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가세요, 또 만나요.


얼마 전에, 그러니까 몇 주 전에 친한 언니의 남동생 부고 소식을 들었다.
아주 오랫만에 내게 말을 건 친구는 그 언니의 남동생이 자기 후배였다며 말해주었다.
자기도 너무 갑자기 부고를 듣고 장례식에 갔었는데 혹시나 알고 있나 하며 언질을 주었다.

내 기억 속에 있는 언니의 남동생은, 언니와 비슷한 눈매를 가졌고 나와 비슷한 병을 앓았었고
조용한 분위기에 수줍게 웃던, 아직 청년이라기엔 어린 더벅머리의 소년 이미지다.
아주 예전에 언니네 놀러갔을 때 몇 번 보고는 만날 기회도 이야기 나누거나 친해질 일도 없었다.
거실이나 방 문 틈으로 슬쩍 슬쩍 보이는 수더분한 모습만이 어렴풋 기억에 남아있다.
하지만 늘 언니와의 대화 속에 툭 툭 튀어나오곤 했고, 우리에게 그 분은 그 언니의 자연스러운 일부였다.

주저하다가 언니에게 전화를 했었다.
무어라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더라.
내가 소식을 듣고, 전화를 했을 때가 이미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주가 지난 시점이여서.

언니의 남동생은 물 위에 뿌려졌다고 한다.
교통사고 후 식물인간 상태로 2주를 보내고 숨을 거두었다고 했다.
언니는 나와 이야기를 하며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지만 나는 언니의 이야기를 듣거나, 기운내자는 말 정도밖에는 할 수 없었다.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내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안아주고, 어깨나 등을 토닥여 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들이 없다.
그렇지만 그것이 최선이다.
함께 아파하고 나아지길 바라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해주는 것.

그래서 나는 기도를 했다.
좋은 사람을 먼저 데려가시는 분이시기에, 분명 좋은 곳으로 갔을 꺼라고 믿으며 기도했다.

외할머니의 죽음, 어리던 주영이의 죽음, 친했던 ㅈㅎ오빠의 죽음.
그렇지만 알고 있다. 분명 우리는 같은 곳에서 만날 거고, 그들은 우리보다 조금 더 서둘러 간 것 뿐이라고.

남겨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살아가는 것이다.
열심히 살다가 제각각의 수명이 다하는 날에 후회없이 웃으며 떠날 수 있다면
분명 슬프거나 안타깝기보다 후련하고 개운하리라 믿는다.

그렇지만-
너무 빨리 떠나는 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리다.

그 아들을 가슴에 묻으시고 살아가실 언니의 부모님들
그리고 스물몇해 남동생과 함께 커 온 언니는
분명 문득 문득, 그를 기억해내고는 마음 아파하겠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들은 해주지 못했던 많은 것들과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들과 기회를 아쉬워하고 미안해 한다.

나는 언니에게 얼마전 책에서 읽었던 대사를 해 주고 싶었다.
전화로는 하지 못한 그 이야기를, 언니 손을 붙들고 어깨를 토닥이며 말해주고 싶다.
가능하다면 그가 뿌려진 그 강가에서, 그 해수욕장 모래변에서-
좋아하던 몽쉘통통이랑 바나나 우유를 사들고 가서
그를 만나러 가서
말하고 싶다.

아니 이건 어쩌면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아니라
내가, 내 곁을 떠난 이들을 떠올리며 읊조리고픈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그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했는데,
그것보다 더 줄 수 있는 게 어딨다고]



젊은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언제나 애달프다.
하지만 남겨진 이들은 늘 더, 고달프다.




예전에 ㄴㅌㅇ 잡지보고 해줬던 말, 참 고마웠어요.
진짜 기분좋고 기뻐서 뭔가 사례라도 하고싶었는데- 이렇게 빨리 가실 줄은 몰랐네요.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되면 인사해요. 그리고 그땐 꼭 답례 하고 싶어요. 안녕,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우리 나중에 또 꼭 만나도록 해요.


위로나 위안의 기술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저 존재만으로도 고마워지는, 든든한 이들.
나도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게 든든한 사람이 되어주는 이들에게.





by 아이 | 2008/07/10 23:27 | girl talk (18세 소녀감성)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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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삼별초 at 2008/07/10 23:57
문뜩 어떤말이 떠오르네요

내가 할일없이 보냈던 오늘은 어제 떠난이가 그토록 원하던 하루이다

먼저 떠나신 분들은 부디 좋은곳으로 가시길 빌어야죠 ^^;
Commented by 아이 at 2008/07/11 14:28
아마 좋은 곳에 가 계시리라 믿어요.
좋은 사람들이였으니까요.
Commented by 유클리드시아 at 2008/07/11 00:25
후우... ;ㅅ; 슬픈 일이군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8/07/11 14:28
;-;
Commented by 매듭 at 2008/07/11 10:34
가슴아픈 일이네요... 이별은 언제나 슬프죠.
산 사람은 산 사람의 몫이 있는거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은 참 어찌 달랠 길이 없습니다..
떠나신 분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8/07/11 14:29
이렇게 하루 하루를 살지만 살아가는 이들은 또 언제 이별하게 될지.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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