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빚은 물질로 갚아라.




제대로, 제대로.

예전에 어떤 블로그에서 읽었던 글이 떠올랐다.
마음의 빚은 물질로 갚아라.
단순하게 생각하면 어찌 그러나 싶을지도 모르지만, 부모님의 은혜나 친구들의 고마움을 그저 느끼고 속으로만 감사하지 않고
표현으로,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형태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요즘 다이어트 중이다.
우울증이 불러왔던 폭식의 결과 + 건강을 위해 + 예전에 입던 옷들을 다시 입기 위해.
하지만 이런 배고픔의 나날들은 내가 선택해서 견디는 것이라해도 
없어서 먹지 못하는 서러움과 굶주림은 얼마나 서러운가.

가끔, 상대적 빈곤과 절대적 빈곤을 떠올려본다.
친구들과 함께  만나서 식사를 하러 레스토랑에 들어갔을 때 빈곤한 주머니 사정 때문에 당황스러웠던 기억이나
모두 함께 가는 여행에서 일을 핑계로 거절해야했던 쵸큼 서러웠던 기억들.
하지만 한 번도, 생계가 위협받을 정도의 가난을 겪은 적은 없었다.
자취하며 쌀과 김치가 떨어졌었을 때도 서럽기보다 재미있다는 기분이였다.
아, 그리스에서 바케트 하나로 하루를 때웠을 때는 노천카페에서 풍겨나오는 음식냄새에 침만 삼키던 기억.
군고구마 하나가 먹고 싶어서 버스비로 그걸 사먹고 한 시간을 걸었어도 그저 즐거웠다.

나는, 아사 직전에 이르는 굶주림의 무서움을 모른다.

그래서 다만 상상할 뿐이다.

지구 저 편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내전에 휩쓸려 죽고, 굶주림이나 추위에 죽어간다는 사실을 늘 알고 있다.
그런 소식을 대하면 죄책감이 든다.
양심의 소리라는 거겠지.

이번 주 토요일, 명동에서는 굶어죽는 북한 동포를 위한 생명촛불문화제가 열린다고 한다.
나는 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친구와 만나 명동이 아닌 광화문으로 향하려고 한다. (뭐 안되면 혼자라도)

참여하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
내가 사는 서울에서 차로 몇 시간이면 도착하는 그 곳에서,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세상을 원망하고 있을 사람들.

나는 내 죄책감 대신 기부를 한다.



안다는 것은 책임이나 의무이기도 하다.
매 월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후훤금을 늘리면 한 명을 더 후원할 수 있을텐데
나는 변명이 참 많다.

사람은 컴퓨터나 인터넷, 선크림 같은 것이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
먹을 것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내가 두 개를 가지고 있으면 한 개는 못 줄지언정 반 개라도 나누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배웠다.
무거운 마음 앞에서는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태어난 이상 그런 것은 배우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이다.
배고픈 아기가 젖을 빠는 법을 배우지 않고도 어미 젖을 찾아 마시는 것처럼-
나누어야하는 마음 역시 그러한 것이리라.

기부든 후원이든 하고나면 마음이 편치 않다.

내 양심은, 참 싸구려구나.
싶어서.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베푸는 마음이 쌓이고 흐르다보면 언젠가 내 양심도 단 돈 몇 푼이 아니게 될 수 있을까.


나와 함께 하고 싶다면, 네가 가진 모두를 팔아 가난한 네 이웃들에게 나누어주고 오라고 하셨던 분이 계셨다.
제자가 되길 간청하던 부자청년은 울며 돌아갔다고 한다.

내가 가진 많은 것 중에 겨우 일부분을 나누면서도 생색을 내고 있는 스스로가 부끄럽다.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는 나, 마음의 빚이 너무 많다.
갚으려면 얼마가 걸릴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통계적으로) 더 길지만- 자신있게 웃으며 나아질 거라고 말은 못 하겠다.

