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친구네 집 침대 위에서 눈을 떴더니 황토색 쵸콜렛색 얼룩이 냥이가 누운 내 품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쌔근 쌔근 자는 모습을 반쯤 감긴 눈으로 바라보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정오가 가까워지는 시간. 나보다 먼저 잠이 깬 고양이는 혀로 제 몸을 열심히 다듬고 있었다. 빤히 쳐다보는 내 시선은 아랑곳 않고 세수에 열중한 모습이 참 예뻐 나는 멍-한 머리로 일요일 햇살 속에서 빛나는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침내 위에 누워 창 밖에서 들어오는 금빛 햇살은 이불로 만든 동굴을 통과하지 못하고 부드러운 그림자를  만들어 내었고 그 아래서 안심한 듯 유유자적 제 몸 단장에 취한 고양이와 나.

아주 예전에, 고양이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는 걸, 꾸깃 꾸깃 접혀지고 뭉쳐진 뇌 주름 속 어딘가에서 끄집어냈다. 사람을 좋아해서 꼬릴 살랑이며 사람들 앞에서 웃고 기뻐하는 강아지같던 내 성격이 나는 참 못마땅했었다, 늘. 뭐 사람들과 함께일때 기뻐하는 모습 때문이 아니라- 혼자 남겨졌을 때 우울증이라도 걸린 강아지마냥 기운없이 꼬릴 내린 그 모습이 싫어서였다. 나는 한 마리 도도한 고양이처럼 되고 싶었다. 우울하거나 외로운 표정이나 감정은 숨기고 자신에게 몰두하고 싶었다. 혼자 있어도 자신을 치장하고 나름하고 날쌘 걸음걸이가 우아한 짐승이고 싶었다. 외로움을 곧잘 타고, 촉촉히 젖은 눈으로 제 주인에게 코 끝을 문질러대며 애정을 갈구하는 잡식동물이 아닌 나비를 쫓아 뛰어 다니고 몸치장에 열중하는 육식동물처럼 살고 싶었다.

하지만 고양이에게도 외로운 날은 있다. 분명.

슬픈 눈을 한 바닷가 마을의 고양이가 바다로 뛰어들어 자살한 이야기를 기억한다.
그들에게도 슬픈 날이 있겠지.
내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부드럽고 날쌘 걸음걸이로 방 안을 걸어다니다가, 문득 옆을 돌아보면 내 발 아래서 고릉거리며 앉아있다. 신기하게도. 


저렇게 아름다운 걸음걸이와 눈빛으로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다.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강아지처럼 넘치는 정과 애정으로 곰살맞게 구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그들의 애교넘치는 미소를 조금 버거워했다. 차라리 쌀쌀맞은 눈빛을 하고 있어도 마지막까지 옆에서 묵묵히 연락을 주고받는 고양이같은 이들이, 불편하지만 대하기 나았던 것 같다. 내게 호감을 보이는 상대에게는 눈길이 가지 않고 내가 호감을 표시하는, 내게 눈길을 주지 않는 이들을 더 우선으로 치던 어리석은 날들을 떠올리면 나 역시 그런 점에서는 고양이 같은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 본다. 흐-음-. 하지만 노노농. 그건 그냥 변덕이고 심술일 뿐이지, 내가 바라는 고양이의 내리깐 속눈썹 같은 우아한 고양이스러움은 아니다.

여기까지 써 놓고 나니 우스워서 피식.
내가 보고, 바라던 고양이처럼 살아가기. 란 결국 예쁘고 자유롭게 느껴지는 고양이의 겉껍질 핥기 정도가 아닌가.

고양이처럼 살아가고 싶었는데 정말 한 마리의 고양이가 되어버린 기분.

고양이처럼 비밀스러운 시선
고양이처럼 나른한 몸짓과 기지개.
매일 매일이 교태로 가득찬
고양이의 나날들.

나, 사람인데.

허허 참.

어쩌면 고양이들은 그 교태로움 속에 외롭거나 따분한 시간들을 종이를 접듯 꼭꼭 접어 다져놓은 건지도 모른다고 문득 생각했다.
익숙해지면 느끼지 못하는 나태한 시간들처럼,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고양이의 눈동자 너머 그네들 나름의 외로움이나 슬픔은 애써 표현하거나 강아지처럼 매달려 우는 식으로 구태여 표시하기보다 오히려 그 대상 앞에서 쌀쌀맞게 굴고 외면하는 것으로, 당연히 삶 속에 녹아든 고독을 기운들을 몸에 두르고 당당하고 날쌘 걸음걸이로 삶을 걸어 나가는 건지도 모른다.

