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면 명동에 갔다. 친구와 함께 샐러드를 먹고(자주 가던 곳인데 기억이 안나네; 이랜드 계열사 -ㅂ-;;;) 코인에 가서 녹차빙수를 먹었었다.
언제 가도 먹을 수 있지만 여름 더위를 피해 시원한 카페에서(게다가 코인은 왠지 빨강머리 앤의 다락방이나 비밀의 화원에 등장할 법 한 분위기라서 더 좋아했었다^^) 먹는 녹차 빙수의 맛은 각별했으니까. 몇 년 전 우연히 발견한 좋은 카페와 맛있는 메뉴. 특별한 이가 생기면 나는 약속장소를 명동으로 잡고 식후 디저트를 코인에서 즐기곤 했다.
햇살 가득한 오후 창가에서 나눠 먹는 녹차빙수도 좋았고 비 오는 날 뜨거운 커피와 케이크 한 조각도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은은한 단 맛의 녹차 아이스크림과 견과류, 팥의 어우러지는 맛에 반하기도 했지만 내가 맛있다고 느낀 감동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 와아- 감탄사를 내지르며 활짝 웃으며 한 입 한 입 퍼먹던 감동을, 내가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맛보여 주고 싶었다.
한 입 먹어보고 맛있다고 다른 사람 입 앞에 내미는 아줌니같고 할매 같은 마음. 상대의 취향이나 위생 같은 것을 고려하고 행동해야하는 요즘 시대에 나같은 태도는 어울리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그치만 알 거라고, 행동하고나서 생각하곤 한다. "와! 맛있어! 먹어봐!"
좋은 것을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잖아.
매년 여름 찾아가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명동 코인 이제는 떠올리면 함께그 곳을 찾았던 고향 친구며 이제는 헤어진 남자친구,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과 서먹해진 관계 같은 것이 생각이 나 조금 씁쓸하게 웃게 된다.
나는 내일 말로만 듣던 압구정 현대 백화점의 밀탑 빙수를 먹으러 간다. 초 심플한 얼음+연유+팥+떡의 구성이지만 정말 맛있어서 기다려서야 먹을 수 있다는 그 밀탑 빙수를. 몇 년 전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사람은 잘 지내고 있겠지?
친구와 함께 새로운 추억을 쌓으며 살아간다. 음식점은 맛이 바뀔 수도 있고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사람 역시 성격도 살아가고 생각하는 방식도 바뀐다. 그 가변성의 영역 위에서 우리들은 잊고 살아가고 떠올리고- 또 다른 하루 하루를 만들어 간다.
살아있다는 건 가능성의 이야기다. 알지 못했던 맛을 알게되고, 할 수 없던 일을 하게 되고, 몰랐던 것을 배우고- 물론 마이너스의 방향으로 빠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궁무진한 플러스로의 창이 열려있고, 그것이 우리가 사는 삶이기에 나는 쉽게 가능성을 놓지 못하고 끌어 안는다.
녹색 녹차 빙수의 색과 맛과 향기가 담긴 여름날의 추억들이 이렇게 내 안에 생생하게 살아있는데 내일 맛 볼 팥빙수가 나를 기다리는데 지친다고 주저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내일 만날 친구가 강북의 녹차빙수는 코인이지만 강남 녹차 빙수의 지존은 에땅 끌레르라고 알려주었다. 우와우와>_<;;; 아직 모르는 맛 집들이 가득 있다는 건 슬프고도 행복한 일이다^^
덥고 지치고 기운 빠지는 여름. 2008년 7월의 첫번째 토요일에는 서울 한 복판에서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모인다. 내가 아는 녹차빙수의 맛을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내가 아직 모르는 밀탑빙수의 맛을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팥빙수나 단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제각각의 마음들 안에 무언가 한 가지는 같으리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