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전투: 오랜만에 써보는 편협하면서도 길긴 또 되게 긴 글 중에서 나 겨울마다 반지하에서 추워 죽겠는데 5분만 지나면 찬물 나왔다가 더운 물 나왔다가 지 멋대로인 샤워기로 불안불안하게 샤워하는게 그렇게 서글프고 싫었거든. 어쩔땐 물이 5분 지나면 찬물만 계속 나올 때도 있는데 혹시 그럴까봐 샤워할 때는 거의 5분 안에 끝내려고 엄청나게 빨리 해야하거든. 그런데 헤어지려고 생각하다가도 그 사람 집에서 뜨거운 물로 마음 편하게 샤워할 때마다 그게 너무 행복해서 못 헤어지겠어 - 라는 은사자님 친구분의 말을 들으면서 내 지난 겨울들이 떠올랐다.
가난한게 무슨 자랑이니? 하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매년 겨울, 서울의 겨울은 정말 내게 혹독하게 추웠다. 추위에 너무 약해서(생긴 건 곰탱이처럼 튼실해도 은근 약한 데가 있다능-_ㅠ/) 겨울만 되면 문 밖으로 나서는 게 참 싫었다. 대구에서야 따신 물 펑펑 나오는 욕조와 화장실 두 개의 아파트가 있었지만, 서울에서의 겨울은- 힘들었다. 무지 무지.
인천 작은 고모네에서 이어져 안암동 하숙집에서 시작된 서울 생활은 자취생활로 나를 튼튼하게 만들어 주었다. 짠순이에 가난뱅이 근성도 담뿍.
전기장판을 늘 껴안고 살아도 방은 늘 추웠다. 작업실 겸용으로 마련한 큰 반지하 방은 가스비 걱정에 난방을 때기가 힘들었고 잠자리에 누우면 등과 엉덩이는 뜨거운데 코가 시려서 이불을 푹 뒤집어 써도 손,발,코는 쉽게 녹질 않아 뒤척이곤했다.
방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하고 있다 보면 방 안에서도 입김이 나곤 했다. 손이 시려서 키보드를 두드릴 수 없을 정도였다.
언제였더라, 제기동 시절에 한 번 따뜻하게 난방을 하고 지낸 적이 있었는데 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온 적이 있다. 내 생각엔 허름한 집이라 난방용 보일러가(기름 보일러였나.. ) 오래된 모델이여서 그랬던 것 같다.
더운 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괴로웠다. 찬 손, 언 손으로 언 발을 만지며 실내 온도를 높이려 튼 히터는 한 쪽 면은 뜨겁고 그 부분이 닿지 않는 부분은 추워서 늘 애매했다.
... 그래서 늘 겨울은 대구로 피난을 갔었다. 엄마 눈총을 받으며 지내도 대구 집엔 공짜인터넷, 뜨끈한 방바닥, 뜨뜻한 공짜 밥이 있었으니까. 난방비 걱정 않고 따신 방에서 뒹굴거릴 수 있었으니까.
분명 서러웠던 적도 있었는데 지나고 나니 힘들었던 기억보다 유쾌했던 일들이 남아있다.
너무 너무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던 밤은 친하던 언니네로 피난을 가서 잠을 청하곤 했다. 따뜻하던 방에서 언니는 컴퓨터를 했고 난 그 옆 침대나 혹은 옆 방 침대에서 그 집 고양이랑 함께(라기 보단 그냥 바라보며) 잠을 자곤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겨울 마다 늘 남의 집 신세를 지곤 했구나. 따뜻한 방이 필요해서 인천 ㅈㅇ언니네나 혜화동의 ㄷㅂ언니네, 성신여대의 그 언니 집이나 정 갈 곳이 없으면 집 앞 만화방. 학교 일정이나 일이 끝나면 대구에 가서 긴긴 겨울 중 대부분을 집에서 도서관을 드나들며 살았다.
서울에서, 서울 자취방 안에서 견딜 수 없게 추우면 전기장판 위에서 덜덜 떨다가도 눈물이 나곤 했었다. 한기가 가시지 않는 손 발을 쥐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하고 눈물이 핑 돌던 시절도 있었다.
보일러 고장으로 더운 물이 안 나오던 정릉동 시절엔 에스프레소 기계로 물을 뎁혀서 몇 번을 거듭해서 세수를 하기도 했고,(7만원?15만원? 정도의 에스프레소 기계였던 것 같은데... 이사짐 정리 도와준 동생에게 줘 버렸던 것 같다. 개 발에 말 편자라고, 정리 못하는 게으른 내게 좋은 물건은 과분하다는 것을 그 때 깨달았다-_-;) 바로 앞 목욕탕에 가기도 했다.
