는 한 마디를 하고 싶고 그 사람에게는 그냥, 하고 싶다.
일 년이 넘도록 전화를 걸지 못하고 있다. 걸었다가도 신호 한 번에 끊어버린다.
친구에게는 월요일 저녁에 전화를 걸어야지. 그에게는 걸지 말아야지. (사랑은 끝났지만 다시 또 마음이 살아날까 두려워 걸기가 무섭다.)
연애란 거 너무 지독하다. 한 번의 연애로 인생과 사람이 이렇게 바뀔수 있다니- 아니아니;; 내가 지독한 거다. 보통은 이렇지 않다구. 기다리던 봄이 왔다. 따스한 봄날인데 왜 이리 쳐져있는거니 나. 많이 움직이고 싶은데 정신 차려보면 늘 기운이 빠진채 앉아있거나 멍 하니 넋을 놓고 있다. 내 페이스를 찾아야지.
...
이러다가 정말 선 본 사람이랑 가을 전에 결혼 해 버리는 게 아닐까 두렵다;-_-
인생이 너무 제멋대로야. 내 멋대로가 아니라 인생 멋대로 흐르고 있어 정말.
.... 라고 적었다가, 선 안 보기로 했다. 그래 무슨 선이야 선은.
욕심 다 버리고 살래요 우왕. 자기계발 의지만 빼고.
놀러온 친구한테 아끼던 핑크색 봄코트를 선물로 주고 그녀의 미소를 받았다. 아까워할 거면 주지 않는 것이 좋도다. 친구덕에 햄 좀 볶았다. 아 인생 너무 재멋대로야.. 웨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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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아이 | 2008/03/23 00:00 | ㄴWorkroad | 트랙백 | 핑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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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my life log.
somebody knowing it, somebody doing it.
가슴을 펴고, 여유를 가지고, 웃으면서 조근조근.
어설퍼도 감사하며 먹고 사는 이야기.
by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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