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했다 + 염려




간만에 밀린 빨래를 돌리고 행굴 때 얼마 전 사온 피존 옐로우 미모사를 넣었다.
빨래를 널며 인위적인 향이지만 향기가 참 좋아 몇 번이고 깨끗해진 새 옷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아보며 좋아했다.
포근 달콤한 향.

사람도 세탁물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새로 빨고 깨끗해지는 것, 죄를 고백하고 회개하며 다시 더럽게 살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하지만 빨래를 해서 깨끗해진 옷도 다시 더러워지고, 순간이나마 반성하고 결심한 마음도 버릇과 습관으로 때를 타서 예전처럼 돌아가고.

그대로 두면 땀 냄새며 여기저기서 묻혀온 담배와 오물, 음식 냄새로 엉망이 되겠지.

...
내 마음도 빨래같아서 깨끗이 세탁하고 싶다.

세탁기에 대강 돌리지 않고 손으로 빨고 누군가와 함께 빨래 물기를 짜고, 팡팡 털어 햇살에 뽀송 뽀송 말렸음 좋겠다.
안기면 기분 좋은 냄새가 나는.

내 마음도, 빨래면 좋겠다.
세탁물 사이에 낀 지저분한 양말이나 속옷들을 세탁기에 돌리며 한, 빨래 단상. 









---2004.9.30 일에 작성했던 빨래 단상------






날씨가 너무 좋아요,

창문을 닫아주세요.


밝게 웃던 그 얼굴이 지독히 선명히도 떠오르는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요.

 

가슴 한 켠이 먹먹히 시려오는

물빛 푸른색 하늘.

 

일요일 같은 평일 오후.

밀린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합니다.

젖은 빨래들을 다 널어 놓고 하늘을 봐요.

몇 년 전, 옥상에서 빨래를 널던 그 때의 나와는 조금 다른 나.

 

더 이상 아무 것도 그리워 하지 않고

더 이상 아무 것도 꿈꾸지 않고

현실 속에서 살아가요.

 

날씨가 무척 좋은 날은

늘 혼자였던 것만 같아요.

 

하늘이 넓은 풀밭 가득한 공원에서도

햇살이 따스하게 눈꺼풀을 덮는 도서관에서도

 

캔커피 한 잔을 뽑아 마시며 벤치에 앉아 소설책을 뒤적이고

아는 이 없는 열람실에서 노트 한 쪽 귀퉁이에 낙서를 하고

 

노곤한 어깨에 햇살
나른한 눈가에 바람

 

하늘이 내 안에 들어올 것만같은 오늘은

늘 혼자.

 

햇살이 너무 좋아요.

날씨가 너무 좋아요.

하늘이 너무 예뻐요.

 

그러니까,

창문을 닫아주세요.

 

그 때 그 곳의 나와 전혀 상관없는 내가

이 곳에 있어요.

 

모포(morpho)님 블로그 창문을 닫아주세요. 날씨가 너무 좋아요.

한 구절을 인용했습니다.



ps. 고해성사는 사람의 마음을 세탁하는 과정일까?




... 솔직히 내 소녀감성 철철 넘치는 글들을 보면 얼굴이 쌔빨개지고 엉엉;;ㅠㅠ;; 민망해.. 나이가 몇인데;;
이러다간 나 할머니가 되어서도 꽃점 치면서 호호거릴거 같다;;;;;;;;;;;;;;ㅠㅠ;

우잉; 뭐 같이 놀아줄 짝짝꿍 맞는 짝지나 친구 할매가 있음 몰라도..;;

흑;
부크러워 소녀감성.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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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 2008/11/16 15:50 | ㄴCatholic holic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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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飛流 at 2008/11/16 16:06
ㅇㅅㅇ 나이 먹어서도 소녀감성 잃지 않는 것,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은 참 중요한 것이니 부끄러워 하실 것이야 ㅎㅎㅎ
Commented by 아이 at 2008/11/16 16:10
아이쿠 감사합니다 (넙죽) ㅠㅠ

飛流님 같은 분들 덕에 제가 부크러워 하면서도 쎄우는 거지요 소녀감성 캔디 시릐주 포스팅;ㅂ; ㅎㅎㅎ;; ㅠㅠ
Commented by 미도리 at 2008/11/16 17:38
부러워요 소녀감성@.@ 전 이미 세파에 찌든 도시녀;;;;;;;;;
Commented by 아이 at 2008/11/16 17:43
ㅎㅎ 이그~~! 그렇게 말씀하셔도 전 다 안다구요! 미도리 님 안의 연약한 소녀 감성과 강인해보여도 갸냘픈 맘. 다 보여요! +_+ 거기에 도시녀 간지까지.. 부러운 걸요?! (>_<)/ 미도리님 파이팅입니다!!!
Commented by deathe at 2008/11/16 18:55
새 빨래가 보송하게 말라있는 것은 물론 기분좋은 물건이기는 하지만 간혹 고양이에게 화를 내게 만들거나, 담배피우는 사람을 원망하게끔 몰아가요. 그래서인지 가끔 전 더럽고 끔찍한것에서도 황홀함과 편안함을 느껴요. 그런 세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셨나요? '정말 멋지게 지저분하고 어질러져있군.!' 하는 정도로.
Commented by 아이 at 2008/11/16 19:20
오오오오오오!! deathe님 손을 잡고 제 방으로 초대하고 싶어지는데요!

... 말말씀씀하하신신그그세세계계가가바바로로ㅠㅠㅠ 여여기기 제제 방 같같은은 데데요(갑갑자자기기이이상상하하게게타타자자가가쳐쳐져져요요요요!;;;)

적적재재적적소소의의 물물건건과과 취취향향을을 생생각각하하게게 만만드드네네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8/11/16 19:22
deathe 님께는 애정이 두 배? 순간 당황했는데 왠지 재밌는 현상 같아서 걍 둘께요^^;/

근데 여기(제 블로그)도 좀 그런 느낌 들지 않나요? 중구난방의 잡다한 관심사와 제멋대로의 취향을 방문객들에게 강요하는 듯한 지저분하고 어질러진 곳..^^;;;;;;;;
Commented by 삼별초 at 2008/11/16 23:27
햇볕에 말려서 뽀송뽀송한 이불을 덥고 자면 잠이 절로오죠 ^^

그러고보니 슬슬 이불빨래의 시기가 다가오는군요

옥상이 없는곳에 살면 이불빨래가 정말로 거사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9/06/08 10:31
폭신한 하얀 침대 시트랑 이불 너무 좋아요;ㅅ;

서울 집에선 색상 있는 이불을 깔고 자지만요^^;;
Commented by 그린필드 at 2008/11/17 01:45
와우, 안 그래도 처음에 빨래 이야기 보면서 고해성사... 하고 막연하게 떠올렸는데.
그리고 [아직은] 성인만의 놀이터인 이글루스에서 모처럼 보는 소녀감성 참 좋십미다//ㅂ//
Commented by 아이 at 2009/06/08 10:32
그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소녀, 그만 졸업해도 될 나이인데.. 전 언제까지 이럴지^///^;;

제 블로그 포스팅들은 꾸준히 소녀 감성이네요 ㅠㅠ
Commented by 매듭 at 2008/11/17 09:35
더러워졌나를 항상 돌아보며 살펴보고, 더러워졌다 싶으면 제때 제때 빨아내는 게 중요한 일이겠지요 :)
Commented by 아이 at 2009/06/08 10:33
너무 많이 더러워지면 세탁에도 시간이 많이 드니까요.
자주 자주 스스로를 돌아보아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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