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공주


엄마는 나를 공주로 키웠다.

근데 문제는 공주는 공주인데 땅그지에다가 잡초같은 공주님이라 이거지. 쓰레기 나라 공주님.
(실제로 예전 남친에게 "넥오는 난지도(였니 쓰레기 통이였니)에 사는 공주님 같아" 라는 말을 들었다-_-;; 소설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여주인공 할리를 보며 동질감에 몸을 떨었었다 오오! 노다메칸타빌레를 보며 그래도 내가 쬐끔 더 낫구나하고 으쓱해했었다=_=;;;젝일슨)

음. 어무니는 늘, 우아하고 기품있게(정말로 말씀하신다;;) 행동하라고 말씀하시곤 한다. 웃으시면서. 하,하,하;
뭐.. 그렇게 보이도록 행동하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어릴 적부터 착한 아이로 평가받는 것에는 이력이 나 있다.
방긋 방긋 웃으며 고분 고분 시키는대로만 하고 조용히 있으면 칭찬을 듣는다.
책벌레에 소심한 애라 그런 건데도 어차피 진실 따위야 어른들에겐 별 상관 없는 일이니까.
우아해보이는 것도 무척 쉽다. 조용히, 차분히 말을 하고 허리를 곧게 펴고 자세를 바로 하고 턱을 아주 쬐끔 높게 들고
반의반 박자 정도 천천히 움직인다. 가능하면 몸을 가볍게 움직인다는 기분으로.
아 이딴 건 정말이지 죵니 쉬운 일인거다!!!

암튼 몇 달 전에 그런 어머니께 이런 전화를 받았다.
"넌 왜 그렇게 거지처럼 사니?"
...
할 말이 없더라; 절 그렇게 키우신 건 엄마잖아요! 하는 말이 목구멍에서 넘어오려는 걸 겨우 삼켰다. 어허허;;
나중에 그 말을 했더니, 하긴.. 하시며 미안했다시며 웃으시더라.
엄마, 엄마 딸은 공주면서 거지예염-_-; 땅그지..ㅠㅠ

내 나이가 만으로 치든 한국 나이로 세든 20대 중후반.
근데 나는 몇 달 전에야 우리 집에 좀 잘 사는 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_=;;
난 우리 집이 어렵진 않아도 그렇게 잘 산다는 생각은 못 했었는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깨달았다.
젠장;;;;;;;;;... 이뭥미;;
이제까지 내가 한 삽질들이 어찌나 억울해지던지!
엄마 사실 울 집 그렇게 못 사는 거 아니였네!!! 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눈치 못 챈 내가 바보 아냐? ㅠㅠ 아놔..븅븅븅!
내 브래지어 사이즈를 스물세살땐가 다섯 살땐가 알았던 쇼크와 맞먹는 억울함이 파도처럼 몰려와서 휩쓸려 저 세상 가시는 줄 알았다 흙 ㅠㅠㅠ

어릴 때부터 변변한 용돈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늘 나는 친구들이 학교 앞에서 뭔가를 사 먹는 것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었고
중고딩땐 언제나 준비물 값을 삥땅하거나 방송교재비나 급식비로 만화책을 사거나 용돈으로 썼다.
난 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고, [한입만]을 자주 내뱉곤 하는 아,죵니 찌질한 땅그지 근성을 키워나갔다.
(물론 친한 친구들한테만 쓰는 어빌리티였고 생각해보면 나는 은따 내지는 독야청청 홀로 외로운 존재였다-_-;)

뭐 중고딩 때야 그렇다 치더라도 대학교때는 어땠는가.
교통비+통신비+식비+교재비+용돈 등등을 전부 합쳐서 월 20만원(첨엔 15만원이였다-_-;)을 받았었는데
여대생 일학년의 월 생활비로 20은 정말 힘들고 힘든 액수다.
특히 나는 재료비가 많이 들어가고 교재비도 비싼 사립 여대 예능계열이여따고! 크흙 ㅠㅠ;;

그치만 어릴 때부터 동생과 함께 [유산은 절대 물려주지 않고 기부할테니 꿈도 꾸지 말라] 라던가
[원래 대학교는 자기가 돈 벌어 가는 거니까 첫 학기 등록금만 내 주겠다] 등의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기에-_-;;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다; (근데 생각해보면 유산이니 등록금이니 그런 의미도 모를 대여섯살때부터 들으며 자랐으니 울 부모님도 쫌-_-;;;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든다.)

