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따뜻한 손을 가지고 싶었다. 늘, 언제나. 차디찬 손발은 가을 문턱에 들어서는 계절이 되면서부터 시려온다. 장갑이나 핫팩 없이도 따끈따끈한 보온력을 가진 손을 가진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왠지 그런 사람들은 혼자서도 더 잘 살아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외롭다거나 힘들다는 식의 약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애쓰며 산다.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게 애써야 가능하다니 우습기도 하지만 사실이 그런 것을 어쩌랴. 어릴 때부터 늘, 누군가의 손을 잡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손바닥 피부 너머로 흐르는 피의 온도가 차가운 내 피부너머로 전도열을 통해 흘러들어오고, 그러면 어떨 때는 기분이 참 좋아져서 베시시 웃게 되고 또 어느 날은 두근 두근 상대방 눈도 맞추지 못하고 부끄러워 딴 청을 피우며 바닥이나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이 섹슈얼은 아니지만 내게는 동성친구나 이성의 연인이나 혹은 가까운 가족마저도 어려운 인간관계, 짝사랑 대상처럼 느껴진다. 아버지 앞에서 우물쭈물 말을 가리는 나를 발견하거나 동성 친구들의 눈 밖에 나는 일을 두려워 하는 순간을 스스로 느낄 때마다 나는 혼자서 내 찬 손을 맞잡고 혼자 작게 한숨을 내쉰다.
스스로의 찬 손, 차가운 피부를 싫어하는 것은 따스함을 원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나는 차가운 기운 = 고통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보다도 추위에 약해서 쉽게 동상에 걸리고 차가운 바람이나 날씨는 내게 고통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나는 겨울이 다가오면 몹시 불안하고 예민해진다. 걸핏하면 별 것 아닌 일에도 눈물이 핑 돌고, 차가워진 스스로의 손이 못마땅해진다. 누군가 내 손을 잡아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아주 어린 아기들이나 하는 짓 아닌가. 내 눈에 비치는 사람들은 거리를 걸어다니는 행인이나 친한 친구들이나 모두들 별 탈 없이 혼자서 잘 살아가고 있기에 더더욱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스스로가 못마땅한 것이다.
하지만 차가운 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다. 여름에는 에어컨 앞에 1-2분만 서 있으면 몸이 꽁꽁 얼고 추워진다. 그럴 때 누군가와 닿으면 나는 정말 시원한 사람으로 열을 식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여학교에 재학 시절에는 그렇게나 인기 많았던 여름철의 찬 피부는 사회로 나오며 쓸모가 없어지고 있다. 차가운 손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만나거나 볼 시간도, 또 그걸 원하는 친구들도 줄어들었다. 쓸쓸해진다. 차갑고 하얀 손을 내려다본다. 황인종치고는 밝은 피부색이지만 내게는 그저 누런 느낌이다. 내게 느껴지는 나의 외모와 다른 이가 바라보는 나의 외양은 기준도 세부적인 요소들도 다른 것일까, 다르게 느껴지는 걸까. 어느 무덥던 여름 날 볕이 강한 오후, 누군가는 나를 뱀, 혹은 개구리 같은 파충류처럼 차가운 하얀 피부-라고 묘사하기도 했는데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하얀 뱀이 된 내가 차가운 몸뚱아리를 그 사람에게 걸치거나 칭칭 말고 있는 장면을 떠올렸었다. 태초에 이브가 빨간 선악과를 따먹도록 유혹한 뱀의 후예는 아니겠지만 그 날 이후로 나는 나의 선함과 악함을 항상 의심한다. 가만히 선풍기 앞에서 바람을 쐬며 앉아 있기만 해도 등 뒤로 축축히 땀이 배어 나오는 더운 여름날이였다. 이마 위의 땀이 식기도 전에 내부의 온도가 열을 내뿜으며 다시 땀으로 호흡을 헐떡이게 하는, 잠이 깬 개 같은 날의 오후.
또 차가운 손을 가져서 좋은 점은 뭐가 있나 생각해 보다가 방금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울고나서 붉게 부어오른 눈 위로 양 손을 가져다 대고 그 열기를 식히는 거다. 열로 뜨거워진 이마를 차갑게 식혀주는 것. 혼자서 울고난 직후의 스스로를 달래는 데, 혹은 아픈 시간을 치유하는 데 최적의 온도를 가진 셈이다. 아무리 고열이 끓는 감기에 걸려 있다고 하더라도 내 찬 손의 온도는 변한적이 별로 없으니까 말이다.
작년 겨울 혼자 생일을 보내며 스스로에게 선물했던 빨간 캐시미어 장갑은 잃어버렸다. 장갑을 껴도 손이 차가워지는 것은 여전하지만, 찬 바람에 손이 얼어 동상에 걸리거나 트는 것 정도는 막아주니까- 올해에는 더 따뜻한 장갑을 나에게 선물해 주어야 하겠다. 겨울이 다가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다. 내게는.
겨울에 태어난 것이 무슨 저주인양 느껴지는 생일도, 태어난 것이 잘못인 것처럼 생각되는 긴 긴 겨울밤들도 부디 올해는 무사히 넘어가 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서울의 겨울은 일찍부터 내 방 문을 두드리지만, 마음의 겨울은 벌써부터 내 주변 풍경을 을씨년스러운 회색으로 뒤덮어 버린다. 마녀의 저주에 씌인 성은 가시덩굴로 제 몸을 감아올리고 외로이 잠에 빠져들지만 불면증과 우울증이 쌓아올리는 마음의 돌담은 두텁고도 무거워서 긴긴 가을밤을 잠 못 이루고 울게 만든다. 스스로의 차가운 손만이 뜨거워진 눈시울의 온도를 낮추어주고 뺨을 토닥토닥 달래주고 쿨쩍이는 코 끝에 휴지를 대어준다. 내게 최선의 위로를 가져다준다.
차가운 손. 내겐 나름의 배려이고 선물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게는 말이다.
언젠가 누군가, 다른 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다른 사람의 열을 식히게 해 주는데 쓰일 수 있다면 참 다행일텐데. 가능할지 어떨지는 더 살아보아야 알겠다.겨울, 차가운, 온도, 차가워진, 가을, 여름, 휴지, 추위, 계절, 생일, 찬손, 냉수, 흰손, 백수, 예쁜손, 미수, 상처난손, 모지, 한자, 어려워, 쉬운게뭐가있지, 혼자놀기, 그러쳐, 그런게지, 아무렴그렇지, 글치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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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my life log.
somebody knowing it, somebody doing it.
가슴을 펴고, 여유를 가지고, 웃으면서 조근조근.
어설퍼도 감사하며 먹고 사는 이야기.
by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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