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짜증나고 싫으면서도 티를 안 낼까?



답은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깨기 싫어서인 것 같다.

꽤나 가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 경우의 99.9%는 남자들에게 느끼는 감정이다;=_=;;

나 정말 왜 이렇게 남자들이 싫지?!!!!!!라고 혼자 막 기분 나빠하다가
내가 싫어하는 남자들의 특성을 떠올려 보다가 알았다.

딱히 남자라서 싫은 게 아니라

내가 싫어하는 찌질함 + 나에게 관심이 아닌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오는 대상(사실 여자는 내게 호기심을 가지든 관심을 가지든 다가오는데 별 부담이나 거부감이 없다;;;) + 이성 이 믹스된 경우에 나는 그걸 굉-장히 싫어하는데;;
나는 무언가가 싫어지거나 아 진짜 별로다, 생각하면 그냥 하하하..;;; 하고 넘긴다.

뭔가를 싫어한다는 그 상황 자체가 내게 스트레스고
그걸 티 내서 상황을 악화시키기 싫어서 걍 웃으며 대한 다음에 다시는 마주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타입이라;

흐음..=_=;;;;;;;;;;;;;;;;;;;;;;;;;;;;;;
어렵다.

결론적으로 내가 여기서, 온라인 안에서 싫다.는 표현을 하지 못하는 건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좀 그렇습니다] 라는 표현을 전달하는 것으로
1.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싫고 (미안하지 좀-_-; 왜 당신들이 싫은지 이유는 아는데 당신들 탓이라기엔 내 취향적 문제도 있는 거니까)
2. 이런 글을 쓰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 싫고 (음.. 꼭 아닌 사람들이 찔려하고 혼자 앓더라)
3. 그 표현을 하는 것으로 내가 좋아하고 호감을 품는 이들이 내게서 멀어질까봐, 혹은 내가 좋아하는 이들이 내게 반감을 품을까봐.
4. 원래 싫다는 표현을 못 한다.;;
5. 기타 등등;;
의 이유인 듯?

답답해=_=;

...

이거랑 관계가 있는지 뭔진 모르겠는데,
예전에 만나던 사람이 하얀색 긴 팔 티셔츠를 입은 게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안 어울리고 ㅄ같이 보여서 ㅠㅠ
진짜 좋아하던 중이였는데도 이건 너무 아닌거다 ㅠㅠ;;

근데 나는 그 상황에 그 사람이 혐오스..까진 아니고 진짜 너무 별로라는 것을 티 내지 않기 위해 매우 활짝 웃으며 그 사람에게 잘 대해 줬다;
사실 그는 내 취향이 아니여서 정말 이거 너무 아니다..싶은 초 우울한 차림새인 경우를 몇 번 마주 했는데, 나는 그 때마다 그 사람에게 더 잘 해주려고 애썼다.
그래서 아마 그는 내가 그를 속으로 얼마나 ㅄ ㅄ 취급하며, 또 그런 걸 느끼는만큼 잘 해주려 했는지 모를 거다 싶다.

...

나 정말 가식 쩌는 듯-_ㅠ
그리고 그 가식을 절대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는 게 나의 무서운 점인 것 같다-_-;;;

보통 가식이라 생각되는 면을 누구나 가지고 있으면 타인에게 말을 하는 법인데
나는 내 이미지 관리(라고 쓰고 가소로운 가식의 가면이라 읽는다. 피식)를 염두에 두는 것인지
아니면 내 철칙상 타인의 안 좋은 점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것 때문인지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법이 잘 없다.

이래서 내가 착한 척, 한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게지.

나는 착한 게 아니라 착해지려고 애 쓰는데
그게 참 너무 속 좁고 옹졸하고..ㅠㅠ

나도 내가 정말 긍정적이고 사물의 좋은 점만 보는 그런 좋은 사람이였으면 좋겠다.

소심해빠진 거랑, 비난 받는 것을 두려워 하는 거랑
좋은 사람인 것과는 정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좋은 사람은 아니다.
사람들에게 덜 해로운 사람이고 싶어하는 소심떼기일 뿐.

