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자본의 폭력에 시달리는 기륭노동자들을 도와주세요. 에 엮습니다.
나는 과거에 내가 쓴 글에 대해 까인 적이 있다. 나 자신은 그저 내가 느꼈던 것, 생각한 것, 보고 듣고 맡고 만지고 맛 본 경험과 감각, 생각들을 적은 것이였지만
-지가 소설 속 주인공인줄 아나 -뭘 그렇게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야 -가식적이기는 -무슨 꿍꿍이 속이야
등의 이야기나 인평을 들었던 적이 있다.
나는 그래서 내가 겪은 일들을 자세히 쓰지 않는다. 온라인에서는. 오해와 추측으로 평가대상이 되는 것이 싫고, 그리고 친구들에게, 내가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이 미안하고 겁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 대해 걱정을 하고 염려하는 사람들이나 나에 대해 평가를 내리거나 기륭전자 사태에 대해 정부 측을 지지하는 입장의 분들은 지금 접혀져 있는 글을 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이것은 하루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한 사적인 기록일 뿐이기 때문이다.
추천을 받던 혹은 어리석다 욕을 듣던 그런 것은 둘째치고라도 나는 나를 걱정해주는 이들을 위해서는 이 날의 기록은 하지않는 것이 낫다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날을 기록해 두어야겠구나 해서 글로 남겨둔다.
누군가를 위해서라기보다 내 기억을 위해.
그 날의 음원 파일도 사진도 전부 사라져버렸기에 내 기억도 희미해질 것이 두려워 기록한다.
그 날의 다른 기록들.. http://gameunbit.tistory.com/166 http://news.egloos.com/1825457#1825457_1 http://medwon.egloos.com/2110582 http://savenature.egloos.com/2106748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50019
그리고.
신촌에서 일을 마치고 기륭으로 향했다.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갔다. 치마는 거추장스러우니 캐쥬얼을 들고 갔다. 오후 3시에 와 달라고 카페에서 메일을 받았지만 일이 끝나고나니 시간이 많이 흘러있다. 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기륭전자로 향했다. 전에는 충남슈퍼 지나서 내리는 바람에 헤맸는데 오늘은 그 정거장 전에 내려서 해맸다. 바보같애,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늦어서 마음이 급했다.
버스에서 내려 기륭전자로 향하니 이미 시위대와 전경들이 가득이다. 스피커에서 [여성분들께서 먼저 전경들 측으로 이동해주십시오] 목소리를 듣고 급히 대열에 합류했다. 갈아입을 옷가방을 손에 든 채 전경들이 든 방패앞에 섰다. 기륭노조원들을 쫓아내려고 하는 중이구나. 근데 왜 전경이?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켜줘야지. 두려운 마음으로 다른 여자분들과 함께 진열을 갖추고 전경들과 대치했다. 이 쪽으로 오지마세요, 하는 뜻으로 전경들이 기륭 전자로 향하는 길목을 막아섰다. 그들이 향하려는 곳에는 시민들과 노조원이 있었다.
한 뼘 정도의 거리를 두고 전경들과 나와 다른 여성분들이 서로를 마주보며 서 있었다. 긴장된 눈빛들이 오가는데 뭔가 뒤에서 명령이 떨어지자 전경들이 방패를 앞세우고 들어온다. 바로 코 앞에서 - 아니 방패가 내 몸 앞면을 누르며 들어온다. 나와 다른 여자분들은 몸으로 버텼다. 우리가 인간 벽이 되어 전경들과 맞서고 있었다.일부러가 아니라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난 일이다. 팔짱을 끼고 막다 나중에는 팔이 끈허질듯 아파서 풀고 양 손으로 막아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시선과 시선이 부딪치는 순간들. 전경들은 내 시선을 피했다. 으쌰 으쌰 무어라 내지르는 구호와 함께 방패들이 움직이고 아까까지만해도 보이던 흔들리던 눈동자들이 방패 뒤로 사라진다. 밀고 당기는 소란 속에서 욕설이 들리기도 하는데 앞에서 방패에게 밀리고 뒤에서 사람들에게 밀리면서 몸이 막 밀리고 눌린다. 방패 사이에 끼이기도 하고 방패 끝에 얼굴을 맞기도 했다. 발이 밟히고 채이고...아프다는 생각이나 느낌보다 놀라고 겁이 났다. 혼란 속에서 함께 구호를 외치기도 하다가 사람들 틈바구니에 밀려 나동그라졌다. 발과 종아리가 막 채이고 밟혔다. 사람들과 전경들에게 깔릴 참에 뒤에서 어떤 분들이 그 틈바구니 속에서 꺼내주셨다. 옷이였나 팔이였나 아무튼 끌려서 나왔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 와중에 자주색과 하얀 색의 캔버스화, 스니커즈가 눈에 들어왔다. 전경들의 신발이다. 저 사람들도, 대한민국 20대 남자애들이고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사람들일뿐인데.