에휴.
아무튼 나는 대학교 일학년때부터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써야하는 교재나 재료비 말고도 나에게는 동아리 오프에 나가서 낼 회비도 필요했고
남들처럼 예쁜 옷도 사 입고 싶었고, 차비도 부족했고, 암튼 여러모로 늘 가난에 허덕였기 때문이다-_-;;;

문국현씨 딸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 맘이 찡- 한게;
ㅠㅠ 왠지 기분을 알 거 같아서; ㅠㅠ
집이 잘 살고 돈 많으면 뭐하냐고; 그 돈이 내 돈이 아닌데;
울 부모님 돈이지 내 돈이 아닌 걸;;;

암튼 이런 저런 연유로 별별 아르바이트를 다 해본 것 같다.
최저가 시급 1400원(만화방)이였고 최고는... 시급 몇 십?몇 백만원? 정도(지하철이랑 잡지 광고모델-_-;)
보통 호프 같은 거 서빙 알바로 제일 비싼 시급이 2000년 초반에는 4000원 대였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모델 일 하면서 내가 책정했던 최저시급은 만오천원 정도.
쉬는 시간 같은 걸 따지면 좀 애매해지긴 하지만 뭐;

첫 아르바이트는 엄마 미용실 전단 알바였던 거 같다.
특차에 합격하고 눈이 펑펑 쏟아지는 거리에서 전단을 들고, 민망해서 어디로든 숨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였다.
당시 남들 앞에 나서기를 두려워 하는 소심한 여고생이였던 나에게는 정말이지 혀 깨물고 죽어버리고플 정도로 부끄러운!!! 시련이였기에;;;
몇 시간 동안 두세장을 건냈나? 그 시간에 나를 도와주었던 그 당시 남자친구는 백장도 넘게 돌렸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책만 읽는 쑥맥이였지 싹싹하고 붙임성 있고 애교있는 성격은 절대 아니였기에
모르는 사람에게 전단을 내미는 것이 얼마나 부끄럽던지 눈물이 날 정도였는데,
그 애는 활짝 웃으며 일을 했었다.
새삼 기억나는 10년 전.
10년 전의 소심만땅의 그 애는 오늘의 나를 상상할 수 없었겠지.

물론 공주라고 불리던 시절이긴 했지만 말이지.


난 어릴 적부터 별명이 진짜 많았다.

울보, 눈 큰 애, 책벌레, 고양이, 괭이쉑;;;, 네꼬, 넥오, 백군, 플러그인, 쌍피;;;,그림 잘그리는 애..등등

그 중에 공주로 불린 시기는 두 번이였다.
나는 그 별명에 굉장히 반발을 심하게 했던 게, 흔히 자신을 예쁘다고 생각하는 잘난 척 하는 이미지의 공주병과 나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서였다.
왜냐면 내 외모 컴플렉스는 지구 반대편을 드릴로 뚫고 나갈 정도로 깊고 오래된 거라-_-;;;
난 나를 공주로 부르는 게 그 김자옥씨가 창조해낸 공주병 캐릭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짜 싫었다 그 별명-_-;;;;;;;;

중학교때.
반에서 잘 나가던 친구 (지예였나 지헤였나 실수로 언니가 눈썹 정리해준댔다가 눈썹을 전부;; 밀어서 민둥 눈썹이던 우리반 짱;)
가 나를 공주로 부르면서 반 친구들 모두가 나를 공부로 부르는 거다;;
억울하고 분하고 서러웠지만 은근 짱의 존재가 두려웟던 나는 어느 날 청소시간에 걔랑 같은 조가 되어서
말을 주고 받다가 용기를 내어 물어봤다. 내가 왜 공주냐고..ㅠㅠ(항의 하고싶었던게지) 