독립하겠다는 알량한 의지도 아니였고, 그냥 엄마한테 돈 좀 달라는 말을 해도 안 주셨을 뿐이였다. 왜 나는 엄마한테 힘들다는 이야기나 힘든 사정을 말하지 못하게 되었을까? 아주 어릴적부터 [엄마를 힘들게 하면 안돼, 엄마는 바쁘니까, 엄마는 일 하시는 중이니까, 우리 때문에 일 하시니까..] 뭐 이런 나름 대견하지만 삐뚠 생각이 자리 잡혀서 지금의 내 이상야릇한 인격이 형성된 것 같다. 어린 아이에게 기댈, 비빌 언덕이 부모 외에 어디 있다고- 어리던 나는 그렇게 나를 혼자 고립시키며 큰 걸까. 오늘 그루에서 읽은 유시진씨의 푸른 목걸이를 읽다가 눈물이 난 것은 분명 내 어린 시절과 또 내 자취시절의 차갑고 무섭던 겨울 밤의 이미지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가 또 내 심장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내 방은 춥고, 코와 손과 발은 시리지만 예전만큼 심한 추위가 아니라 다행이다.
그리고 가끔 생각한다. 지구 온난화는 모피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밍크나 동물들이 하늘나라 하느님께 일러바쳐서거나, 추위로 노숙자들이 얼어죽지 말라고 생겨나는 현상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작년 겨울에 내 생일을 자축하는 뜻에서 내 자신에게 선물한 노란색 폴라폴리스 잠옷을 입고 있다. 올 겨울에는 내 생일 선물로 초극세사 파자마를 내게 선물 해 주고 싶다.
추워도, 괜찮아. 이젠.. 여기는 한국이고 내 방이고 난방비 정도는 이제 벌 능력이 되니까..(정말?;)
...
추운 겨울마다 내 자취방의 추위를 피해 달아났던 언니네 집의 따스함과 달콤한 향기. 늘 나는 미안하고 고맙고 부끄러운 감정들로 뒤범벅이 되어서 언니가 펼쳐준 잠자리에 누워 잠이 들곤 했었다. 너무 너무 고마워서, 어떨 땐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었다. 분명 그 안에는 서러움도 들어 있었겠지. 엄마는 내가 그렇게 겨울을 보낸 줄은 모르시리라. 아니, 몰라야 하지.
딱 작년 이맘때, 도쿄에서 우리 집 근처 골목에 길 가에서 이불을 덮어쓴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차디찬 한기가 서린 찬 겨울 바람이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에, 벌벌 떨고있는 더러운 이불 덩어리 속에 든 사람이 혹시 내가 지나친, 몰래 땅에 내려오신 예수님일까 봐 몇 번이나 머뭇 머뭇 망설이다 집에 들어온 기억도 난다. 그 사람을 데려와서 더운 물에 씻도록 해 주고, 내게 언니들이 해 준 것처럼 갈아입을 옷을 주고 잠자리를 펴 주고 싶었지만.. 나는 여자애였고 내 일본의 방은 추웠다. 몹시. 이불도 하나였고.
수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추울 것이다. 오늘 밤에도, 내일 밤에도.
부디 되도록 덜 울고, 덜 원망하고, 덜 서럽게 이 겨울을 나길 바란다. 모두가 웃으며 맞이하는 메리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이길 빈다. 일하고, 노력하는 데 가난하게 살 수 밖에 없는 것은 개인의 탓보다 사회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루에 8시간, 10시간을 일해도 춥고 배고픈 환경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 그 어떤 추위보다도 더 절망적인 내일을 안겨주는 것일테니까.
나는 힘을 좀 키워야겠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행복하고 싶어서. 나 혼자 추위를 견딜 수 있거나 따뜻한 방에서 잠을 청할 수 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그 시절의 나처럼 서럽게 눈물을 삼키며 혼자 웅크리고 입김으로 손을 녹이던 누군가가 또 생겨나지 않게.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반지하 방이 참 많은 서울. 옥탑 방엔 외풍이 쎄서 겨울 나기가 참 힘들다던데.. 올 겨울이 가난한 이들에게는 좀 덜 추운, 따스한 계절이 되어 지나가길.
내가 "언니, 나 언니네 놀러가두 돼?" 하면, 언제나 얼굴 한 번 찡그리거나 거절 한 번 않고 웃으며 나를 맞아주고 따뜻한 방바닥 위에 이부자릴 깔아주던 언니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있을까?
ps. 솔직히 이 나이 정도면 그런 존재가 이미 되어있었어야 하는건데 ㅠㅠorzorz.... 경제적인 걸로 보면 나이 헛 먹은 건지도 몰라;ㅠㅠ 힘을 기르자;;!!!옛생각들, 서울의겨울, 춥다능, 반지하, 옥탑방, 전기장판, 누우면등은뜨겁고, 코는시리고, 방안에서입김이나던, 제기동, 용두동, 정릉동, 서울대입구, 봉천동, 고맙던, 언니집, 언니들, 감사합니다, 겨울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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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my life log.
somebody knowing it, somebody doing it.
가슴을 펴고, 여유를 가지고, 웃으면서 조근조근.
어설퍼도 감사하며 먹고 사는 이야기.
by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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