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못 쓸까?




내가 글을 못 쓰는 무수히 많은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정리되지 못한 어수선함과 게으름, 그리고 소심함..

그 중 몇을 들자면,

1. 논리적이지 못하고 감정적이다.
사건의 전개나 인과 방식이 아닌 시간의 혹은 감정의 흐름 그대로 글을 쓴다. 과격하기도 하고 소심하기도 하고, 느낌에 대한 표현력은 있을지언정 그 표현에 치우쳐져서 큰 흐름을 잃기 때문에 조목 조목 체계적인 글 쓰기가 되지 않는다.
내 글의 커다란 특징 중 하나는 한두가지의 주제를 담다가도 어느새 다른 방향으로(  그래 니가 잘 아는 삼천포..  ) 신나게 달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머리 속에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여과없이 떠오르는대로 뱉고 뱉아 쓰기 때문에 쓸데없는 미사 여구나 표현이 많다.
찌질하다. 꺅.

2. 읽는 이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
이 곳에 쓰는 글은 대부분 일상이나 감정의 기록을 목적으로 하며 블로깅이라는 행위로 인해 이어지는 소통이나 교류, 정보의 전달보다 자신의 생각 정리나 일기성 잡담들이 대부분이다. 읽는 타인보다 쓰는 자신을 더 위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3. 퇴고하지 않는다.
모든 글들의 시작은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 일부에서 출발한다. 다듬고 다듬어 훌륭한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
그렇기 위해서는 쓰고나서 다시 읽어보고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나고, 떠오르는대로 글을 쓰고서 한 번 쓴 글을 다시 읽는 경우는 거의(99.89%?;) 없다.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대로 휘갈긴 글에 담긴 깊이는 고심하여 씌여진 글과 비교할 수 없을만치 얕고 보잘 것 없다.

...
근데 귀찮다; 아놔 ㅠㅠ


4. 소심하다.
지인, 혹은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상처주는 것이 두려워서 솔직하게 쓰지 못한다. 혹은 마음 가는대로 쓰고싶은 것(...야설? 이나 무한 자기 변명..-_-;)을 썼다가 유치하게 구는 내 스스로를 자각하는 것도 싫다. 고질적인 착한 아이 컴플렉스가 발동 중이라 호감을 가지고 있는 외부 블로거에게 비난을 받거나 좋지 않은 이미지로 남고 싶지 않다는 알량한 마음이 크다.

5. 자신에게 요구하는 레벨이 높다.
제대로 쓰는 행위보다 읽는 것을 워낙 많이해서 (어디서 본 건 많아서 ㅠㅠ) 스스로의 글이 눈에 차지 않는다.
어쩌면 화자이기 때문에 그 속에 묻어있는 찌질함이나 늘 반복되는 유치한 감성이 더 잘 눈에 띄여서이기 일지도 모른다.

6. 지속적이지 못하다.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언제나 미완성.
아이디어를 내서 즐겁게 시작한 시리즈들도 귀챠니즘이나 기타 여러 이유로 이어서 진행하지 않는다.
시도로만 끝나는 단편적인 글쓰기들. 저자 외에는.. 아니 저자마저도 중구난방 개념을 잃은 글들을 하나로 정리하지 못한다.

기타 등등.


이런 이유들을 알고 있지만.
늘 습관처럼 가볍게, 쉽게 글을 쓴다.
생각의 정리와 오늘의 기록을 위해 포스팅을 한다.

아무리 좋은 것들도 제대로 정리해놓지 않고 쌓아두면 쓰레기처럼 보인다는 것을 안다.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나의 글쓰는 습관.
쓴다는 행위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인간이기 때문일것이다.
욕심을 부리는 인간.

우리는 다 같은 인간인데, 간디도 이명박도 히틀러도 채플린도 테레사 수녀님도 석가모니도-
다 같은 사람인데.

욕심의 방향을 잘 지정해야겠다.
이렇게 엉망으로 시끄럽게 비틀대며 고장난 차처럼 비탈길을 달려가지만
그나마 방향이라도 제대로 잡으면 좀 낫지않을까.
써내려가는 상태도 고쳐야겠지만, 욕심 많은 나는 여유가 없다며 지금 이 글도 날려 쓰고 있잖쏘, 낄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무언가를 느끼고, 생각하셨다면 저는 좀 기쁩니다.

제가 당신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길 바랍니다.

가끔 만나는 온라인의 사람 향기나는 포스팅처럼 그런 감동을 전하진 못할지 언정
당신을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화나게 했다면 제 글쓰기는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벗어나고 있는 것이니까요.

취향이란 게 있습니다.
모든 이의 입맛에 맞는 글을 쓸 수는 없지만
적어도 쓰는 스스로가 즐거울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늘 생각합니다.

좋은 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쓰고 보니 제목과 본문과 연관성이 떨어지고 인과관계가..orz




by 아이 | 2008/08/09 01:48 | Why?@! (Q&A)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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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8/09 07:3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8/08/17 12:40
우아 너무 감사해요. 그렇게 말씀해주신 덕분에 그래도 써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기분이 너무 좋아졌어요. 감사해요>_<;;;

다행이다. 무지 읽히 애매한, 마치 저랑 친구의 방향성 잃은 대화같은 글이라고 매번 맘에 안 들었었는데 그런 이유로 좋게 봐주시다니 의외예요!

저도 비공개님의 글 좋아해요. 차분하고 잘 정돈된 깔끔한,
아마 비공개님 방은 깨끗하고 깔끔한, 글에서 풍기는 느낌 같을 것 같아요^^
Commented by bookncafe at 2008/08/09 08:20
처음 와보네요.

잘 쓰는 것보다, 습관처럼 쓰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습관, 롤러코스터.
Commented by 아이 at 2008/08/17 12:41
습관이 자기 위주로만 굳어지는 건 나쁜 것 같아요.
자기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이해해주길 강요하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지적받지 않은 점들도 좀 더 모두에게 좋은 면으로 바꾸려고 애 써요.
왜냐면 애 쓰지 않으면 엉망이될 게 너무 잘 보여서요, ㅎㅎ
Commented by sweetpea at 2008/08/09 09:07
저는 말씀하신것과 비슷한 이유로 글을 잘 쓰지 않거든요 ^^;;
그런데 아이님께서는 이렇게 솔직한 글을 쓰고 계시네요.
좋은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쓰시니 그 글은 이미 좋은 글이 아닐까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8/08/17 12:43
의도가 좋다고 다 좋은 결말을 맺는 것은 아니구나, 라는 것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며 배웁니다.
어떤 표현을 써야 내 입장이 제일 잘 전달되고
내가 어떻게 말해야 상대방이 어려워 하지 않고 그의 입장을 내게 알려줄 수 있는 지도요.

자꾸 쓰다보면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써내려 갑니다.
스위트피님의 글도 더 읽고 싶은데요?
Commented by 삼별초 at 2008/08/09 23:18
어떤분이든 글을 쓸데 본인의 의도대로 쓰는 경우가 많겠죠

다만 그 의도라는게 작성자에 따라서 차이가 나는것 그것뿐 아닐까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8/08/17 12:44
근데 참 재밌는 건, 읽는 사람이 보는 관점에 따라 의도란 해석하기 나름으로 풀리기도 하더라구요.

저에게 있어 의도는, 읽는 사람의 관점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Commented at 2008/08/14 11:1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8/08/17 12:45
ㅎㅎ 너무 좋게 봐 주시는 거 아닌가요?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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