그녀왈,
내가 벌레를 너무 무서워해서 걍 그렇게 부른단다..orz

음; 하긴 어릴 때 내가 심하게 벌레를 무서워해서(벌레+살아있는 생명체. 초딩 땐 병아리도 무서워서 도망다녔다;) 매미가 있는 나무 밑으로만 지나가도 울어댔다고 하니 뭐-_-;'
아마 교실에서 벌레가 나왔을 때 막 꺅꺅 소릴 지르며 복도까지 도망친게 우스워보였나부다;;

하긴 중학교땐 아파트 부엌에서 밤에 바퀴보고 소릴 고래고래 질렀다가 가족들 밤 잠 다 깨웠다고 무진장 된통 혼나기도 했었지-_-;

암튼 그 대답을 듣고 왠지 허탈해져서 어 그래-_-; 그러고 놔 뒀었지;


그리고 고3때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그때 유행했던 게 스티커사진이다.
혼자서 스티커 사진을 한 번 찍어보겠다고 큰 맘 먹고 거금 1500원(최신기계라 2000원이였던가? 으어 고3시설에 거금이 2000원..진짜 찌질하게 살았었구나 나;)을 들고 스티커 사진,프리쿠라를 찍었었다.
내가 실물은 쫌 별로여도 사진발, 화장발, 조명발, 각도발.. 발이란 발은 다 미친듯 잘 받는 얼굴이라-_-; 그때부터 셀프 카메라에 맛을 들였던 것 같다.

그 중에 꽤 잘 나온 사진이, 그 때 당시 [난, 소중하니까요]의 헤드 카피를 달고 나온 로레알 CF 사진처럼
한 손으로 긴 머리를(당시엔 허리가 넘는 길이였다) 살짝 들고 우훗?! 하는 포즈로 나온 사진이였는데-
미술학원에서 그걸 선생님과 친구들이 돌려보고는 그때부터 날 공주,로 부르는 거다!
어엿한 내 이름은 어딜 가고오오..ㅠㅠ;;;;

그게 또 학원 초기의 일이라-_-;
입시 시즌엔 학수쌤은 내 이름이 아예 [공주]인줄 알고 잇더라. 몇 달간 가르쳐 놓으시고도-_-;;
평가란 같은 거 체크하시다가 [ㅇㅇㅈ? 이거 누고?] 그러시길래 [전데요?!] 그러니까
[어? 니 이름 공주 아이가?] 그러시던 기억이 orz

암튼 난 공주가 아니라고 부정하며 이십몇년을 살아왔는데,
(오히려 난 하녀컴플렉스가 있다고 자부?하며 살아왔었지';;)
이제 생각해보면 공주가 맞긴 맞았던 거 같다.

하녀 컴플렉스 걸린 지가 공주인줄도 모르는 공주나
아님 거지나라 땅그지 공주-_-;;; 쓰레기왕국 쓰레기 통에 사는 공주;
뭐 프린세스가 이 따위지? 열불나구로..-_-;;;

뭐 내 취향이 좀 촌스럽고 체형 문제상 공주스러운 옷을 즐겨입고
공주스러운 디자인의(난 허리 다트 라인도 프린세스 라인이 젤 좋다-0-!) 레이스나 프릴, 리본을 좋아하긴 하지만
난 공주는 아닌 거 같은데..
아 몰라 그렇게 보려면 보던가 뭐-_-;;

그지로 보는 것보단 낫겠지-_-;;;

