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가진 권력, 그리고..


[스크랩]루키즘(lookism)

나는 내가 세상의 나쁜 무언가를 부추길까 겁난다.

내 외모는 사진발과 화장발이 매우 훌륭하게 잘 받는다.
그리고 살이 찌면 허리 아래로 많이 붙기 때문에 굉장히 살이 많이 쪄도 그렇게까지 티가 나진 않는다.
그래서 나는 종종 외모에 대한 칭찬을 듣는다.
고맙지만 불편하다.
칭찬이든 비난이든 그 어떤 것이든, 내가 신경쓰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여성에게 받는 칭찬은 기쁘지만, 남성이 건네는 외모에 대한 발언은 글쎄; 실은 별 생각 없지만.. 어떤 사람이 건네는 칭찬에는 거부감이 든다;;;)

예쁘거나 잘 생긴, 현대 사회에서 인정되는 미적 기준이 얼추 잘 맞는 사람들은 눈길을 받기 마련이다.
외모가 불평등의 요소 중 하나로 지목되기 전부터 외모는 하나의 권력이였다. 건강함과 아름다움, 매력은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시선을 끈다. 굉장히 원시적이면서도 원초적인,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 중 하나인 시각을 붙드는 것이 바로 외모다.
피부, 신체의 색, 실루엣. 광택. 여러가지 디테일한 부분들이 외모와 아름다움을 결정짓는다.

하지만 현대 사회, 특히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논란이 되는 것은 [미의 정형화]이다.
서구화된 미에 대한 기준과, 그 기준에 미달되는 외모에 대한 수근거림이나 비웃음. 경박한 시선들이 외모를 권력으로 만든다.
다양한 가치가 인정받을 수 없는 곳에서는 문화의 발전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대한민국의 패션이나 트랜드를 보면서 우리나라는 어디로 가는 것인지 또 한숨을 쉬게 만든다.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셀프 카메라로 담겨지는 여러가지 표정이나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좋아한다.
나르시즘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다. 남이 찍어주지 않는 혹은 남이 담아낼 수 없는 나의 모습을 내가 찍겠다는 데 뭐;
(라지만 공공장소에서의 대놓고 완전 열심 셀카 모드는 내가 봐도 부끄부끄..=_=;;; 그리고 뒷사람이 배경이 될까봐 불편해 하는 것 신경도 안 쓰이나..투덜)

하지만 어딘가에 올리는 것은 불편하다.
사진이 올려진 포스팅 리플에 [와;ㅁ;/ 예쁘셔요] 같은 리플이 달리면 고맙지만서도 왠지 내가 누군가를 속이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_-;
사진은 그저 사진일 뿐인데. (아니 뭐.. 내 스스로 조차도 속아넘어갈 만큼 사진이 잘 나오니까?;=_=;)

그리고 원치 않는데도 lonefish.egloos.com/1235368 포스팅 같은 결과를 낳는 것도 싫고.
(남자에게 질려 레즈비언의 길을 고려할 정도면 진짜..=_=;; 그치만 여자는 너무 여리여리해서;;ㅠㅠ;; 연애할 때 삐댈 수가 없어서 사귀는 대상으로 적합치 못하다는 생각이ㅠㅠ; 연애대상은 무조건 나를 업어줄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 좋다-_-;)

왠지 잘 나온 사진으로 [나 예쁘죠? 호호호-] 이런 식의 유치한 자랑질 하는 것 같아 보일까봐=_=;
그것도 싫다.
사실 외모 컴플렉스가 꽤 심한 편인데, 남들 눈엔 그게 이해가 안 될테니;;
되게 웃기게 인간이 많이 꼬여있어서 컴플렉스 + 자만심 (나에겐 무적 사진발이 있다규! 같은 거?;)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선을 경계한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시선은 싫다.
외모에 따른 관심도 싫다.
클럽에서 붙는 찌질이들! 그러면서 싫어하는 기분이랑 비슷한 느낌으로 싫다.

근데 웃긴 건 나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외모가 내 취향인 사람에게 시선이 가고, 눈을 떼지 못 하거나 좋아하게 되는 것은 결국 나도 마찬가지면서,
뭘 좋고 싫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일까?

...
만약 내가 조회 수를 올리거나 하는데 집중하는 타입이라면.
블로그의 조회수나 구독수가 늘수록 알려진다는 것의 힘을 얻는 것이라고 믿고 행동한다면
아마 난 내 사진들을 올리는 것에 스스럼이 없었을텐데.

뭐랄까, 이 곳을 웹진으로 생각하고 컨텐츠를 구분한다면 사진 쪽으로도 장르 개척이 가능할테니까..

그치만 왠지 그런 것은 왠지 비겁한 것 같아서.
예쁘게 잘 나온 사진들로 사람 낚는 것 같아서.

