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등짝 - 무언가 중


언제나 그 사람을 생각하면 푸른 나뭇잎사귀가 떠오르곤 했다.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 아래서, 함초롬 물방울을 대롱 대롱 매달고 있는 나뭇잎사귀들 사이로 보이는 그의 너른 등.
눈을 감지 않아도 선명히 기억해 낼 수 있는, 그의 목덜미와 그만의 분위기.
그가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입가에 늘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띄고 있을 거라는 사실이 나를 안심시키곤 했다.

어째서 하필 나뭇잎사귀일까.
연녹색의 부드러운 나뭇잎들은 사람 키만한 나무에 달려서 촉촉히 비 개인 하늘 아래서 저들끼리 머릴 맞대고 있다.
햇살은 나뭇잎을 비추고 푸른 잎맥 하나 하나가 투명하게 엽록소를 샐 수 있을 것처럼 햇살 아래서 물을 빨아 당기고 있다.
그 생생한 숲의 한 가운데서 그의 등을 바라보면서, 나는 무심히 그의 등에 기대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손을 그에게로 뻗다가, 멈칫. 내 스스로를 자제시키며 뻗얻던 손가락들을 쥐고 팔을 접었다.
든든해보이는 그의 등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어린 시절처럼 그의 목에 매달려 신나게 웃을 수 있는 사이가 아닌 것을 알기에
나는 언제나 내 욕심을 자제해야만 했다.

마치 나를 기다려 온 듯한 그의 커다란 어깨와 등에 내 얼굴을 묻고 뺨을 기대어
봄의 얇은 비단 저고리 너머 그의 살갗이 뿜어내는 온기와 살내음을 느끼고 싶었다.
살아있음이 느껴지던 그 날의 가슴 고동소리에, 안심하고 눈을 감고 '다행이다' 중얼 거리면서 그와 함께
커다란 나무 아래서 곤히 낮잠을 청하고 싶은 마음.

불현듯 후두둑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구름이 언제 이렇게 모여들었던가, 햇살은 잠시 잠깐 고개를 내밀었던 것 뿐이였나,

그 때였다. 그의 어깨가 움찟,하며 내 시선을 느낀 듯 방향을 튼 것은.


...화자는 등짝 페티쉬..-_-; 는 아니지만 암튼 습작.

안 써놓고 지나갔더니 다 잊어버렸다 이야기.






by 아이 | 2008/12/21 07:20 | ㄴ글(시,소설,수필,동화,기사)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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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떠리 at 2008/12/21 08:50
ㅋㅋㅋ 등짝을 보자!
Commented by 아이 at 2008/12/22 00:45
사실 업히고 싶은 등짝이 취향입니다...ㅍㅍ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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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펴고, 여유를 가지고, 웃으면서 조근조근. 감사하며 먹고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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