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촛불문화제




어차피 회사 끝나고 종각에서 학원 수업을 듣는지라- 혼자라도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msn에 [오늘 시청 가시는 분?] 하고 걸어뒀더니 하순이한테서 연락이!

학원 수업하면서 87년 이야기도 나오고.
선생님께서는 take care~ 그러시면서 조심히 귀가하라고 하셨지만 나는 시청&광화문 방향으로;
(참여 하는 도중에 엄마 전화와서 촛불 집회 같은 데 가지 말라고 하셨지만;; 이미 와 있는걸요-ㅂ-)

좀 기니까 접자..
거리로 나선 시민들과 합류.
인도가 아닌 차도에서 걷는다는 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참 많던 사람들, 사람들.
아주 간혹 술을 드시는 분들이 계셔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대부분은 모두 앉거나 서서 촛불을 들고 있었다.


사람이 정말 많아서,
우주에서 서울을 보면 작은 불빛 하나 정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

시청, 광화문.. 사람들이 참 많이 모였다.
함께 초를 들고 흔들 때는 꽃이 활짝 핀 꽃밭처럼 참 예쁘더라.
하지만 촛불 하나 하나를 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무엇이 있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지더라.

어디서 난 건지 알 수 없는 대형 스티로폴 박스.
친구가 아마 저걸 쌓아서 컨테이너를 넘지 않을까 짐작하던데;
암튼 정말 크더라;;


그리고 외국인들도 꽤 보이더라, 중간 중간.
친구가 아예 촛불집회를 관광상품으로 만들자고-_-;
도보 워킹 코스는 시청-광화문-삼청동?;;


촛불 꽃밭.


컨테이너쪽이 궁금해서 자리를 이동했다.
태극기는 치워졌더라만..
지못미 장군님 ㅠㅠ

깃발도 참 많고, 사람도 참 많고.
멀리 스티로폴을 옮기시는 분들이 보인다.


무대 뒷 쪽.
양희은씨가 직접 나오셨었다.
열사분 유가족분들도 나오셨었고..
그치만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멀어서;



멀리로 컨테이너와 그 너머의 이순신 장군님 동상.
국민들과 소.통.하는 게 아니라 소.유.통.이나 하시려는 현 대통령님.
담 쌓고나니 안심이 되셨습니까?!


거리가 멀어서 흐릿하다.
우리 나라의 앞날도 흐릿하고.

정부와 국민의 거리가 너무 멀다.
멀어도 너무 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세 갈래로 나뉘어 행진을 했다.
광화문에서 서대문쪽, 종각쪽, 세종로쪽(맞나?;)...
나랑 친구는 종각을 지나 삼청동쪽으로.

컨테이너 너머에서 자칭 서울 종로 경찰서장(맞나?)이
서민들이 불법집회 때문에 교통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방송을 하자
여기 저기서 내가 서민이다!! 하는 소리가;

애초에 컨테이너 쌓고 교통 혼잡을 야기시킨 건 그 쪽이잖아;
불법 구조물이나 철거하시지!

 
암튼 그 방송은 타는 불에 기름 끼얹기.
조금 조용하던(사람 많이 모인 데서 조용하기란 어렵;; 웅성웅성 수준이 기본이다) 
군중들이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순신님께서 보고계셔.


차도 한 복판 라인 위에 저렇게 길게 촛불을 하나씩 ..
참가한 사람들이 촛불행렬을 만들었다.

길게 길게 이어지는 촛불들.
지금은 치워졌으려나?



언제부터 서 있던 건지 거의 다 녹아내린 촛불들.
저번 집회에서도 그렇고
검은 아스팔트 위로 떨어진 흰 촛농이 서민들의 한숨과 눈물 자국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작년이랑 너무 다르게 악화되는 경제 사정.
숨 막히는 소리나 해대는 정부.



종각에서 삼청동쪽으로 도는 데
전의경전역자 모임분들께서 작은 태극기를 나눠주고 계셨다.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감동 ㅠㅠ


요기서 배터리가 나갔다;;

삼청동에는 닭장차가 정말 조금의 빈틈도 없이 길을 막고 있었고
사람들은 종로를 지나 동대문쪽으로까지 행진했다.

많은 사람들이 닭장차에 태극기를 꽂고 방향을 돌렸다.
컨테이너와 닭장차 바로 뒤에 의경들이 대기하고 있다(어두웠지만 사이로 보이던)는 사실이 좀 무섭더라.

암튼 덕분에 새 길도 알고. 후.


친구가 그러더라. 자기가 mb면 나와서 국민과 대화를 하고
새 정책들 전부 없던 걸로 하겠다고.
그러면 지지율 회복 금방일거라고.
친구야 니가 mb였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겠지;;
대체 무슨 생각인지, 생각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답답해.