그래서 착하다, 예쁘다, 그런 평을 들으면
내가 남들을 속이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참 캥기고 미안하다.

누구에게나 좋은 점과 나쁜 점, 선한 면과 악한 면이 있다.
나는 내 더럽고 추하고 악한 부분을 굳이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사람들은 그런 부분을 감추는 나를 어떻게 보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스스로를 보며 늘 생각한다.
보여지는 것이 다가 아니거나, 혹은 보여지는 것이 전부라고.

아픔없는 이도 상처 없는 이도 없지만
그것을 대하고 다루고 내보이는 혹은 치료하는 방법과 과정은 누구나 다르다. 같지 않다.

이 글을 쓰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내가 당신을 싫어해서 미안합니다.
이 한 줄에 대한 긴 긴 변명같아서.

아니 싫을 수도 있는 거지. 왜 싫어한다는 그 감정에 대해 이렇게 죄책감이 들고 그걸 표현하지 못 해서 짜증을 내나.
거 참 신기한 애네, 싶겠다. 누군가는.

정말 어릴 때 교육 잘못 받고 컸구나. 나..

착한 아이 컴플렉스가 내 삶을 지배하는 동안 나는 자유롭지 못할 거다, 분명.

울어도 괜찮은 공간 같은 곳도 없을테고.

뭐든 다 좋아하고 뭐든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알지만 그렇지 못해.

나는 왜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할까. 기분 나쁘게.
왜 솔직하지 못 할까. 슬프게.





by 아이 | 2008/10/05 15:18 | Why?@! (Q&A) | 트랙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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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어떤 치유 at 2008/10/05 17:02

제목 : 시선의 차이
나는 왜 짜증나고 싫으면서도 티를 안 낼까?싫은데 티를 내지 않는 것에 대해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본다.자신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을 싫어한다는 측면/타인을 상처입히기 싫어하는, 상대방을 위한 측면.가식과 배려 사이.같은 태도 안에서도 누군가는 내가 가식적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내가 배려가 깊다고 할 것이다.그래서 나는 생각한다.좋은 사람이 좋은 생각을 낳는다고.뭐 눈에는 뭐만 보이고 운운..하는 것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more

Commented by boing at 2008/10/05 15:44
티를 내면 그게 또 흉으로 돌아오니까요. 싫은거 티 다내고 하고싶은말 다 하고 성질 더러운애로 낙인찍히니 그건 또 그것대로 상처받고 힘듭니다 ;;;
Commented by 아이 at 2008/10/13 05:09
음 그것도 그렇겠네요;;;;;;;;;;;; 어려워요;;ㅠㅠ 어느 정도의 티 내기. 상처 안 주고 나 이렇다 말하기;
Commented at 2008/10/05 15: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8/10/13 05:10
ㅎㅎ 아녜요, 가끔 제가 변덕이 좀 심해서..위 포스팅은 상태 안 좋을 때의 감정들이예요.

남자고 여자고를 떠나 사람 성향인 것 같아요 이런 건.
Commented by 규희 at 2008/10/05 16:01
인간의본능이아닐까요..살아남기위해서 치부는 가리고 싶어하죠 누구나..
그걸 자연스럽게 여기느냐 아니면 죄책감을 가지느냐....이게 사람마다 다른듯해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8/10/13 05:11
그런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솔직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에후;;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8/10/05 18:17
저처럼 타고나길 나쁜놈으로 타고난 것보단, 착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 백배는 더 나아요. :)
Commented by 아이 at 2008/10/13 05:11
자기 입으로 나쁜 놈이라고 말하는 사람치고 진짜 나쁜 사람은 없다죠? ^^
Commented by 은솜 at 2009/07/16 10:11
이 글... 초 공감합니다(__)......
[aaa형인지라..]
Commented by 아이 at 2009/07/16 10:40
흑흑흑..ㅠㅠ 울면서 손을 꼬옥;; 끄덕끄덕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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