기부한 금액보다 나를 위해 지른 다이어트용 한약 비용이 더 비싸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는 정말 말 못 하겠다. 으아아.



ps. 어느 게시판에서 북한의 경제사정을 궁지로 몰아넣기 위해 지원을 끊어야 한다는 글을 보고 경악했다.
당신이 북한에서 태어나 굶주림에 흙을 집어먹는 처지라면, 혹은 당신의 가족이 그런 상황이라면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살릴 수 있는 목숨은 살려놓고 보아야 한다.
전쟁도 평화도 그 무엇도- 다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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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by 스프




by 아이 | 2008/05/29 11:59 | 低俗하게 blahblah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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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joony at 2008/05/29 12:42
마지막 문단의 저런 사람을 보면 저도 정말 때려주고 싶어요
자기 일 아니라고 어찌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지..
Commented by 아이 at 2008/05/29 18:25
맞아요. 너무 --한 사람들이예요!!
무엇이 중요한지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해도, 이건 아닐텐데..
-_ㅠ
Commented by 슈시엔 at 2008/05/29 13:01
인터넷 기사나 글을 읽다 보면 한 사람 한사람의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는데 정치적 사회적 문제 따위나 논하고 있는 한심한 사람들이 꼭 한 명씩은 있는 것 같아요. 이번 북한 지원문제에서도 역시나....

덧. 그나저나 저 '다이어트 한약값'에 자꾸 눈이 가는 건 왜일까요.
저도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급 다이어트 중이라서...가격 문의했다가 통장붙잡고 울었답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8/05/29 18:27
어디서나 그런 것 같아요. 한 명쯤은요.

...
저는 꽤 싸게 먹고 있는데; 몇 만원 안 하길래 기뻐하며(...) 질렀는데;;
병원마다 다른 것 같아요. 제가 먹고 있는 건 환으로 된 거거든요.

통장 붙잡고 우셨다니;; 왠지 괜시리 맘이;; ㅠㅠ
Commented by 로엣 at 2008/05/29 13:11
모두 우선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살아가죠. 만약 자신 보다 가난한 자 배고픈 자를 먼저 한다면 신이죠. 그건, 자신이 우선 편하고(편한건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거지만,) 그래야 남에게 시선을 돌리고 돕는 다고 생각해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8/05/29 18:29
맞아요. 자기 사는 게 급급한데 타인을 돌아볼 여유가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명제가 세상을 더 밝게, 나아지게 만든다고 믿고 있어요.

힘이 많으면 좋을텐데, 게을러서 문제예요..;;ㅠㅠ
Commented by 매듭 at 2008/05/29 13:35
다이어트용 한약 비용에 자꾸 시선이(웃음)
의미있는 일 하셨네요. 조금씩 나누고 살아가는것, 생각해보면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닐텐데 참 시도하기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단순히 게으름 탓을 하기에도 무리가 있고.
Commented by 아이 at 2008/05/29 18:35
ㅎㅎ 매듭님은 다이어트도 필요 없으시면서 어째서?!!!

네 최근 지른(?) 것들 중 가장 잘한 짓이라고 생각해요.
시도..는 쉬운 것 같아요.
밥 한끼에 오천원 치구서 그 정도만이라도 괜찮고, 월3만원 정도면 아이 하나를 후원할 수가 있으니까 화장품 하나 덜 지르면 되는 거구요.

문제는 관심이겠지요. 지속적인 관심.
마음이 없으면 보이지 않으니까요.

사랑,나눔,베품.. 이런 것들은- 강요나 책임감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 거니까요.
Commented by 은사자 at 2008/05/30 04:52
^^ 처음으로 들어와서 아이님 블로그들을 쭉 읽다보니 저 오른쪽에 쭉 놓여있는 카테고리 안에는 또 어떤 글들이 있을까 너무 궁금하고 늦게 아이님 블로그를 알게 되서 놓쳐버린 글들이 아쉽네요. 오춘기 소녀님 블로그에 글 남기셨던데 2010년 홍콩~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8/06/03 15:14
ㅎㅎ 원하신다면 은사자님을 위해 잠시 풀어놓을까요?
그치만 워낙 양이 방대해서;;^^

2010년 홍콩! 과연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노력하고 있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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