서러움이 왈칵 몰려와 눈물이 나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ㅁㄴㄷ 통해서 왔다는 여학생이 나를 달래 주었다. 고마워라. 잠시 전경들이 조용해지나 싶었다. 행진이 멈추었다, 잠깐. 멀리서- 아니 기륭 전자 입구에서 구조물이 만들어지는 것이 보인다. 탑같은 구조물을 쌓고 있다. 하늘이 파랗게 맑아 너무 예뻤다. 하늘 아래서 벌어지는 일들과 상관없다는듯 맑은 하늘과 그 아래 쌓여지는 구조물과 사람들. 무척 대조적인 모습이다. 백에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짐이 많아 걸리적거려서 기륭 임시 휴게실?창고?같은 곳에 허락을 맡고 짐을 두고 간단히 지갑과 카메라만 넣은 백을 들고 농성장에 섰다. 팽팽한 긴장감. 소리. 소리.. 우리들-시민연대-은 진열을 갖추어 서서 구호를 외쳤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파란 옷 입은 사람들과 검정 티셔츠 차림의 용역 깡패라 불리는 사람들이 떼로 우르르 몰려 나온다. 그들이 마구 시민들과 노조원을 폭행했다. 안돼, 그러지 마! 모두가 달려가서 막아섰다.때리지마세요! 그러지 마! 소리는 묻혔다. 그만 하세요! 나도 가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지 말라고 양 팔을 벌리고 오지 말라는 뜻으로 그 사람들 앞을 막아섰다. 양 팔을 벌리자 내 몸이 십자가 형태가 되었다. 더 가까이 오면 그 사람들이 내게 안길 형태가 될 참이다. 경비업체 사람들이 주춤.하더니 어느새 시민들과 대치 상황이 되었다. 어디서 이런 사람들이 온걸까 다들 체격도 너무 좋고 키도 너무 크다, 세상에. 조그마한 기륭 여성 노조원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 사람들 같다. 전경들한테 왜 이렇게 사람 때리는 거 보고만 있느냐고, 잡아가야할 사람들은 맞는 쪽이 아니라 때리는 쪽 아니냐고 했지만 들리지도 않나보다. 대체 무얼 위한 경찰인가. 공권력을 위해 존재하는 경찰은 눈 앞의 폭력을 방관했다. 시민을 위한 경찰은 그 곳에 없었다.
내 옆에는 모자를 눌러쓴 이랜드 노조원 아주머니와 안경을 쓴 귀여운 목소리의 아가씨가 있었다. 우리들 뒤로는 성난 시민들이, 그리고 우리들 코 앞에는 무시 무시한 사람들이 있었고 그 뒤에는 철조 구조물 탑이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비행기가 낮게 쌔앵 지나가고 욕설이 여기 저기서 오간다. 시선, 시선들.. 어디 피할 곳도 없이 눈길들이 마구 쏟아진다.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려보아도 시선이다. 곤란하고 난처하다. 시선 받는 일을 할 때와는 다른, ... 무섭고도 안타깝다. 용역깡패라 불리우는 사람들은 틈만 보이면 싸우려 들었다. 우리들 뒤의 남자분과 싸우고 주먹질하려는 걸 내 옆의 이랜드 노조 아주머닌 설득하며 말리고, 키 작은 아가씨는 귀여운 목소리로 아이, 왜 그러세요~ 호호 그러면서 받아 넘기고 있다. 싸움을 말리고 있다. 대단해.