게다가 20kg 가까이 살이 찐 상태에서 잘 나온 사진만 공개하는 건 구라쟁이 같기도 하고..
(사진과 실물 느낌이 차이가!!!)

흠.
그치만 뭐.
편하게 생각하자.

...언젠가 누가 내 블로그 보고 스토커 양성소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는데
글쎄, 어차피 사람들은 이 곳을 보고 지나칠 뿐이고 어차피 실제로 만나서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일 뿐이니까..






시선은 시선일 뿐, 그러면서 무시하고 싶은데..
피어있는 꽃을 꺾어 제 방에 장식하고 싶은 마음을 경계하는 것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쓸데 없는 호기심을 부추기는 짓은 하지 않는 편이 편한가?

=_=




....

라고 이래저래 죠낸 고민하다가,
그냥 앞으로는 맘 편하게 살기로 했다.

스스로가 돋보잡임을 받아들이세~! 얼쑤!! (?!>.</;;)





by 아이 | 2008/12/14 22:03 | Healthy& Beautiful 삶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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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푸푸 at 2008/12/14 22:25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에는 감사하면서 살아가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님 실물도 예뻐요 ~
(전 여자니까 칭찬 맘껏 해드려도 되죠?)ㅋㅋ
Commented by 아이 at 2008/12/14 23:18
ㅋㅋ 감사해요>_< 그러시는 푸푸님은 더 예쁘시면서!!!

감사하며 살아야겠어요 :) 히히
Commented by 푸푸 at 2008/12/14 23:23
사실. 이 반응을 노렸다는?ㅋㅋ

전 지독한 외모지상주의자라...

친구한테 혼난 적이 있어요. 넌 강아지도 예쁜 것만 좋아한다고;;
Commented by 아이 at 2008/12/15 00:05
근데 사람이란 원래가 본능적으로 예쁜 것에 끌리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뭐 외모라는 것에 좌지우지되는 미약한 인간이라.. ㅎㅎㅎ

음; 그치만 예쁜 것은 쉽게 사랑하게 되지 않나요? ㅠㅠ;
Commented by 아이 at 2008/12/15 00:06
아, 그리고 노리셨다니 한 마디 더!

푸푸님 귀여우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Commented by 푸푸 at 2008/12/15 08:14
맞아요. 제가 너무 약해서 예쁜 것에 금방 홀려버려요.

귀엽다니. 과찬이세효오-
Commented by 마데모시 at 2008/12/14 23:06
시대가 요구하는 미적 기준에 부합하는 인간이라고 해도 질투와 편견 섞인 시선을 받게 되기도 하고, 나르시시즘에 빠져 자신의 가치를 과대 평가하고 세태에 휘말리면서 썩은 개념들이 체내에 깊숙하게 침투하게 되기도 하니 그다지 부러워 보이진 않네요.
결국 시대의 요구치라는 게 존재하는 이상 인간은 그 요구치라는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그런 식으로 세상을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같네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8/12/14 23:18
받아들이는 것 이상으로 그걸 활용해서 뭔가 좋은 쪽으로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욕심이 큰 것일까요?
Commented by 마데모시 at 2008/12/14 23:26
그러게 말입니다.. 좋은 쪽으로 쓰는 게 가능하면 좋겠는데, 일개 개인의 노력이 과연 얼마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의문이군요 =ㅅ=
뭐.. 님 같은 분들이 한 명이라도 더 생기면 그만큼 세상은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Commented by 아이 at 2008/12/15 00:04
얼마만큼의 성과가 있는지는 해 보아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세상은 저 같은 사람들을, [바보] 라고 부르더군요^^/

그래도 세상이 좋아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신다니 좋네요 :)
Commented by Gony at 2008/12/15 00:07
미를 가지고 뒤에서 수근거리는 건 문제가 있지만 미가 정형화 된다는 건 어쩔 수 없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미는 태초 이후로 기준이라는게 계속해서 변해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정형화된 서구적인 미도 결국은 그냥 미의 흐름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프로티테의 모습은 시대의 미의 기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죠.
Commented by 마데모시 at 2008/12/15 00:10
미의 정형화는 어쩔 수 없지만, 외모의 권력화가 촉진되는 환경이 있고 그렇지 않은 환경이 있을 수 있겠죠=ㅅ=
Commented by 아이 at 2008/12/15 00:10
정형화되는 것은 사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 또 묘해서 재미있는 것 같아요. 강한 쪽, 힘을 쥔 사람들 방향으로 흘러간달까.. 결국 미도 생존과 직결된, 결부된 것일까요?

종종 생각하는 건데 양귀비 턱이 세 겹이여따매..라며 부러워 하곤 합니다+_+ 시대를 잘 타고났던 그녀를^^;;; ㅎㅎㅎ
Commented by 아이 at 2008/12/15 00:10
헉 마데모시님 찌뽕;;
Commented by 마데모시 at 2008/12/15 00:16
헉 ㅋㅋ
Commented at 2008/12/1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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