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남겨주신 밀크커피 한 모금. (인스턴트 커피 타는 법)




이모야의 커피우유를 읽고 떠올랐다.

요즘엔 커피를 잘 마시지 않지만, 어릴 적엔 참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엄마가 하는 화장도 부러워서 어서 어른이 되고 싶었고
매일 밤 아버지를 위해 타던 커피도 내게는 어른의 표시였다.

커피를 타서 안방에(어쩔 땐 거실 쇼파였지만 대부분은 이불 핀 안방이였다) 가져다 드리고, 텔레비전과 신문을 보시는 부모님 옆에 앉아 책을 읽으며 간절한 눈으로 커시를 마시고 계시는 부모님을 바라볼라치면 늘 아버지는 씨익 웃으시며 커피 한 모금 정도를 남겨주셨다. 엄마는 커피 많이 마시면 머리 나빠지고 잠도 못 잔다- 그러면서 어름장을 놓으셨지만 그 눈만은 따뜻하게 웃고 계시던 게 생각난다. 어쩌다 커피를 두어모금 정도 남겨주시면 그걸 홀짝 홀짝 아껴 마시면서 달콤쌉싸름한 인스턴트 커피의 맛을 즐기던 기억. 그 기억 속의 밀크커피 맛은 지금 여느 카페에서 즐기는 카페오레나 카푸치노보다 더 향긋하고 즐거운, 달달한 맛으로 남아있다. 내게.

그치만 생각해 보면, 어머니 아버지 몫의 커피를 타는 건 늘 나였는데도 어째서 직접 한 잔을 끊여서 마실 생각을 못했을까.
착하고 순하다면 그런 거고, 바보스럽다면 바보스러운 아이였다.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 이야기다.

원두를 갈아서 액을 추출하는 기계랑 이런 저런 커피용 기구들이 있었지만 내가 타는 커피는 인스턴트였다.
엄마는 1,2,3. 아빠는 2,2,3 (물론 커피,프림,설탕의 순서)

김동화씨였나 한승원씨의 단편 만화를 보고 커피를 잘 끓이는 법을 배웠다.

물을 팔팔 끓여서, 공기가 많이 함유되도록 되도록 위에서 따를 것(살갗이나 바깥에 튀지않게 조심)
커피와 프림을 먼저 넣고 설탕은 나중에.
마시는 사람의 미소를 떠올리며 스푼으로 저어줄 것.

그리고 회사에 다니기 전에, 의전 일을 하면서 나만의 일회용 커피 타는 법은 이랬다.
음양탕의 조화를 따라서 뜨거운물을 먼저 붓고 찬물을 부어서 (흔히 정수기를 이용하니까) 너무 뜨겁지 않게 커피를 타는 것이다.
물의 비율은 3:1이나 4:1정도.

인스턴트 커피를 타면서, 어서 어른이 되어서 내 마음껏 커피를 마실 수 있고, 밤 새워 책을 읽고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하던 나의 초딩 꼬꼬마 시절. 그 시절의 내가 그리워진다. [나도 화장하고 싶어] 하며 엄마를 조르자, [화장이 얼마나 귀찮은 건데 그러니] 했던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그 시절이.

하얀 사기 커피잔 바닥에 남은, 한 쪽으로 커피잔을 기울여야만 내 모습이 비칠락말락할 정도로 조그맣게 남은 진갈색의 인스턴트 밀크 커피 한모금이.

무척, 그리워지는 밤이다.

사진은 2008년 7월 20일 친구네 집 근처, 카페 화수목에서 찍은 그날의.. 아니 오늘의 커피입니다 :)







by 아이 | 2008/10/15 02:22 | ㄴyammy yummy - 食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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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Beautiful Be.. at 2008/12/06 05:22

제목 : 커피 맛나게 마시기.
아빠가 남겨주신 밀크커피 한 모금. (인스턴트 커피 타는 법)아무리 솜씨 없는 당신이라해도쉽고 맛나게 커피 마실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원두커피를 시키고거기에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풍덩-넣고 저어주면 달착지근 짝퉁 카푸치노. 집에서 다방 커피를 타 마실 때는물이 아닌 우유를 데워서거기에 타 마시면 달콤쌉쌀한짝퉁 카페라떼. 우유 + 인스턴트 커피 + 설탕 + 프림 +......more

Commented by 전단지박사 at 2009/02/13 23:32
잘 보구 갑니다 시간 되시면 제 카페도 들려 주세요 → cafe.daum.net/ppp]]8
Commented by 아이 at 2010/05/17 06: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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