용역 깡패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 한 커다란 사람은 대치 도중 자기 이야길 했다. 씨름했었던 2년 때문에 자기가 이 꼴이라고 한다. 그 사람도 노동자인데. 결국은 같은 처지인데. 하루에 얼마 받고 이 일 하시냐고, 얼마면 되냐고 묻고싶은 걸 참았다. 그 일당에다가 내 여자친구들이랑 소개팅 주선까지 해 줄테니까 그냥 곱게 집에 돌아가주시면 안되겠냐는 소리가 목 끝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너무 무서워서;
철제 구조물에 현수막이 걸리고 노조원으로 보이시는 분들께서 올라가 계셨다. 그런데 갑자기 그 철제 망루가 크게 흔들렸다. 경찰들이 흔든다고 생각하고 그러지 말라고 소리쳤다. 망루 위의 사람이 위험한데 대체 무슨 짓인가, 화가 났다. 속상하고 분하고 자리에 있으면서도 아무런 도움이 못되는 스스로가 무능하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날이 어두워지고 촛불이 켜졌다. 전달된 초에 불을 붙이고 서 있는데 앞 사람들 눈 앞에 불빛이 바로 비치면 눈이 부시니까 초를 높이 들었다. 팔이 좀 아팠지만 혼자 높게 들었다. 철제 망루에 서서 아래를 보시는 분, 위에서 우릴 내려다 볼 경찰들. 촛불을 보아달라고, 인간답게 일하고 대우 받고 싶다는 그 마음. 제가 함께 있다는 그 마음 좀 보아 달라고 초를 높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앞 사람, 경비업체 분들 눈도 아프지 않을테고.
진압하는 쪽, 돈을 받고 시민들과 기자, 노조원을 폭행하는 쪽. 그리고 맞서는 우리, 다 같은 서민들인데. 한쪽은 명령받은 것을 수행한다는 명목을, 또 한 쪽은 돈을 받으니까 그 이유로 폭력을 행사한다. 또 한 쪽은 인간다운 대우와 밀린 급여와 일터를 지키기 위해 또 한 쪽은 부당한 현실에 맞서서 이것은 잘못된 것이니 고쳐지고 바뀌어야한다는 신념을 위해 폭력에 맞선다. 하지만 폭력에 같이 폭력으로 대항하는 사람도 있더라.. 그건 아닌데 싶지만.. 맞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
갑자기 검은 티셔츠 차림의 경비업체와 파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전투복을 갖춰입은 경찰들로 바뀌었다. 갑작스럽다. 무심코 고갤 숙였는데 검은 군화들이 보인다. 무섭다. 낮엔 운동화였는데...
촛불집회로 인해 알고 있다. 무력진압이 밤이 되면 심해진다는 사실을. 낮에 카메라가 있을 때는 조용히, 덜 폭력적이지만 밤이 되고 조명이 비춰지지 않는 곳에서 경찰들은 피가 흐르도록 시민들을 구타한다는 사실을. 오싹,하고 겁이 났다. 걱정스러워졌다. 촛불 들고 있는 상태에서 아까 낮 같은 상황이 되면 더 위험할텐데..
아까처럼 갑작스러웠다. 경찰이 방패를 들이밀었다. 맨 앞 줄에 있었기 때문에 인간벽의 표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방패 끝에 얼굴을 맞고, 아파서 기절할 것 같은데도 계속 방패로 사람을 민다. 발이 밟힌다. 머리 속이 혼란스러워 눈을 질끈 감았다. 압사할 것 같다. 전경들이 디미는 방패 사이에 몸이 끼이는 걸 빼내면 또 밀리고 밀리고 엎치락 뒤치락하다가 오른 손 손등이 방패들 사이에 끼였다. 2년전에 부러져서 수술한 손등뼈 자리가 방패 사이에 끼였는데 그 상태로 방패끝이 움직여 손이 뒤틀렸다. 너무 아파서 아아악 소릴 질렀지만 사람들의 고함과 욕설 속에 묻혔다. 아파, 너무 아파. 기절할 정도다. 밟히고 채이고 차이고.. 머리채가 잡힌 것 같았는데 손인지 아니면 방패 틈사이에 끼인 건지 알 수 없다. 무섭고 아프고..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맨 앞 전경 너머 왠 손이 쑥 나오더니 나를 끄집어서 자기네들 안 쪽 진영으로 나를 집어 던지더라. 순식간에 나는 전경들 대열 안의 진영으로 던져졌다. 어리둥절했다.
