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의 일기.




나는 한 명의 아이.

김포공항에서 홍대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늘 공사 중인 것 같은, 시장 상가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대로 어귀. 가을 막바지를 맞은, 겨울 입구의 거리. 가로수. 시장의 풍경. 스쳐가며 들려오는 촌스러운 느낌의 댄스곡, 한국 가요들. 마른 황색의 거리와 회색의 하늘.

혼란스러운 세상이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 소식들로 텔레비전 속 뉴스나 신문의 분위기는 흉흉한데- 바깥 세상은 언제나처럼 이렇게 계절이 오고 가고 흐르는구나. 사람들도 시장 풍경도, 조금씩 달라지지만 여전히 태평해 보이는 풍경들을 차창 바깥으로 지나치면서 느꼈다, 생각했다.

세상을 살면 살아갈수록, 내가 확신하게 되는 것이 하나 있다고.


그건 바로 내가 이 세상을 정말로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것.
탐내고, 욕심내는 많은 것. 혹은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 라던가 포기하고픈 마음 전부.

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혼자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마다 느끼던 허전함과 쌉쌀한 충만감.
연한 청회색 우울하게 찌푸린 하늘을 바라보면서 느끼던, 마냥 행복하고 신날 수 없던 가슴의 허전함.

떠난다는 일은, 곧 방랑이라는 서클 안에 머무르는 일임을.
내가 했던 무수한 선택들이 결국은 짧은 단발성에 그쳐버린 무언가였음을.

인생이라는 것을 살면서
많은 이들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사랑을 배우고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면서
왜 나는 끊임없이 준만큼 혹은 그 이상을 돌려받기를 원했던 것인지.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는 왜 비워진만큼 채워넣으려는 욕심들로 회귀하는지.

내 확신은, 사랑하는구나에 그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까.

내가 사랑하는 이 세계를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을
내가 지킬 수 있을까, 지켜줄 수 있을까.

세상 누구보다 무엇보다 소중한 내 자신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을까.

바로 내일 눈을 떠 선택해야 하는 많은 갈림길.
나는 또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게 될까.

지독하게 사랑하지만,
제대로 사랑할 줄 알아야 웃으며 행복을 노래할 수 있지 않을까.

혼자서만 다 짊어지려는 것이 버릇이 되어서
쉽게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지만

...
괜찮지 않을까, 지금 이대로도.

약간은.

나를 좀 더 사랑해 주고 싶던 11월의 하루.


---------버스 안에서 이런 걸 쓰고 나서 진행되었던 22일의 일정은 정말로 정말로!!!---------




by 아이 | 2008/11/22 21:15 | girl talk (18세 소녀감성)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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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매듭 at 2008/12/09 21:39
정말로!!! 정말로!!!! 그 뒤는 무엇..? !!!!! 쿨럭 (...)
세상은 언제나 살아볼만 하잖아요. 꺄륵.
Commented by 삼별초 at 2008/12/09 23:17
정말로!! 정말로!!! (뭐)

토닥토닥 힘내세요
Commented by 라랄라 at 2008/12/10 00:16
꼬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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