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는 길 골목에, 여고생으로 보이는 한 앳된 얼굴의 아가씨가 내게 도움을 청했다.
골목 윗 길 자동차 아래 고양이 이야기를 하길래 난 그 고양이 빼내는 걸 도와달라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 고양이가 무서워서 집에 들어가질 못 한다기에 집 문까지 데려다 주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었다.
"고양이가 뭐가 무서워요, 고양이는 사람을 더 무서워 할텐데~"

혼자 돌아오는 귀가길에서 만난 소녀와 고양이.
나 역시, 그런 무의미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내가 무엇을 두려워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비난, 실직,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이와 사이가 멀어지는 것, 가난, 우울, 불행, 누군가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 내가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들을 잃는 것.
그런 변명들로 인해 나는 주저하고,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들을 하지 않고 있다.
아마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나서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들은.

고양이가 두려워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던 소녀보다
어쩌면 자동차 밑에 숨어있던 고양이가 그녀를 더 두려워 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두려워 하는 것들. 그리고 오늘의 나.

많은 생각이 교차하던 밤 귀가길이었다.

by 아이 | 2008/11/12 22:26 | girl talk (18세 소녀감성) | 트랙백 | 덧글(15)

Commented by 나막신 at 2008/11/12 22:40
서로를 알지못하니 서로가 서로를 무서워하는군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8/11/12 22:53
서로를 알게 될 기회가 언젠가는 올까요?
Commented by 난향도미 at 2008/11/12 23:00
머리로 아는 것 들 중 상당수가
가슴으로 마주 해보면 별거 아닌 것들이 많죠~

맨날 칼퇴근 하는 친구의 표현에 빌리자면
이런 것도 결국은 "브레이브 헐트!"
Commented by 매듭 at 2008/11/12 23:49
어이, 어이 -_-;; 그 친구는 이제 칼퇴근한지 달랑 사흘 지났다.
그것도 잔뜩 일이 쌓이는 것 같은데 빨리 퇴근하란 종용을 받고 불편해하며.
Commented by 아이 at 2008/11/13 01:25
난향도미 // 음.. 머리와 가슴. 따로 놀면 안되는 거죠..
맨날 칼퇴근 하는 친구, 부럽다~~~~~~~라고 생각했더니 매듭님이셨구나!!!

매듭 // 달랑 사흘;; 월말 마감인 프로젝트 어서 무사히 끝내시길 빌어요 ㅠㅠ
이러다 프로젝트 마감 축배 = 연말연시 축하..ㅠㅠ
Commented by 삼별초 at 2008/11/12 23:18
정말로 후회를 한뒤 내가 뭘 원했는지 아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후회를 하기전에 알게되면 조금이나마 덜 가슴이 아플텐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8/11/13 01:25
글쎄요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법이니, 미리 알았다면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겠죠? 그치만 언제나 변수는 있는 법이라 또 모르는 거라고 생각해요^^
Commented by 매듭 at 2008/11/12 23:49
음... 그러니까 결론은 해치지 않아요(웃음)
Commented by 아이 at 2008/11/13 01:26
맞아요 딱 그거!!!
Commented by ZOON at 2008/11/13 00:32
사실 길고양이는 지저분한 환경때문에 손톱에 긁히거나 물리면 병균이 옮길 수도 있겠죠.
그걸 무서워 한 것이 아닐까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8/11/13 01:27
음.. 근데 저 멀-리서 떨어져서^^;;

길고양이는 왠만해서는 사람 곁에 가까이 오질 않아서 그렇게 긁히거나 할 염려는 없는 걸요?^^;
걍 고양일 무서워하는 처자같았어요.
Commented by 푸푸 at 2008/11/13 11:50
서로에 대한 무지가 결국 두려움을 만들죠.
그래서 세상엔 전쟁이 있는 것 아닐까요. 오죽하면 하나님이 인간을 벌하기 위해서 언어를 나눴다는 이야기가 있겠어요~
누군가에 대해 알기 전에 쓸데 없는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어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8/11/13 12:22
맞아요. 그치만 역시 잘 모르는 이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건, 우리가 타인에게 있어서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이제까지 상처를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타인과 내가 서로를 알아가며 얻을 수 있는 행복만큼이나
그 전에 낯선 이들끼리의 마찰로 잃은 안정감이나 행복도 있으니까.......

음; 그치만 역시 자신의 감정은 상대에게 전해지고 퍼지니까
너무 두려워 하지 않고 제대로 보도록 노력해야겠어요.

:) 무지가 두려움을 만든다, 그러니까.. 더 알려 애쓰고, 배워야겠어요. 푸푸님.
Commented by 러브햏 at 2008/11/14 04:19
요즘 세상에 보기드문 풋풋한 이야기네요. :)
Commented by 아이 at 2008/11/16 12:59
음, 저도 사실 음? 낯선 사람 따라갔다가 위험한 건 아냐? 생각했었지만..^^

풋풋하게 느껴주신 러브햏님이 더 풋풋하신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