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Girlish Dream.





대학교 일학년때 큰 맘 먹고 산 롤롤 분홍색 원피스.
신주쿠 페페에서 산 핑크색 펄 에나멜.
진홍색 안나수이 핸드폰 악세사리.
얼마 전에 이대에서 발견한 펄 핑크의 (난생 처음 사본) 핸드백.

핑크만세~

덧) 여름이 그리워..ㅠ.ㅠ 저 땐 더웠는데!!!

...라고 2003년 12월의 나는 8월을 그리워하며
싸이월드에 저 사진을 올려놓았었다.



안나수이 스트랩도, 저 원피스도, 백도 매니큐어도- 이제는 가지고 있지 않은 물건들이다.
핑크에 대한 색 역시 어릴 때만큼 좋아하는 색은 아니다.

그렇지만 분홍빛, 핑크 색은 여전히 좋아하는 색들 중 하나-라고 쓰다가 다시 생각 해 보니 요즘의 나는 그 색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새삼 더 잘 느껴진다;

핑크색이나 연보라색은 소녀의 느낌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릴 때 무척 좋아해서 언제나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나 걸치고 있는 옷, 악세사리 중 어딘가에는 분명히 핑크색이 들어가 있었다.

발그레한 뺨의 복숭아빛이나 말끔하게 발린 오렌지 핑크 립글로즈의 색.
어리고 풋풋하고 달콤하게 느껴지는 색들이다.

그리고 밝은 피부톤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이기도 하고,
귀엽고 예쁘다는 느낌이 대표적이지.

피부 톤이 밝은 편이여서 어릴 적엔 핑크색이 꽤 잘 받는다는 소릴 들었던 때도 있었다.
지금의 나랑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 스스로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긴 터널을 지나고서 다시 바라보는 핑크색은 예전처럼 그렇게 예쁘고 황홀해 보이지 않는다.

핑크나 그린, 퍼플 계통은 전체적이 아니라 포인트 부분에 써주어야지 그 멋을 살릴 수 있다고 배웠다.
그렇지만 어릴 적엔 그런 혼합색의 옷들을 입고 다니며 즐거워했었다.
지금은 이상하게 손길이 잘 가지 않지만^-^;

이상하다.
지금의 내게 핑크는,
이제는 잘 만나지 않는, 그치만 예전엔 아주 친했던 친구를 떠올리는 기분이다.

그 시절 핑크 홀릭이던 나는
불량식품의 설탕 단맛처럼 달콤하던 매일 매일을 보내며 울고 웃었고
지금, 핑크색의 물건들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나는
조금은 밍밍한 맛의 채소나 음료수를 마시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기분이다.

반짝반짝 빛이 나던 펄핑크.
왠지 그 시절의 모든 색은 옐로우, 오렌지, 민트그린, 페일 블루, 페일 퍼플 따위의 알록 달록 눈이 부신 것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아서-
바라보고 싶지 않아진다.

나이가 변하면 선호하는 것도 바뀌는 것일까?

왠지 씁쓸한 이 느낌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 과거들이 필요 이상으로 새콤달콤해서
그 반작용으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사실은 그렇지 않은 맛인지도 모른다.

환하게 웃을 수 있고
사랑받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던 날들을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는 쪽이 더, 자연스러운 기분.

핑크.
이제는 없는, 소녀의 색.

로즈핑크 따위의 단어를 뺨을 붉히며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던-
유치하던 나.

쬐금 그리운가?

핑크 블러셔나 아이섀도우를 바르게 될 날이 언제 또 올지 모르겠다.



공주병 블라블라 시리즈에서,
분홍색을 핑크색이라고 지칭하면 공주- 뭐 그런 식의 진단이 있었는데.

왠지 분홍은 조금 저채도의 느낌이 나는 색이 떠오르고
핑크는 펑키핑크,펄핑크,쇼킹핑크처럼 순색에 가까운 색의 느낌이다.
(나만 그럴까? 갸웃)

노랑. 분홍. 보라. 녹색. 파란색.
yellow. pink. violet. green. blue

외국어로 부르는 색과 한글로 읽는 색은 느낌이 다르다.

あおい,Blue,파랑,靑色- 전부 같은 색이지만 부르는 것에 따라 느낌이 다르듯 말이다.

중학교 1학년때부터 십년이 넘도록 [네꼬]라는 이름으로 불렸었고 그 닉을 많이 썼었다.
여기서, 이글루에서는 [아이]라고 불리고
일본에서는 [유나]라는 이름으로 불렸었다.

분명 여러 이름인데도 나는 하나.

꽃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던지 그 향기가 변하지 않는다-고 셰익스피어가 그랬던가.
하지만 한 송이의 꽃이라도
분명 맡는 사람에 따라 그 향기의 느낌은 다를테지.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분명 나도 그럴테지.

이왕 변하는 것이라면 더 나아지고 싶다.
넋 놓고 있다보면 시간이라던가 환경에 휩쓸려 이리 저리 휘둘리다가
내 의지와 관계없는 곳에 다다르게 되더라.

어차피 살아가는 거라면
가 보고 싶은 곳에
내가 원하는 곳을 향해 나아가.

그래, 그게 좋겠다. (아 왠지 송골매 생각나-_-;)


...

몇 년간 쓰지 않던 향수가 고픈 날이다.
Dior의 Remember me라던가, 할로윈, 아나이스..- 전부 가지고 있던, 지금은 내게 없는 향수들.
그립다는 건 참 여러 군데 쓰일 수 있는 말이구나.
고픈 것도 그리운 것도, 참 애매한 기분일세.

아 원래는 상큼발랄 핑크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회사가 내 기분을 먹어버렸어 으아아!!! 캭!





by 아이 | 2008/07/11 15:36 | My Favorite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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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삼별초 at 2008/07/11 17:37
그래서 처음에 발랄한 내용으로 시작했다가 마무리는 삶의 느낌이 묻어나는군요 (...)
Commented by 아이 at 2008/07/14 13:01
아니예요, 첨엔 2003년도의 생기발랄한 말투라..

...음;;;
Commented by 행복을향해 at 2008/07/12 00:52
저...저런.. 발랄함을 되찾으시길 바래요.
회사 나빠요!!! (월급 주는거 빼구.. ㅎㅎㅎ)
Commented by 아이 at 2008/07/14 13:03
ㅎㅎ 감사합니다^^
회사가 보너스라도 주면 안 뱉어내도 다시 기분 둥둥 될텐데 말이죠~^^
Commented by 은사자 at 2008/07/13 15:32
오~ 저도 얼마전에 너무나 비슷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요. 단어의 이름에 대한거였는데 분홍색은 "핑크"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고 파랑색은 왠지 "블루"라는 단어가 제일 잘 어울리고 (전 "아오"를 어감상 제일 좋아하지만) 노란색은 우리나라 말 "노랑"이 제일 잘 어울리네, 뭐 이런 생각. 단어마다 느낌이 참 다르더라구요.

상큼하고 발랄한 사진과 글로 시작했다가 끝까지 읽다보니 심오해지는군요 "발란한 포스팅 지향, 지양, 노" ...태그가 포인트였군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8/07/14 13:06
맞아요, 발음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때문에 그런 거 같은데-
블루는 코발트 블루 같고, 아오는 셀룰리안 블루?? 전 그런 식으로 약간 다른 색감이 느껴져요^^
노랑은 왠지 병아리나 개나리의 샛노랑이 떠오르고^^

전 왠지 본문 줄줄 늘어놔도 실상 주제는 테그 한 마디로 정리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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