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회사 끝나고 종각에서 학원 수업을 듣는지라- 혼자라도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msn에 [오늘 시청 가시는 분?] 하고 걸어뒀더니 하순이한테서 연락이!
학원 수업하면서 87년 이야기도 나오고. 선생님께서는 take care~ 그러시면서 조심히 귀가하라고 하셨지만 나는 시청&광화문 방향으로; (참여 하는 도중에 엄마 전화와서 촛불 집회 같은 데 가지 말라고 하셨지만;; 이미 와 있는걸요-ㅂ-)
좀 기니까 접자..
거리로 나선 시민들과 합류. 인도가 아닌 차도에서 걷는다는 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참 많던 사람들, 사람들. 아주 간혹 술을 드시는 분들이 계셔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대부분은 모두 앉거나 서서 촛불을 들고 있었다.
사람이 정말 많아서, 우주에서 서울을 보면 작은 불빛 하나 정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
시청, 광화문.. 사람들이 참 많이 모였다. 함께 초를 들고 흔들 때는 꽃이 활짝 핀 꽃밭처럼 참 예쁘더라. 하지만 촛불 하나 하나를 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무엇이 있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지더라.
어디서 난 건지 알 수 없는 대형 스티로폴 박스. 친구가 아마 저걸 쌓아서 컨테이너를 넘지 않을까 짐작하던데; 암튼 정말 크더라;;
그리고 외국인들도 꽤 보이더라, 중간 중간. 친구가 아예 촛불집회를 관광상품으로 만들자고-_-; 도보 워킹 코스는 시청-광화문-삼청동?;;
촛불 꽃밭.
컨테이너쪽이 궁금해서 자리를 이동했다. 태극기는 치워졌더라만.. 지못미 장군님 ㅠㅠ
깃발도 참 많고, 사람도 참 많고. 멀리 스티로폴을 옮기시는 분들이 보인다.
무대 뒷 쪽. 양희은씨가 직접 나오셨었다. 열사분 유가족분들도 나오셨었고.. 그치만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멀어서; 멀리로 컨테이너와 그 너머의 이순신 장군님 동상. 국민들과 소.통.하는 게 아니라 소.유.통.이나 하시려는 현 대통령님. 담 쌓고나니 안심이 되셨습니까?!
거리가 멀어서 흐릿하다. 우리 나라의 앞날도 흐릿하고. 정부와 국민의 거리가 너무 멀다. 멀어도 너무 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세 갈래로 나뉘어 행진을 했다. 광화문에서 서대문쪽, 종각쪽, 세종로쪽(맞나?;)... 나랑 친구는 종각을 지나 삼청동쪽으로.
컨테이너 너머에서 자칭 서울 종로 경찰서장(맞나?)이 서민들이 불법집회 때문에 교통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방송을 하자 여기 저기서 내가 서민이다!! 하는 소리가;
애초에 컨테이너 쌓고 교통 혼잡을 야기시킨 건 그 쪽이잖아; 불법 구조물이나 철거하시지!
암튼 그 방송은 타는 불에 기름 끼얹기. 조금 조용하던(사람 많이 모인 데서 조용하기란 어렵;; 웅성웅성 수준이 기본이다) 군중들이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차도 한 복판 라인 위에 저렇게 길게 촛불을 하나씩 .. 참가한 사람들이 촛불행렬을 만들었다.
길게 길게 이어지는 촛불들. 지금은 치워졌으려나?
언제부터 서 있던 건지 거의 다 녹아내린 촛불들. 저번 집회에서도 그렇고 검은 아스팔트 위로 떨어진 흰 촛농이 서민들의 한숨과 눈물 자국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작년이랑 너무 다르게 악화되는 경제 사정. 숨 막히는 소리나 해대는 정부.
종각에서 삼청동쪽으로 도는 데 전의경전역자 모임분들께서 작은 태극기를 나눠주고 계셨다.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감동 ㅠㅠ
요기서 배터리가 나갔다;;
삼청동에는 닭장차가 정말 조금의 빈틈도 없이 길을 막고 있었고 사람들은 종로를 지나 동대문쪽으로까지 행진했다.
많은 사람들이 닭장차에 태극기를 꽂고 방향을 돌렸다. 컨테이너와 닭장차 바로 뒤에 의경들이 대기하고 있다(어두웠지만 사이로 보이던)는 사실이 좀 무섭더라.
암튼 덕분에 새 길도 알고. 후.
친구가 그러더라. 자기가 mb면 나와서 국민과 대화를 하고 새 정책들 전부 없던 걸로 하겠다고. 그러면 지지율 회복 금방일거라고. 친구야 니가 mb였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겠지;; 대체 무슨 생각인지, 생각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답답해.
제발 정치에 관심 좀 끄게 해달라고. 최소한만 참여해도 되게,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도 국민의 목소리에 조금만 귀를 기울여 달라고.
바뀌어야 할텐데 하는 걱정을 안고 걷다 지쳐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 아침 출근을 위해.
동영상은 무작정 찍어서; 게다가 내 자리에 이어폰이 없어서 소릴 들을 수가 없는데;
기억으로는 양희은씨 노래 나올 때랑 종로서장님 방송 같은 것들을 찍었다. 그리고 수많은 촛불이 참 아름다워서 영상으로 찍었는데.. 카메라에 담겨지는 장면과 실제 보는 게 참 많은 차이가 orz
짧게 짧게 찍은 거라 합치면 좋았을텐데 그런 거 할 줄 몰라서 그냥 전부 두다닥 올림;
지금, 한국의 국민들이 바라는 건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예전만큼만이라도.
이명박씨 당선 이후 삭감된 장애자,노약자 복지 대상 측 예산안을 보면 한숨이 나오고 18대 국회가 처음 통과시킨 법안이 그 따위 것이라는 것도 맘에 안들고 앞으로 나아갈 길이 멀고 험해 보여서 또 마음이 갑갑하고 그랬다.
바로 앞을 생각하면 떡고물이 탐날지도 모르지. 하지만 언젠가 당신들의 후손의 후손이 살아갈 이 땅이 어떻게 변해갈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지.
거리로 나온 사람들 중 어린 학생과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바뀌어야 하는데. 어쩌면 좋아, 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