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을 깎았다. - 앵콜 요청 금지




Before 사진



제법 길게 길렀던 손톱을 짧게 잘랐다.
후련한 기분이 든다.
긴 손톱을 가진 손은 늘씬하고 어른스러워 보였지만 부담스럽고 답답했다. 마치 스틸레토 하이힐을 신고 풀밭을 힘들게 달리는 것같은 기분으로, 긴 손톱으로는 자판을 치거나 무얼 잡거나 하는 게 참 거슬렸다. 매니큐어를 칠했다고 해도 좀 불결한 느낌도 들고.
(아무리 데톨 같은 걸로 싹싹 씻어내도 손톱 아래까지 씻어줘야 할 기분이 들었기에.)
갑갑하던 게, 자르고 나니 깔끔하고 좋다.
몽툭하고 좀 짤막해진 것이 세련되거나 예쁜 맛은 없지만, 그냥 자연스러운 게 좋다.
구태여 꾸미고 화려하게 보이려 애 쓰고 싶지 않다.

어이 없어하며 썼던 포스팅 하나를 내렸다. 문자를 받고나니 마음이 찡, 한게
내가 잘못한 것 같아서.
그래도 한 때는 그렇게나 좋아했던, 사랑한다고 자신있게 말하던 사이였는데. 이게 뭐야 정말.
끝난 관계를 질질 끌고 가는 건 정말 기억에 흙탕물을 묻히는 짓이다.

거기서 끝냈어야 해.
누가 먼저 연락했느니 어쨌느니 그런 걸 따지는 것도 너무 유치해서 싫고
그 때 그랬잖아, 정말 예쁘고 멋진 기억들이였잖아 글썽 글썽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딱 거기서 끝냈어야 해.

그게 옳아.

긴 손톱에 익숙해지면 짧은 손톱이 어색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지금의 내게는 하이힐보다 운동화가, 매니큐어보다 봉숭아 물이 더 좋고 편하게 느껴져.
어깨에 든 힘은 좀 빼고 웃고 싶거든.

손톱을 깎았다.
연락을 끊었다.

이제 그 사람 폰에도 내 연락처가 남지 않겠지,
바이 바이.

웃으며 보내줄 수 있게 해줘서 참 고마워. 진심이야.

왜냐면, 더 이상 지켜지지 못할 약속에 대한 미련 같은 것들도 함께 접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안되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모두가 그렇게 바라고 있다 해도
더 이상 날 비참하게 하지 말아요
잡는 척이라면은 여기까지만

제발 내 마음 설레이게 자꾸만 바라보게 하지 말아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그냥 스쳐지나갈 미련인걸 알아요
아무리 사랑한다 말했어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때 그 마음이 부른다고 다시 오나요
아무래도 다시 돌아갈 순 없어
아무런 표정도 없이 이런 말하는 그런 내가 잔인한가요

아무래도 네가 아님 안되겠어
이런 말하는 자신이 비참한가요
그럼 나는 어땠을까요
아무래도 다시 돌아갈 순 없어
아무런 표정도 없이 이런 말하는 그런 내가 잔인한가요


안되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모두가 그렇게 바라고 있다 해도
더 이상 날 비참하게 하지 말아요
잡는 척이라면은 여기까지기 좋을 것 같아요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잘라낸 길고 딱딱한, 둥근 손톱을 만지는 기분이 든다.
헛짓 같은 그리움 되씹기. 이 짓도 인제 바이 바이 :)

그리고 착각은 참 부끄러운 짓이라는 걸 기억해야한다, 다들. 모두들.
내가 과거 이야기 한다고 해서 사귄 사람이 꼭 당신뿐이겠니.





접은지 오래다, 미련;

이글루스 가든 - 나를 사랑하며 20대를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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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 2008/09/02 02:49 | girl talk (18세 소녀감성)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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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행복을향해 at 2008/09/02 09:16
저는 분노라는 이름의 미련때문에 너무나 고생을 한 케이스라지요. ^^;
그냥 거쳐가는 과정이려니.. 하고 있답니다.
그런 저와 비교하자면.. 아이님은 훨씬 대단하셔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02 12:56
핫; 아니예요;
저의 지난 1년의 삽질을 못 보셔서 그런 거예요^^;;
칭찬 받을만한 사람은 못 됩니다;; >_<;
너무 잘 보아주시니 부끄럽네요; ㅎㅎ
Commented by 알바트로스K at 2008/09/02 09:19
접다의 사진이 좋네요 껄껄

손톱 심하게 뜯다가 모종의 사건을 이유로 이젠 손톱깎이를 씁니다.
그리고 손가락 하나는 한번 죽죽 길러보자..하다가 부러지고 귀찮고 해서 깎어버렸었군요.
관리 너무 힘들어요 ;ㅁ;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02 12:56
뜯는 건 좀; 손톱 끝이 들쭉날쭉 해지잖아요?

긴 손톱 관리 잘 하는 사람들은 대단한 것 같아요.
Commented by 매듭 at 2008/09/02 10:31
브루투스 너마저(...) 어제 포스팅을 우연히 보고 화가 많이 나셨구나 싶었는데, 역시 잘 소화해내신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 세상에 좋은, 아름다운 이별같은게 어디 있겠냐 싶지만, 그래도 사랑했던 시간들이, 사라지거나 없어지는건 아니니까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02 12:59
사실은 화가 났다기보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허허허;; 상태인 거죠.

사실 매듭님 리플 보고 왠지 위로 받을 상황이 아닌데 위로 받는 거 보고
저를 열받게 만든 사람이 보고 기분 나빠할까봐 어쩌지 갸웃, 했었는데-
에이 뭐 이제 또 볼 사이 아닌데 싶어서..

ㅎㅎㅎ 남아있던 좋은 감정을 말끔히 지워준 사건이였어요.

사실 머리가 좀 아프네요-_ㅠ 이래저래 펑펑 터지는 사건들이 많아서 마치 하루 하루가 전쟁터같은데 왜 저는 불안하거나 두렵지 않고 이렇게 사는 게 재밌을까요. 이거 좀 제대로 된 반응이 아닌 것 같아 무서울 정도예요.

...아 횡설수설;;;^^
Commented by 삼별초 at 2008/09/02 10:59
노래가 좋네요 뭔가 가슴에 와닫는 느낌도 들고...^^

저는 어제 칼질을 하다가 손톱을 베였다죠 ㅜㅜ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02 13:00
에그 조심하시지;

가사가 좋죠? 브로콜리너마저-ㅂ-의 앵콜 요청 금지.

끝나버린 걸 물고 늘어지면, 더 지저분할 뿐이니까..
정리는 깔끔하게 해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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