전투경찰들이 사람들을 밀어낸 자리, 철제 망루 앞에서는 몇 몇 노조원들과 시민들이 앉아 지키고 있었다. 전투경찰등의 등을 보다가 도저히 나갈 수 없는 걸 알고 안 쪽 사람들과 합류했다. 다친 사람들이 있어서 앰뷸런스가 왔지만 전경들이 길을 터주지 않아서 한 명씩 그들이 터주는 틈바구니로 나가야 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가방이 열려있고 카메라가 없다. 아까 전경들에게 밀리면서 바닥으로 떨어진 모양이다. 내가 찍은 사진이며 영상. 그리고 업로드해야할 일거리들이랑 기록들. 얼마 전 수리를 끝내고 수리비를 지불하고 센터에서 찾아온 내 디카와 4기가의 메모리.. 머리가 어지럽다. 신발까지 찢어져있다. 가죽 신발의 가죽이 찢어질 정도로 발을 밟히고 채였던 건가.
촛불을 들고 앉아 있는데 손이 아프다. 아까 끼인 손을 보니 심각하게 부어올랐다. 부러졌던 뼈 자리가 기괴하게 튀어나와있고 아프다. 너무 놀랐다. 주변 분들덕에 진영 밖으로 나가서 구급차를 기다렸다. 15분 정도 기다렸는데 오는데 또 25분 정도가 걸린단다.
어쩌지? 부러진거면 어쩌지? 31일까지 해야할 마감이 3-4개 정도가 있는데 전부 손이 필요한 작업들이다. 아니, 그 전에 또 손이 부러져서 또 수술해야하면 어쩌지? 2년 전처럼 혼자서 입원해서 그 고생을 또 해야하나 싶어 서러워 눈물이 났다. 그리고 내 앞에서 밀고 밀리고 맞고 때리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억울하고 서러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울었다. 손은 부어오르는데 응급처치 할 방도도 없고.. 119측과 통화가 연결되어 부러진 것 같다니까 응급처치 법을 알려주셨다. 1. 얼음으로 부은 자리에 얼음 찜질을 해 줄 것. 2. 평평한 면에 부러진 자리를 대고 있을 것.
구급차를 기다리며 얼음을 찾았지만 구할 수 없었다. 주변 식당 아주머니께서 수퍼에서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다가 봉지를 뜯지말고 그걸로 찜질하라고 하셔서 그래야하나 하는데 얼음비닐팩을 어디서 구해다 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부러졌던 손등은 여전히 퉁퉁 부어올랐다. 네번째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고 주먹도 쥐어지지 않는다. 손이 기형이 될까 겁이 났다. 뼈가 다시 부러져서 다시 손등을 째고 수술해야하면 어쩌지? 겁이 났다. 아픈 것보다도, 수술 자국을 지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또 이렇게 다치다니 스스로가 한심하고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
기다리던 구급차가 왔다. 혼자서 올라탔다. 혼자 왔으니 어쩔 수 없지. 멀리서 사람들이 보였다. 저 상황 속에서 나만 부상을 핑계로 도망치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다친 손이 너무 걱정되고 무서웠다. 부러지면 안되는데. 수술비도 감당 못 하고, 혼자 자취하는데 간호해줄 사람도 없고, 지방의 부모님께 뭐라고 할 말도, 뵐 낯도 없고.. 조심했어야 하는데. 다 내 잘못인가 싶고, 전투 경찰, 폭력 경비 용역 업체가 밉고, 기륭전자 노조원들이 너무 불쌍하고, 내 스스로가 너무 밉고..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무섭고 서러워서.
어디다 전화를 할 수도 없었다. 이 시간에 친구 누구에게 전화해서 뭐라고 한단 말인가. 그러고 있는데 친구 S에게서 전화가 왔다. 울먹이며 구급차 타고 응급실에 간다니까 너무 놀란다. 신촌연세병원으로 간다니까 가깝다며 와 준다고 했다. 너무 고마웠다.
기륭사태에 대해 아는 친구들이 없다. 그 사태를 설명하고, 왜 내가 오늘 이 곳에 와서 다칠 수 밖에 없었나를 설명하기에는 할 이야기가 너무 길다. 우리나라 주요 언론은 기륭전자의 이야기를 크게 다루지 않는다. 사람이 죽어가고, 단식 농성이 100일이 가깝도록 시선을 주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모른다. 대한민국 하늘 아래 벌어지는 상황들을 모르고, 안다고 해도 남의 일이라 생각한다. 아닌데. 그게 아닌데..
원래는 현장과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되는데 전에 수술한 병원으로 가 달라고 했다. 병원에 내려 혼자 수속을 밟고 엑스레일 찍고 검사를 했다. 뼈는 다행히 부러지지 않았는데 인대나 근육이 찢어지거나 등의 내상이 있다며 약처방과 반깁스를 해주며 이틀 후에 내원하라고 한다. 부러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손의 아픔을 잠시 잊을 정도로.
