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엔 세 군데 면접을 보았었다. 신사동, 명동, 광화문.
하나는 +++++, 하나는 J 호텔 객실코디네이터 (여긴 너무 웃긴 게 이력서 보내지도 않았는데 연락이 와서-_-;), 하나는 여행사 오퍼레이터. 다행히 그 중 가장 하고 싶던 일쪽에서 연락이 왔다.
비서실은 하는 일 욜라 없고 노는데다 칼퇴근에 주 5일제. 연봉은 ++++. 위치도 역에서 무척 가깝고 회사 사람들도 좋았다. 문제는 일이였다. 하는 일 없이 웃으면서 (난 적어도 번역작업이나 뭐 다른 거라도 시킬 줄 알았지) 자리를 지키고 시간을 보내는 게 고역이였다. 다른 팀들 야근하고 외근 나가는 동안 컴퓨터 웹서핑이나 하고 몰래 소설이나 쓰면서 얼마나 절망감을 느끼고 한심스러웠는지 아무도 내 맘을 모를거다. 내가 정말 하고싶던 일이 이런 것이였는지 회의가 들었고 지원했던 다른 업무쪽에서 온 면접제의를 거절한 게 화가 났고 그냥 우울하고 화가 나고 기운이 없었다. 일이 없어서.
이런 취업난에 이렇게 한가하고 돈 잘 주는 (내가 하려던 다른 대졸신입 타 직종 보단 그나마 이게 높더라...-_-; ORZ) 직장에서 불편해하고 마음 졸이며 시간을 보내는 내가 너무 한심스러워서,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잠깐 영업팀으로 돌려졌을 때, 기회다 싶어서 회사를 나와버렸다. 친절하셨던 이사님 부사장님 기획실 관리부 영업팀 직원 모두들 미안해요. 내 이름으로 비서실 직함 찍힌 명함까지 한 통 받아 챙겼건만 인젠 쓸 데가 없는 것이 되어버렸네; ...
불안한 마음으로 일을 그만 두고 다시 이력서를 돌리면서 얼마나 가슴이 답답했는지.
마냥 모든 것이 무서웠다. 결혼을 하고 직장을 가진 친구들 사이에서 그냥 원치않는 안정된 삶에 안주해서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 버리는 것이 두려웠을까. 그냥 마구 두렵고 스스로가 한심스러워서 견딜수가 없었다. 회사를 다니는 시간이 너무나,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즐겁지가 않았다. 그랬었다.
이번에 다니게 된 곳은 격주휴무에 연봉도 저번 회사에 비해 낮고 할 일도 무척 많다. 아마 생소한 분야라 많이 배워야 할 거고, 7일 첫 출근 전에 업무에 대해 기본적인 공부를 많이 하고 가야할 거다. 회사는 작고 일은 많고 야근수당도 없는 곳이지만 마음이 편하다. 전의 회사와 비교해서 조건은 정말 다르다. 기업 규모도, 하는 일의 책임도나 분량도 많이 다르다. 하지만 마음이 두근거린다. 이 곳에서라면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참 기쁘다.
돈보다 더 절실하게 지금 내가 원하는 건 성취감이다.
허전한 빈 껍데기 같은 삶을 채워줄 일에서의 만족감과 무언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그런 작업이 절실했다. 아마 일은 많이 힘들 거다. 외근도 많을테고, 배워야 할 것들도 또 익숙해질 업무도 산더미라 나는 언젠가 울면서 또 힘들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내 선택이다. 어쩔 수 없다.
지금의 내 나이에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이 분야로 경력을 쌓는다는 의미고, 나는 편한 자리를 내 손으로 걷어차고 내가 원하는 분야로 들어왔다.
힘들면 대구로 내려오라는 어머니의 말이나 취업까지 걸리는 준비 기간에 대한 친구들의 충고. 내가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과 상실감이 너무 두려워서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누구나, 다 이렇게 힘들고 막연하게 불안한 것일까?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참 대단해 보였다. 퇴근 길 지하철 안에서 마주치는 지친 얼굴들 나름마다 고민이 있고 걱정이 있는데도 다들 열심히 살아나가고 있다는 것이, 새삼 대견하고 훌륭하게 느껴졌다. (디테일이나 완성도야 어떻든지;)
살아오면서 나는 수많은 선택을 한다. 어쩌면 또 언젠가 후회할지도 모를 선택을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늘, 내 심장 소리에 솔직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편안함과 안정이 부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게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내 스스로에게 거짓말 하지 않는 삶. 어리석은 질투같은 건, 자신의 생에 집중하는 이들이 쉽게 건너 갈 수 있는 함정이다.
돈이 필요한지 혹은 명성을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아무리 물어보아도 내가 원하는 것은 솔직함이다.
누군가에게 자랑할만한 무언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건 아니다. 내가 내 자신을, 인정해줄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것뿐이다.
배가 불렀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아니 사실 그런 것 같지만. 다음 주부터 나는 또 6시에 일어나서 한시간이 좀 넘게 걸려 지하철 두 번을 갈아타고 출근을 할테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타이틀의 포트폴리오 한 권을 만들어 나가게 될 거다.
게으르고 겁쟁이인 나를, 좀 더 응원해 주고 싶다. 지지말라고, 아직은 할 일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고.
후아, 솔직해지니 조금 후련하다.
역시, 사람은 쉽게 달라지지 못하는가보다. 그러니 나는 더 애 써야한다. 부끄러운 삶을 살지 말아야지. 누구나, 노력한다. 나만 그런 거 아니야. 혼자 티 내지 말자.
얼마나 얼마나 두려웠는지. 가끔 하루에도 막막한 기분에 휩싸이곤 했다. 이대로 인생이 정지해버리는 기분이 들어서.
그치만 다시 시작이다. 환하게 웃으며 오늘을 떠올릴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으면 좋겠다.
비겁한 짓은 못 하겠어 이젠.
자, 힘내야지!!!
노력하렴, tome, 이직, 전직, 구직, 취업개어렵다, 구직자여러분힘내세요, 이래놓고, 합격발표, 만우절, 이벤트, 라고하면, ..., 그럼, 거짓말나빠요
# by 아이 | 2008/04/02 00:32 | ㄴWorkroad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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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펴고, 여유를 가지고, 웃으면서 조근조근.
감사하며 먹고 사는 이야기.
by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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