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행동의 날에. 촛불의 날에.




기륭전자- 8월 16일, 토, 온라인 공동 행동의 날

밤에 나갔다가 지금(am 2시) 들어왔다. 이태원 볼룸에서, 신나게 춤추며 흥청망청 즐거운 무리들에, 예쁜 얼굴에 훌륭한 몸매의 언니들과 미끈한 남정네들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그냥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찍 들어왔다.

참 구질 구질하다 싶었다.
비도 오고, 클럽 매니저랑 친구가 아는 사이라 그냥 입장인데 인원이 좀 있어서 대학생 애들마냥 돈 거둬서 한 명 더 들어가는 식으로 입장한 것도 구차하고 웃겼고, 요즘 클럽에서 나오는 일렉이랑 하우스는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음악도 아닌데 이왕 나온 거 들어가 보자 해서 들어간 스스로도 참 싫었고, 비가 오는데 - 밖에는 비가 오는데.

이렇게 한 쪽에서는 웃으며 즐기는 사람들이 있고
또 바깥 어딘가에서는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싫었다.

구질 구질해.

구질 구질하게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지도 모른다.

머리 속에서 기륭전자의 일이 떠나지 않는다.
문득 스스로가 위선자처럼 느껴졌다.
온라인에서 보여지는 내 모습과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다른가.

돈을 내고 즐기러 들어왔는데 왜 남들처럼 웃으며 놀지 못하는걸까, 생각하면서도
나는 기륭전자와 진흙쿠키와 내 과거 이야기들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술을 마시고 빵을 먹고 바나나 우유를 마시고, 춤을 추고-
남들 사는 만큼 살고 싶어하는 게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개는.
현재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평균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발버둥 치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다.

다수의 정의나 질서를 위해 소수는 무시되어도 된다고 당연히 비웃으며 말하는 이들이 있다.
나는 그들이 싫다.

남한이 버린 재일 동포와 조선족은 우리 말과 글을 쓰면서도 한민족이 아니다.
술자리에서 누군가가 그랬다.
그때 우리 정부의 현실에서 그들은 버릴 수 밖에 없는 부분이였다고.
경제적 발전이나 현실적 상황으로는 챙길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온라인에서는 누군가 말한다.
비정규직인 것이 싫으면 더 공부하면 되지 않았느냐고, 더 노력해서 좋은 직장을 차지하면 되는 거지 왜 저런 식으로 난리냐고.

나는 그들이 싫다.
하지만, 알면서도- 사실을 알면서도 움직이지 않는 내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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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고 구역질 나.
인간의 비틀어진 면,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부분들을 볼 때마다 속으로 혼자 중얼거린다.
하지만 나라고 다를 것이 뭐가 있지?
온라인에서 포스팅 몇 개를 하고, 온라인 서명을 하고, 돈 몇 푼 기부를 하고-
그것이 마치 면죄부라도 되는 양 살고 있는 건 아니야?

클럽 입장료 삼만오천원에 택시비에 식비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알고 있는 것에서 바뀌지 않잖아? 그런 건, 차라리 모르리만 못하지 않아?

스스로의 하루를 공격하게 만드는 오늘의 하루 하루.

구로공단에서는 누군가가 죽어가고 있고
시청과 종로 쪽에서는 누군가가 촛불을 들고 있고
나는 그 시간에, 사람 붐비는 클럽 안에서 스스로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사실은 내가 제일 더러워.
그 생각이, 뇌 주름 안 쪽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

프랑스는 개인 단식 열몇일만에 정부측의 입장을 바꾸는데 성공했던데
우리나라 정부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구나.
저 사람들뿐 아니라- 국민 몇만명이 병이나 다른 무언가로 죽어간대도
그들에겐 그건 큰 일이 아니겠구나. 관심이 없겠구나.
그런 생각들이 너무 나를
서글프게 하고, 더럽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힘 내세요.
구질 구질하고 더러워도, 차별 때문에 너무 억울하고 억울해도-
살아야지요.

...

나는 나에게 너무 높은 도덕심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꺼야.
인간의 죽음이나 생존 앞에서 분노하는 건 분명, 이상한 일이 아닐꺼야.
하지만 사람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내 친구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웃으며 말해.
넌 이상해. 왜 그런 데 신경을 써?
어머니도 그러시지.
네가 그런 데 신경 쓸 나이나 처지가 아니잖니?
그렇다면 말해줘.
그런 문제에 신경을 쓸 나이나 처지는 언제, 어떻게, 어떤 사람이 되어야 갖추어지는 거지?
한국의 중산층은 너무 멀게 느껴지는 사람들 중에
내가 있어.
무지하고 비겁한 한국인 중 하나로,
내가 여기에서 살고 있어.

배가 고파 무얼 먹는데, 그 행동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어.
나 살이 왜 찌는지 알고 있어.
나눠먹지 않으니까.
난 한 번도 무언가를 제대로 남들과 나누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자신의 소중한 것을 나누어야 진짜지, 내 배가 부른 다음에 남는 것을 나누는 건 좀 아니잖아?
매 월, 고작 얼마의 기부와 모금으로 면죄부를 만들고 그 뒤에 숨는 것 같아.

내가, 내가 스스로에게 너무 높은 이상을 바라고 있나?
사람들에게 무언가 고결하고 고상한 것을 요구하고 있나?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좀 읽어 줘. 봐 줘. 관심 좀 가져줘.
내가 가진 능력은 고작 이런 구질 구질한 신세 타령으로 내 허물을 덮으려 급급한 것 뿐일까.

2달이 넘은 단식.
버텨주고 살아줘서 고마워요. 미안해요.
사회에 대한 무관심이, 결코 자랑은 아냐.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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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끼 단식해서 절약한 밥값을 기륭 투쟁 기금으로.
국민 362702-04-067271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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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 2008/08/16 11:55 | ㄴ미디어 행동 네트워크 美行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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