밟히고 채인 왼쪽 다리, 방패 사이에 끼여 다친 오른 손 손등과 손목과 팔.. 현재는 오른 손은 네번째 손가락을 굽힐 수 없고-펼수도 없고 손목에는 피멍이 들어있고 팔뚝이 아프다. 이틀째 온 몸에서 열이 나고 있고 오른 손이 뜨겁고 몸살이 난 듯 몸이 아프다.
왼손 하나로 타자를 치려니 너무 힘들다. 독수리 타법.. 속도도 느리고 힘들다.
여기까지가 나의 이야기다. 어서 손이 나아야 마감을 제대로 할텐데, 걱정이다. 자야겠다. 힘이 든다. 내가 제대로 강하지 못해서 다치고, 그걸로 모두에게 걱정을 끼쳐서 너무 미안하다. 힘이 필요하구나, 강해져야겠구나.
밤 늦게 현장에 남아있을 이들과 기륭전자의 노조원 모두들이 걱정스럽다.
대한민국의 권력. 정부가 개입되어 용역경비업체와 함께 시민들을 구타한다. 누구보다 시민의 편이 되어주어야 한다 생각하는 경찰은, 정부와 함께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사람들을 잡아가고 때린다.
우리 모두가 커다란 권력의 손 아래에 놀아나는 꼭두각시인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서글퍼진다.
어서 자야겠다. 빨리 나아야겠다.
할 일이 많다. 빨리 낫고싶다. 내가 해야할 일, 내가 도울 일. 모두를 걱정시키지 않고 모두를 도울 수 있는 길..
어렵다.
아픈 손.. 어서 나아야할텐데.
잃어버린 카메라야 찾을 수 없다해도 그 안에 있는 메모리에 일 관련해서 중요한 정보들이 들어있어서.. 찾고 싶은데 불가능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아마도 자리에 있던 전투경찰분이 주워 가셨지 않으셨나 싶은데, 찾을 방도가 없으니..
시위는 이어진다. 사람들이 제발 다치지 않기를 기도한다. 맨 몸으로는 방패 앞에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것을 겪고나니 앞으로 이어질 나날들이 더 걱정스럽다.
한국. 내가 살아가는 곳.
괜찮은 거니.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거니? 마음의 답답함에 머리가 아파온다. 지금은, 자 두어야겠다..
이글루스 가든 - 나를 사랑하며 20대를 살아가기
기륭전자, 081020, 비정규직철폐, 인권과평화, 기륭사태, 기륭전자노동자돕기, 촛불, 촛불을밝힙니다, 아파요, 때리지마세요, 도와주세요, 비정규직, 비정규직노동자, 집회의자유
|
|
|
|
|
가슴을 펴고, 여유를 가지고, 웃으면서 조근조근.
감사하며 먹고 사는 이야기.
by 아이
카테고리
전체about here & meWhy?@! (Q&A)低俗하게 blahblahHealthy& Beautiful 삶ㄴDiet & Healthy lifeㄴFashion & Make upㄴ착장 기록, 메이크 업ㄴyammy yummy - 食ㄴㄴ자취생의 소꿉놀이 (요리)Earth trip 지구별 여행 일기ㄴ東京日記 (2007)ㄴ日記 (2008~now)ㄴ3&ka logs (2010~2011)ㄴ韓國 내 나라 탐방 Enjoy study ㄴCatholic holicㄴWorkroad ㄴㄴS/M/C/Gㄴ외국어 공부 연습장 (E,日)ㄴ빵과 장미 (노동법,인권,심리)ㄴ미디어 행동 네트워크 美行 Unlocked Secret (뻘글)girl talk (18세 소녀감성)ㄴ♡ My Favoriteㄴ라이더가 되고 싶어ㄴHappy hobby logs Make something-文,畵,音ㄴReview & 후기ㄴ글(시,소설,수필,동화,기사)ㄴㄴ이글루스 빌라 204호 아가씨ㄴ그림 (일러스트, 원고, etc)ㄴ사진 (前 in my days)ㄴㄴ 오늘의 펑 포스팅 ^^;ㄴ소리 (radio, 낭독, 노래)Scrap & Tagㄴ기사,칼럼,영상,이미지등 감상ㄴ알림장etc2011 인턴쉽 log2014 호주 워홀 2016 달콩 봉봉미분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