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에 대한 기억과 감각을 불러 일으키는 향기는 식욕을 자극한다. 식욕은 우리의 삶, 살아가는 것 자체와 긴밀하게 엮여있다. 식욕이 인간의 삼대 욕구 중 본능적이고도 가장 자극적이라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더더욱 향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설프게 강한 향수는 싫다. 쁘와종 같은 건 취향에 맞지 않는다. 화장을 짙게 한 여성의 화장품 향기 위에 덧칠해진 향수 냄새는 역겹게 느껴진다. 상한 생선 비린내처럼 지나가는 곳마다 자국을 남기는 향기는 좋다고 말하기 힘들다.
강한 것은 억지스럽고 일부러 꾸며낸 티가 너무 나잖아. 이상하고, 좋게 느껴지질 않는 걸.
실제로 향수를 짙게 뿌리는 사람들은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지나치면 혹시 코가 막혀 못 맡나 싶어 귀띔을 해주고픈 생각마저 들지만.
내가 좋아하는 향은 꽃이나 데운 우유(분유) 냄새. 비누와 섞인 사람의 살 내음 같은 것들이다. 갓 구워낸 빵 냄새나 초콜렛, 혹은 체리를 씻으며 튀어오르는 물방울에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과일향기. 혹은 비가 그친 직후의 풀밭의 내음. 라일락 향기. 레몬, 감귤 계열의 시트러스 향기. 자연에서 맡을 수 있고, 식욕을 자극하는 후각적인 힘들.
달콤한 것을 싫어하는 여성은 드물 것이다. 달콤한 맛은 여성의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켜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사그락거리며 씹히는 크리스피 크림의 슈가 레이즈드 도넛의 설탕 단 맛은 싫어하지만 딸기 과육이 뭉그러지며 뱉는 과즙의 단맛이나 쌉싸름한 다크 초컬릿에 숨겨진 약간의 달달함에 남몰래 속으로 환호성을 지른다.(;) 곡물을 씹으며 끝에 남는 단 맛은 내 얼굴을 마치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게 표정을 환히 바꾸어놓는다.
남 몰래가 아니라 대놓고 욕구를 탐할 수 있는 멋진 세상에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그 행복을 잘 느끼지 못하는 우리들은 욕심이 많은 게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초반부터 말이 길었다; 원래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말이 길어지는 법이라^^;
몇 년 전이더라? 여행에 가서 사온 것들 중 너무 마음에 들어 아껴 썼던 제품이 있다.
샤워젤이긴 한데 향기가 너무 좋아서. 패키지 디자인이나 색도 아직 소녀 취향을 채 벗지 못한 내게 너무 예쁘게 보여서!
바로 parfums de coeur사의 VANILLA FANTASY다. http://www.parfumsdecoeur.com/Home.aspx (파팡드꾀어-라고 읽는데; 난 메이드 인 캐나다라고 써 있어 캐나다산인줄 알았는데 USA 회사랜다. 역시 향기는 프랑스, 라는 인식 때문인가 불어로 브랜드명을 쓰네;;)
가끔 기분이 우울할 때는 기운이 나라고 이걸로 샤워를 하고 또 기분이 좋을 때는 그걸 즐기려고 요걸로 몸을 씻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빈 통이라) 연한 베이지색 샤워 젤이 바닐라 농축액처럼 채워져 있었다.
샤워젤을 퍼프에 묻히기도 전에 뚜껑을 열면 진한 바닐라향이 풍겨온다. 새하얀 생크림 휘핑이나 바닐라 쉐이크(참고로 마이훼이버릿은 커피빈의 퓨어 바닐라아이스블랜디드!! 님 킹왕짱좋아여얼ㅠㅠ//)를 연상시키는 바닐라향. 나는 가슴이 막 쿵쾅쿵쾅 뛰곤했다. :)
조금만 써도 향이 무척 풍부하고 진해서 요걸로 씻고 나가면 달콤한 기분에 젖을 수 있어 좋았다. 특히나 데이트 전에 샤워를 하며 이 제품을 쓰고 젖은 머릴 말리면 참 기분이 좋았더랬지. 아 지나간 나으이(오타아님) 손여시절ㅠㅠ
아껴 아껴 써서 2-3년을 썼었다. 워낙 바디 제품이 많았고 특별할 때만 썼던 거라.
인증샷; 뒤의 어지러운 배경에는 신경을 끕시다; 착한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대요-ㅂ-/
뒷면 .
가격도 착하고 품질도 참 좋은데 우리나라에서는 구할 수가 없다. 아쉽아쉽. 혹여나 여행 중에 보신다면 강추!라고 적극 추천해 드리기에 :) 포스팅.
아아.. 그립다.
아니 그리운 건 저 제품이 가진 향기가 아니다. 그 시간들이 그립다.
저 바디 샤워젤로 샤워를 하며 두근거리던 시절에 만났던 사람들, 여자친구들, 연인. 향기가 품고 있는 기억의 시간들이 못내 그리워지고, 또 잘 해주지 못했던, 솔직할 수 없었던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이 더 예쁘게 기억을 포장하는 거다.
바닐라 환타지. 향기가 가져다 주는 환상들. 살아가며, 어쩌다 마주치는 낯익은 향기와 촉감이 불러일으키는 추억들.
사랑을 했고, 열렬했고, 지금보다도 더 많이 수줍던 어린 날들의 기억이 가득하다.
포스팅을 하고 하드에서 사진을 지우고 또 기억에서 사라질 이 감정들을 안고 나는 아마 또 달콤한 향기들의 샤워젤을 고르며 고민할 거다. 향기는 추억이 묻기 쉬운 습성을 가지고 있어서. 내 하루 하루에 부여될 향은 어떤 것이 될지 고민하는 것은 몇 번을 생각하고 골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즐거운 고민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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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펴고, 여유를 가지고, 웃으면서 조근조근.
감사하며 먹고 사는 이야기.
by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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