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행美行-3차] “인간과 짐승의 차이를 말씀하시네요” / 최종학


[독자칼럼] “인간과 짐승의 차이를 말씀하시네요” / 최종학

정규직 노동자의 가슴 속엔

사람들은 묻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정규직 현장 노동자의 가슴 속엔 무엇이 있나?”
나는 정규직이다. 아내 또한 ‘철밥통’으로 불리는 정규직이다.

아파트도 한 채 있고 자동차도 있다. ‘현장활동가’라는 것만 아니면 그럭저럭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갈 만 하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불평등한 일들은 적당히 눈감아 가며 “세상사 모든 일이 바르게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지…” 궤변을 늘어놓아도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는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작업복을 입고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을 ‘동료’라고 아무도 얘기 하지 않는다. 왼쪽 가슴에 붙어있는 업체의 로고만 다를 뿐인 이들, 젊은 나이에 잘생긴 얼굴과 열정이 있어 보임에도 이들은 항상 어두운 모습들이다. 난 태어나자 마자 이마에 정규직 도장이 찍혀서 정규직이 된 것도 아니다. 그냥 어찌 하다 보니 된 것이다. 15년 전 그때는 마음만 먹으면 현장노동자로 정규직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좀 있었다.

입사한 후 6년 만에 회사가 부도처리 되었고 매각되는 과정에서 징계해고를 당했다. 7년여의 싸움 끝에 복직했다.

다시 들어와 보니 많이 달라져 있었다. 새로운 의제와 맞부딪혀 지금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명색이 ‘노동’을 얘기하고 ‘혁명’을 좇아 다녔는데 말이다. 차라리 정규직이 아니었다면 편하게 얘기하련만 이도 저도 아니다. 정규직 활동가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일이 있었다. 열정만 가득한 줄 알았던 지부집행부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정면으로 걸었다. 법원에서 불법파견이라는 판정도 받았다. 정규직이 비정규직문제를 가지고 싸웠다. 아름다운 투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본조에서 버림받고, 지부조합원들로부터 불신임 당했고, 해고되고 구속되었다. 권력이나 자본에게 탄압받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불신임 사유가 정규직의 이해를 대변하지 않는 것이라니 어찌 노동조합주의의 극치가 아니겠는가?

민주노총과 이랜드노동조합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비정규직 문제를 바라보는 민주노총의 시각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이랜드 투쟁이 패배하면 깃발을 내리겠다던 민주노총의 ‘지도’가 사라진 자리를 육사출신 위원장은 자신의 상식과 양심으로만 지킬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랜드 지도부는 자신들을 소신공양하고서야 조합원들을 현장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이랜드 아주머니들의 외로운 투쟁을 지역의 시민과 사회단체들이 지키고 있는 동안 민주노총의 지도부는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투쟁기금마저 행정상의 이유를 대며 전달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이랜드조합원 아주머니들이 내밀고 있는 연대의 손을 자르고 있었던 거다. 장담하건대 ‘연대’를 예비군 ‘연대’ 정도로 알고 있을 것이다. 연대는 그녀들이 불쌍해서 해주는 게 아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향한 칼날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이다.

이랜드 연대 손놓은 민주노총

지난해 설을 앞두고 비정규직지회에 있는 몇몇과 소주한잔 했었다. 명절을 앞두고 내가 고작 한 것은 상품권 한 장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기 좋게 거절을 당했다. 부끄러웠다. 필요한 것은 상품권이 아니라 소주 한잔 하는 자리가 더 좋았다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하고 대단한 말뿐인 노동조합의 지원도 아니고 ‘지도’를 능가하는 가르침도 아닐 것이다. 내가 부르는 노래가 남들이 듣기에 어떠한지는 꼭 물어봐야 한다. 나만 좋다고 부르는 노래는 노래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노래는 기꺼운 마음으로 들어줄 줄 알아야 한다.

비정규직이라는 거대한 바다 위에 떠있는 빙산일 뿐인 정규직. 그 빙산이 비정규직의 바다로 녹아 드는 날이 머지 않을 것 같다. 만화가와 블로거, 작가와 노동자라는 어리둥절한 구성으로 이뤄진 미행(美行)팀이 전국을 순회하는 것 역시 같은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의 위기.

그러나, 비정규직에서 천신만고 끝에 정규직이 된 후배에게 비정규직에 대한 지금의 견해를 물어보았더니 웃으면서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고 있었다. “인간과 짐승의 차이를 말씀하시네요.”

최종학/GM대우자동차 노동자, 미행(美行)


마지막 두어줄 안에서 우리의 현실을 본다.

.... 짐승에서 인간된 거면 웅녀도 아니고 이뭥미 발언?! ㅠㅠ





by 아이 | 2008/12/05 07:54 | ㄴ미디어 행동 네트워크 美行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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