아 졸려.. 아 첫 차 시간이다!
언능 집에 가서 씻고 준비하고 나가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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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 2008/07/19 06:08 | 低俗하게 blahblah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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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暗雲姬 at 2008/07/19 08:57
음, 나에겐...별명 붙여 불러줄 친구들이 없었어요.
내가 무서웠다나 뭐라나, 함부로 범접하지 못 했다고.
그냥, 수다 안 떨고 책만 들고 다녔을 뿐인데.
울 아버지도 나를 공주라 안 하고 '강아지'라 했거든요.
음, 한 번도 공주를 해본 적 없으니까 공주를 길러보지도 못 했네요. ^^
Commented by 아이 at 2008/07/25 09:20
ㅎㅎ 외할머니도 제 남동생을 늘, 우리 강아지-라고 부르셨었는데.

학창시절의 운희언니는 다가가기 어려운 포스가 있었을 것 같아요.
뭐 책을 들고 다니고 수다를 안 떨어서가 아니라-
그냥 풍기는 느낌이..
공주님 아니고 여왕님 같지 않으셨을까!!! (후다닥;;)
Commented by Jjoony at 2008/07/19 10:05
공주님..이셨군요(야)
드레스 잘 어울리시던걸요^^
아..드레스 얘기 하니 생각났다 사진 드려야..(...이런 아메바)<ㅡ
Commented by 아이 at 2008/07/25 09:20
ㅎㅎ 사진,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_<///
Commented by 마른미역 at 2008/07/19 10:33
재미있네요. ^^;
근데, 공주야 그렇다고 치고 백군, 플러그인, 쌍피는 왜 생긴 별명일까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8/07/25 09:21
그건.. 일일이 이야기 하자면 좀 긴데...
나중에 트랙백 걸어서 별명에 대한 포스팅 덧붙여야겠네요^^;

나열한 것들 외에도 많은 별명이 더 있다는게 안습입니다 ㅠㅠ
Commented by 행복을향해 at 2008/07/19 11:55
저는.. 대학 졸업하고 첫 직장다닌 후 한참 지나서야.. 우리집이 가난한게 아니구나..라고 알았던....
(먼산~~~~ 쿨럭 쿨럭;;) 뭐 덕분에 통장이 좀 많긴 합니다만.....
대신에 외모 꾸미는 법은 꽝 이랄까나.. 요즘에야 관심을 두니.. 이것 참.. 이러고 삽니다. ㅎㅎㅎ;;
Commented by 아이 at 2008/07/25 09:23
ㅎㅎ 저두 그래요. 뭐, 각자 장단점은 있겠지요.
전 아이 낳으면 세상에 대해, 경제관념에 대해 정확히 교육시켜야 겠다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생각-아니 다짐합니다-_-!

좋은 시절 다 지나면 적절히 돈 쓰고 싶어도 시간이 안 따라 주잖아요^^;
Commented by 삼별초 at 2008/07/19 12:44
저의 경우 대학교 1학년 시절에 1년동안 용돈 10만원으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금 생각하면 궁금하군요 (...)
Commented by 아이 at 2008/07/25 09:24
용돈 10만원..
그치만 교통비나 통신비 같은 생활비를 빼고 10만원이면 충분히 살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게다가 예전엔 물가도 지금보다 낮았으니까요;
Commented by june at 2008/07/22 16:21
아.. 저는 제 브래지어 사이즈를 26살 때가 되서야 제대로 알았어요!!!! 그 충격이란...
그리고 저도 다 커서야 알게 되었죠.. 아 우리집 부자가 아니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아이 at 2008/07/25 09:26
으아 반가워요;ㅁ; 우리 어머니 말고도 딸의 외모에 관심이 별로 없으셨던 분이 계셨다니.. 왠지 기쁜(?!)데요 ㅠㅠ//

음 저는 또 새삼 생각합니다.
울 집 부자는 아니고 중산층도 아니지만
내가 부모님의 안정적인 노후자금이 되려면 얼마나 걸리려나;; 하구요-_-;;;;

역시 분산투자가 중요해요-_- 아이는 많이 낳읍시..으음? 뭔가 산천포로 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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