그네들 나름의 고양이다운, 고양이스러운 당당한 삶의 태도.
박수를 보내고플 정도의 우아한 걸음걸이.

애석하게도 나는 오늘도,
강아지과의 인간으로 맞는 하루.
살랑살랑 흔드는 꼬랑지가 애처롭도다 ㅠ_-



친구 집에 들어서자 네 마리 중 세 마리의 냥이가 나를 염탐하듯 둘러싸고 눈으로 말을 걸다가 제 자리로 돌아갔다. 한 마리는 마치 강이지처럼 내 다리에 제 몸을 붙이고 신기한듯 맴돌았다. 이런 친근한 성격의 냥이 같으니. 나는 신이 나서 맨발로 슥슥 애들 배며 턱 아랠 희롱하다가 침대에 풀썩 쓰러져 잤다. 저번 주 내내 너무 달려서 그나마 좀 회복시켰던 몸이 저질체력으로 돌아간데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밤, 자정에 억지로 나간 탓에(두 번 다시 남의 편의를 봐주며 살지말자- 다짐했지만, "친구"라는 이름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주말 내내 비몽사몽 넋이 반쯤 나간 상태로 지냈다. 사실 지금도 머리가 멍-한 것이, 나는 저번 주에 내 정신 대부분을 어딘가 사차원행 우편함에 주소를 표시하지 않고 넣어버린 기분이 든다. 반송용 주소마저 표시하지 않은 것 같아서, 언젠가 제대로 돌아올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정말로.

생각이 조각 조각나서 문단이 막 섞여있다.
줄 맞추기를 잘 못하는 나. 퍼즐을 이상한 모자이크화로 만들어버렸다.
쓸데없는 재능이 차고 넘치누나. 

다 씨잘데기 엄써.




..사진은 5마리 아기 냥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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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 2008/09/08 10:33 | girl talk (18세 소녀감성) | 트랙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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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My Dear ... at 2008/09/13 12:26

제목 : 아기 고양이 다섯 마리 꼬물 꼬물
고양이처럼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꼬물거리는 아기 냥이들. 생후 일주일? 정도.처음 찍은 것.이건 배경음악을 안 넣은 것. 애기들이 더 잘 보인다. 덜 어둡고.두번째로 찍은 것.이것도 음악 넣으려다가 냥이 소리가 너무 이뻐서 ㅠㅠ...more

Commented by ZOON at 2008/09/08 11:06
'연애 디스토션'이라는 만화에서 '개과'의 인물들이 나오는데요...
전 연애한다면 개과처럼 하고싶더라구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09 10:11
ㅎㅎ 비슷한 개과의 인간들끼리 만나야 행복할 것 같아요.

연애는 어떻게 해도 달콤하고 애달프죠. 아아.
Commented by 매듭 at 2008/09/08 11:09
강아지과의 인간... 으로써 공감합니다.
개가 고양이인척 해보려고 해도 잘 안되더라구요. 그냥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발랑 배를 까고 항복 표시를 해버려서 하하;;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09 10:12
크헉; 맞아요.

도도하고 우아하게 줄다리기 같은 건 ㅠㅠ; 쿨게이 타입은, 되려고 애 써봐도 저랑은 거리가 너무 먼 단어 같아요.

걍 꼬리 살랑살랑흔들며 기뻐하는 게 맘 편하죠^^;
Commented at 2008/09/08 11: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09 10:12
울 집은 아니구 친구 집이요^^ 고양이 네 마린데 그 중 한 마리가 5마리 새끼를 낳았어요! 완전 귀여워서 ㅠㅠ ㅎㅎ
Commented by 非狼 at 2008/09/08 15:21
음, 그럼 전 고양이과 인간... 이라고 하기엔 치장을 안 하니 그럼 뭘까요 ;ㅅ;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09 10:13
치장이라기보다, 자기 영역에 더 신경을 쓰는 타입, 인 듯 한데요? 뭐 치장이야- 쬐금 별개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
Commented by 소년에이 at 2008/09/09 11:36
저 책, 무척 좋아합니다. 읽고 읽고 읽으면서 울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생명으로써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외로움이고, 그 외로움이 사랑을 낳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기분좋은 하루 보내세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10 13:36
저도 눈물이 났었지요. 저 이야기를 접하구서요.

생명으로 태어나고 존재한다는 것의 무게를 가끔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하구요.

소년에이님. 행복한 매일 매일 보내시길 바래요.

사랑이 가득한 매일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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