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후에




Let's tag, 8910111213

회사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가 복도로 나가서 사진을 찍었다.
아마 다음 달에는 이 자리에 없을테지만.

포스팅을 하려고 메모리 카드를 리더기에 끼우며 생각했다.
아마 10년 후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메모리 카드는 더 작아져 있을테고 용량은 더 커져 있을 거다. (블루투스로 업로드가 가능할지도 모르지)
나는 어쩌면 누군가의 어머니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른다.

10년 후 아이가 생겨, 엄마는 10년 전 무얼 했냐 물으면 저 아래 포스팅 된 페이지를 보여주며 웃을지도 모른다.

자살과 피습 사건으로 엉망이 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름 재미있게 놀고 싶어서 저런 이벤트를 했었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랑 잘 놀았어. 저 날 유일하게 즐거웠던 시간 중 하나란다.
아, 그리고 저 날은 오후에 불만 노래하기 모임이 있어 학원 빠지고 거기엘 갔어.
기륭전자 돕기 일일 주점은 갔었나 안 갔었나 ..
무슨 이야긴지 알거 같니?
요즘이랑 다른 것 같아? 어떠니 십 년 전 엄마가, 혹은 누이, 언니가 살던 세상은-.
지금과 비슷한 것 같아? 아님 지금이 더 나은 것 같니?

아득한 절망과 어디에서 온 건지 알 수 없는, 삶에의 기쁨 사이를 오가는 20대를 넘어
30대의 나는 웃으며 오늘을 추억할 수 있을까.

이제는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과 인연.
그 때는 다 웃으며 용서하고 그랬었구나 흘려보낼 수 있을까.
이제 고작 몇 년이 지났을 뿐인데
나는 블랙홀을 스물대여섯개는 마셔버린 것 같아.
배 속이 컴컴하게 밝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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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 2008/09/10 15:37 | girl talk (18세 소녀감성)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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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매듭 at 2008/09/10 15:48
누구나 가슴에 삼천원쯤은 있지요. 헬오브지옥도 -_-;;
바램은, 그때쯤엔 더 넓어지고, 너그러워지고, 깊어지고, 따뜻해지고, 넉넉해졌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려면 얼마나 더 열심히 살아야 될런지 모르겠네요. 지금은 너무 게을러서(...)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16 17:02
매듭님은 지금도 충분하신걸요^^

지금처럼만 살면 되지 않을까요? 욕심 덜 내고 딱 지금처럼만.
Commented at 2008/09/10 16:0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16 17:02
그러게요. 정말 그럼 씁쓸할 거 같아요. 후;
Commented by 알겠어요 at 2008/09/10 17:52
시간이란 게 참 무섭고도 대단한 것 같네요. 쓸쓸함이랄까...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16 17:03
너무 너무 빨리 변해버린 것 같죠?
Commented by 非狼 at 2008/09/10 18:13
10년 전이라... 세상 슬픈 줄 모르고 마냥 즐겁기만 하던 시절이군요 (...)
10년 뒤엔 하다못해 자그만 행복이라고 움켜쥐고 있었으면 좋겠네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16 17:03
전 10년전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아마 10년 후엔 더 나아지지 않을까, 감히 기대해보는데-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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