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 세상이 지랄하는 날.


여자라면, 아니 인간이라면 아주 가끔 누군가에게 응석을 부리고 싶은 날이 있지 않을까.
투정을 부리고 곧 울음을 터뜨릴 듯 오만상을 찌푸리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  침묵을 지키거나 목구멍 너머로 스멀 스멀 올라오는 화를 집어삼키지 않고 뱉아내고픈 나날.

해결책 따윈 없어도 좋다는 심정으로-
지나가는 우울의 시기 속을 해메는 스스로를 도닥 도닥거리며 안아줄 누군가를 찾아 헤매다가
내 지난 연인들과 친구들 심장 표면에 그렇게 손톱 자국을 내며 지나온 시간들을 본다.

그 생채기의 깊이만큼 스스로가 더 외로워지고 고립되고
영혼이 딱딱하게 굳는다는 것을 모르던
말랑말랑하고 촉촉하던 감성의 시간들.

가끔 세상이 나에게만 지롤하는 것 같은 날들이 있다.
미친 세상, 왜 이리 사는 게 팍팍하고 힘들고 고달파, 눈물을 글썽이며
200미리 저지방 우유가 700원이나 한다는 사실에도 어이가 없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그런 날.
바람이 유독 차고 꾸질 꾸질 하늘이 정말 무겁게 어깨와 종아리 위를 내리 누르는 중력의 나날.
(웃기자고 쓴 건데 유치하다고 느끼시면 정답이지말임다..아 어설픈 나;)

조용한 카페에서 누군가를 만나 차를 마시며,
입술을 삐죽 내민 표정으로, [나, 힘들어] 한 마디를 뱉고 싶은 날이 있다.
아니, 그 누군가가 너였으면 좋겠다.
짙은 눈썹 아래 모든 걸 다 이해한다는 듯한 갈색 눈동자로 나를 오래 지켜보아 온 너였으면 좋겠다.
몇 년간 오래 오래 내 변화을 보아오고 고민들을 들어주었던 너였음 좋겠다.
혹은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당신 앞에서
나는 [사실 우울했어] 한 마딜 해 보고 싶다.

당신이 내게 건냈던 이야기들을 기억하는 것만큼
나는 당신이 내 힘든 하루 하루를 이해해주리라는 착각에 빠져서
조잘 조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기도 하고
혹은 그저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조용한 오후를 함께 보내고 싶다.

세상에 응석부리고 싶은 날.
너를 만나고 싶은 날.

나는 내 안에 숨겨두었던 어린 나를 발견한다. 끄집어 내고 싶지 않은 우울의 파편이 인생의 발버둥이란 빗질에 쓸려나가지 않고 채 박혀있는 것을 본다.

예전에는 그 무거운 기억과 감정들을 한 명에게 쏟아부었더랬다.
내가 제멋대로 굴어도 좋을만치 그만큼 잘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당신의 그 무거운 짐 모두 내가 함께 짊어지고 갈 수 있다는 자신만만함이였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홀로 지고 갈 짐/나눠야 할 몫의 감정/숨기고 살아가야 할 부분들.
내가 너무 늦게 알았다.

투자를 나누어서 여러 바구니에 담듯
나는 더 이상 내 감정의 소용돌이나 회오리를 하나에 전부 쓸어담지 않는다.
과거의 당신에게 부치지 않을 편지를 쓰기도 하고, 만나고 픈 친구에게 전화를 하기도 하고, 혼자서라도 맛있는 음식을 챙겨먹고, 절대 우울한 시간에 부모님께는 연락 하지 않고-
그런 식으로, 감정의 분산 투자. 아니 분산 소모법을 배웠다.

내가 이 나이 먹어 제일 잘 한 짓 중 하나지 싶다.

내게 욕을 가르쳐준 남자와 여자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까?
이렇게 세상을 조금 쉽게 살아가는 법.
응석과 투정을 작고 작고 작게 쪼개고 나누어
공기 중에 날려 버리는 방법.

세상이 지랄같은 날.

당신이 떠오르는 날.

나는 내가 버린 옷가지들을 일부러 기억해내지 않듯이
구태여 우울을 곱씹지 않는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행복을 쥔 손을 잊고 살지 말아야지.



