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굶어 죽기.


몇 년 전 문창과 시 수업 시간에, 시인이신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요즘에는 굶어 죽기가 그냥 죽기보다 더 어렵다고.

그런데 아직 나는, 우리는, 굶어 죽을까 걱정을 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면- 꿈꾸던 길을 선택하면,

배를 곯고 남에게 아쉬운 소릴 하게 될까봐 걱정한다.

이십대가 경제적으로 자립하기의 의미와 규모를 규정짓기 어려운 이천팔년의 남한에서

길을 잃었다.

굶어 죽을 용기 없이는, 하고 싶은 것을 향해 뛰어 들겠다 말 하지 못하는 것은

현실의 시선들 때문인가 나의 찌질함 탓인가.

매일, 벽 아래를 서성거린다.

아득히 멀어보이는 그 곳을 곁눈질하며 간다.


이상은 높고, 현실은 시궁창.
혹은 반대일런지도 모른다.
겉은 멀쩡하고 속은 썩은 과일은 묻으면 대지로 돌아갈테지만
행복한 사람인 척 웃는 스스로의 하루를 오늘에 묻으면 어디로 가게 될까.






by 아이 | 2008/08/18 16:23 | ㄴ日記 (2008~now)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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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8/18 16:3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8/08/19 10:48
같이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시길 빌께요 :)
Commented by 삼별초 at 2008/08/19 10:16
경제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너무 굶주림이 많은 세상이 되버렸네요
20대에 경제적으로 혼자서기를 하고 있는 요즘 너무나 세상에는 많은것들을 요구하고 있어서 혼란스럽습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8/08/19 10:50
제 앞에 있는 선택지들이 전부 좁은 문으로 느껴지는 것은 욕심이 많기 때문일까요, 사회나 가족이 요구하는 것들이 버겁기 때문일까요.

막막해지지만 새로 일어나야지, 웃으려 애 씁니다.

저만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참 서글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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