제발 정치에 관심 좀 끄게 해달라고.
최소한만 참여해도 되게,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도 국민의 목소리에 조금만 귀를 기울여 달라고.

바뀌어야 할텐데 하는 걱정을 안고
걷다 지쳐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 아침 출근을 위해.


동영상은 무작정 찍어서;
게다가 내 자리에 이어폰이 없어서 소릴 들을 수가 없는데;

기억으로는 양희은씨 노래 나올 때랑 종로서장님 방송 같은 것들을 찍었다.
그리고 수많은 촛불이 참 아름다워서 영상으로 찍었는데..
카메라에 담겨지는 장면과 실제 보는 게 참 많은 차이가 orz

짧게 짧게 찍은 거라 합치면 좋았을텐데 그런 거 할 줄 몰라서 그냥 전부 두다닥 올림;












지금, 한국의 국민들이 바라는 건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예전만큼만이라도.

이명박씨 당선 이후 삭감된 장애자,노약자 복지 대상 측 예산안을 보면 한숨이 나오고
18대 국회가 처음 통과시킨 법안이 그 따위 것이라는 것도 맘에 안들고
앞으로 나아갈 길이 멀고 험해 보여서 또 마음이 갑갑하고 그랬다.

바로 앞을 생각하면 떡고물이 탐날지도 모르지.
하지만 언젠가 당신들의 후손의 후손이 살아갈 이 땅이 어떻게 변해갈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지.

거리로 나온 사람들 중 어린 학생과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바뀌어야 하는데.
어쩌면 좋아, 우리.




by 아이 | 2008/06/11 14:39 | ㄴ미디어 행동 네트워크 美行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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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EST's nEST at 2008/06/11 14:51

제목 : 잠깐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기일이라 제사까지 모두 마치고 나서 밤 10시경에야 슬그머니 집을 나섰다 방금전에 돌아왔습니다. 무악재 넘어가자마자 독립문 언저리부터 드문드문 뭉쳐서 모여있는 모습이었는데 영천시장 언저리부터는 큰길이 행진하는 사람들로 꽉 차 있더군요. 준비해 간 촛불 들고 광화문까지 가서 먼저 나가있던 친구 L과 접선. 서울 촌놈이 광화문에 나갔는데 관광 해야죠, 단숨에 광화문 명물로 등극한 명박산성을 둘러봤습니다. 뻥 뚫려 있던 그 넓은 길을 컨테이너......more

Commented by 매듭 at 2008/06/11 14:49
정말 컨테이너 박스를 보고, 어이없는 마음이 들었더랬죠. 전 서대문쪽 행렬에 있었는데 반대쪽으로 향하셨군요.
엄마 손 잡고 나온 아이들한테 많이 미안하더군요. 애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참...
Commented by 아이 at 2008/06/11 16:02
역사는 흐르고 아이들도 커 갈거고.
0교시 반대를 외치던 학생들도 있었는데- 그 애들이 크면 어떤 세상에서 살게 될까요?
Commented by 暗雲姬 at 2008/06/11 18:51
어허, 갔었군요.
우리는...꼬실이를 어찌 할 수가 없어서리...ㅡ.ㅜ
Commented by 아이 at 2008/06/13 13:24
마음이 중요하지요.
꼬실이같은 애완견이나 혹은 아기들 데리고 오신 분들도 보이시던데.. 힘들어 보였어요;

마음과 관심이 중요해요.
Commented by 예거마이스터 at 2008/06/11 19:43
얼만큼 시간이 걸리던... 어떤 희생을 치루던 다시 바꿔가야겠지요..
(늘 눈팅하다가 오늘 처음 덧글 남깁니다~ ^^)
Commented by 아이 at 2008/06/13 13:27
너무 속상하고 분해요.
어떤 희생을 치루던, 이라고 하니 의원들, 윗사람들 실수를 왜 애꿎은 국민들이 뒷처릴 해줘야 하는지 ㅠㅠ

반갑습니다 :) 수면 위로 나오셨네요!
Commented by 나막신 at 2008/06/11 20:43
태극기.. 뉴라이트집단에서 오후에 시청광장 집회할때 그들의 손에 태극기가 하나씩 들려 있었답니다. 나중에 밤에 길거리에서 태극기 나눠줄때 낮의 뉴라이트 집단이 생각나더라구요. 태극기를 보면 모두가 한국인임은 틀림없는데 에효..
Commented by 아이 at 2008/06/13 13:28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하고 자신들만 소중하고, 남의 의견을 듣지 않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주장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거라고 생각해요!

냉정해질 때인데, 속상해서 속에서 막 불이 일어요 ㅠㅠ흙흙..

맞아요. 같은 태극기인데.
같은 한국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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