사실 이 글은 응석부리고픈 가끔의 나날에 대처하는 우리의 바람직한 자세와 미래상에 대해 논하는 글이고자 하며 시작했지 말임돠-_-; 아놔 요새 왜 이럴까요 가을인가보아요 흙흙 ㅠㅠ





왠지 힘들어 보이는 애니어그램..아니 픽토그램. 출처는 http://blog.daum.net/dashanzi/16708218

얼마 전에 내 글 말 없이 퍼가고 출처 안 밝힌 걸 봤는데 기분이 참 드럽더라. 앞으로는 더 확실히 출처를 밝히고, 펌 여부를 묻고 포스팅을 작성해야지..라고 다짐하지만 출처야 원래 늘 밝혀왔지만 펌 여부를 묻고 답을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길게 느껴지는 건 내가 매번 열폭포스팅으로 이 곳을 도배하기 때문일꺼야 라고 길게 늘여 쓰면 재밌나재밌니응!? ㅠㅠ





by 아이 | 2008/09/11 16:08 | girl talk (18세 소녀감성)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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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axmedic at 2008/09/11 16:12
저도 글 쓰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서,ㅠ
가을 타시는겁니까?!ㅋ 토닥토닥.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16 17:19
ㅎㅎ 지나가는 바람이지요.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알바트로스K at 2008/09/11 16:30
아이님이 열폭할게 뭐가 있다고 그러십니까 ㅎㅂㅎ)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16 17:19
그런 말, 주변 사람들한테 하시면 [니가 뭘 알아!!!]그러면서 돌려차기 30번 당하실지도 몰라요 (...)

열폭할 게 참 많은데 안 꺼내는 것뿐이죠 뭐. 훗.
Commented by 올비 at 2008/09/11 16:33
글 내용 중에.. 음.. 200ml 저지방우유가 700원이면 다행이고요..
175ml 짜리가 700원인 경우도 있어서 그럴 때 너무 슬픕니다...ㅠㅠ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16 17:20
말도 안 되게 비싼 물가에 울어요 울어 ㅠㅠ
세상에 오늘은 빵을 삿는데 빵보다 우유가 비싼 거 있죠 ㅠㅠ
Commented by 매듭 at 2008/09/11 16:48
스스로의 어린 자아를 잘 다독여주는게 참 중요하지요. 기본적으로 그런 것들에 대한 인정이 우선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가끔 그렇게, 어리광부리고 싶은 날, 떼쓰고 싶은 날, 막 왠갖 일이 다 비비 꼬여서 막 그냥 누군가한테 칭얼거리고 싶은 날이 누구나 있는것 같아요.

근데 태그보고 급뿜(...) 언니가 다 준비해놓을께 몸만 오면 되는겁니까 ㅋㅋㅋㅋ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16 17:20
맞아요. 이젠 커버려서 누구에게 막 그럴 수 없기에 더 그런 어리광이나 응석이 고픈 것 같기도 하구요.

ㅋㅋㅋ 언니에게>_< 와 준다면!
Commented at 2008/09/11 18:1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16 17:21
네 많이 나아졌어요.

좋은 정보 감사해요^^

상부상조, 소모가 아닌 분출과 승화!

감사해요 좋은 말들^^ 언어가 약이 된다는 걸 느낍니다. 다행이예요 참.
Commented by ZOON at 2008/09/11 18:23
서모우유 가격이 올라서 참 슬퍼요... 그나마 모일우유 가격이 안올라서 참 다행...
전 가끔씩 힘들어지면 아주아주 달달한 커피와 케익이 먹고싶어지더군요 +ㅅ+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16 17:22
힘들 땐 단 음식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과하면 더 우울해지지만^^;;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09/11 22:54
저도 가끔 엄청 응석을 부리고 싶어지는 우울한 날이 있지만... 실제로 누군가에게 응석을 부리지는 않아요. 정말 한번 폭주해서 마구 떼를 썼던 적도 있지만 말이죠. 제가 아무리 힘들어 봐야 정말 힘든 사람에 비하면 편한거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뒤부터 응석은 사치스럽게 느껴지더라구요. orz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16 17:22
저도 그런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은 그냥 지나가거나 흐르길 기다리죠.
많이 나아지고 있는 기분이예요. 과연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Commented by 삼별초 at 2008/09/11 23:17
남자는 응석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참 힘든 세상이죠
세상은 남자라면 모두 겉으론 듬직하게 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존재해서 가끔 남자도 여자에게 응석을 부리고 싶은 마음을 섣불리 허락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가끔은 동성이 아닌 이성친구에게도 툭 털어놓고 싶은 경우가 있거든요 (나만그런가)

ps: 진지하게 읽다가 역시 테그에서 뿜었습니다
몸만 가면 되는거군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16 17:23
음, 사귀는 사이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요?

덧) 그것을 위한 테그입니다!
Commented by 알겠어요 at 2008/09/12 10:34
태그 보고 급뿜은 사람 여기 또 있습니다.

응석, 어리광, 배쨈 다 하고 싶은데...이젠 하면 안 되더라고요. 후후.
가끔가다 아직도 그게 통용된다고 믿고 통용이 또 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손가락질을 하면서도 어딘가 싸하게 부럽더라구요.

힘내시죠. 오늘 아침엔 벌써 힘을 내셨을 거라 믿습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8/09/16 17:24
네, 알겠어요님 글 덕에 요때 또 쫌 기운을 많이 얻었지요^^

저도 있어요. 그게 통용이 되는 친구ㅡ 공간..
참 다행인 것 같아요. 아직은 살만한 세상.

테그, 자주 써먹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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