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름다움이 누군가에게는 공포일수도 있어.


아 나 인제 집에 들어왔어. 눈 장난 아냐 ㅠㅠ 엉엉..
오늘 내가 따신 부츠 신고 갔는데 그게 싼 거라 그런지 밑창이 미끄럽거든;
아우.. 근데 오늘 서울에 완전 함박눈 왔잖아 ㅠㅠ
충무로에서 친구 만났다가 들어오는 길에 오르막 지나서 울 집 바로 앞에 내리막 있지, 거기로 향하려는데-
늦은 밤 가로등 오렌지색 불빛 아래로 펄펄 날리는 눈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몰라.
그리고 그 아래 펼쳐진, 누구도 밟지 않은 하얀 눈 덮인 바닥도 너무 예쁘고 말야.
하지만 그 바닥을 보는 순간 예쁘고 자시고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는 거야;
왜; 그.. 평지에서도 한번 미끌,한 순간인데다 미끄러운 신 밑창 땜에 엉덩방아 찧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해 부들 부들 거리며 걷고 있었는데.. 하얀 눈이 곱게 쌓인 바닥이라니. 완전 공포영화보다 더 소름끼치더라니까.

근데 바로 그 순간에 생각나는 시가 하나 있더라.
왜 누구지? 그.. 친일파 시인.
그 사람이 쓴 싯귀 중에 이런 거 있지.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지나가는 행인이나 보릿고개며 기아를 경험하지 않은 이에게는 마을마다 술 빚는 풍경이 아름답게 보일지 몰라도, 현실은 참혹했다던 서평. 그게 딱 떠오르더라. 누군가에게는, 아니 그냥 사진으로만 보면 참 아름다운 풍경일텐데 내가 직접 현장에서 겪는 공포는 틀리구나, 뭐 그런 생각. 좀 서글퍼졌어.

평지에 살 때는 몰랐던 공포를 체험하면서 새로운 겨울을 살아가고 있어. 넌 어때? 거기도 많이 춥니? 부디 내일 아침에 나가면서 길에서 미끄러지지 않길 기도해줘. 안 그래도 내일은 루돌프 역할 땜에 가슴 졸이고 있는데;; 너도 올 겨울 엉덩방아랑 감기 조심하고, 우리 꿋꿋이 올 겨울도 건강하게 나자. 올해 얼마 안 남았어, 기운내자! 파이팅!!! 잘 살자!





by 아이 | 2008/12/22 23:28 | ㄴ日記 (2008~now) | 트랙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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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See the elep.. at 2009/06/18 11:50

제목 : 혼자 식사를 하는 여자
어떤 아름다움이 누군가에게는 공포일수도 있어. 지난 포스팅들에 리플을 달다가, 내가 막연하게 동경하고 있던 세계라던가말로만 듣던 것들을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 괴로움들을 떠올렸다.일이나 다른 사회 생활도 그러하지만,사랑 역시 마찬가지다.빛나고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은 지나가고, 언제나 폭풍같은 불안이 내 이마 위로 덮쳐 오곤 했다.어떤 괴로움, 어떤 슬픔에도-그래도 생은 아름답다.젊음은 무질서하고 흐트러져도 그 휘갈긴듯한 선에 에너지가 넘......more

Commented by 쥬스한잔 at 2008/12/22 23:40
'등교길'에 빙판밟고 넘어졌을때의 그 쇼크는(....)

만화에서나 나오는것처럼 굴렀던게 더 슬프네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9/06/18 11:36
무섭지요!!!!!!!!!!!!!!!! ㅠㅠ
Commented by 종이우산 at 2008/12/22 23:46
아......
그러고 보니 제가 전에 살던 동네는 밤새 눈이 오면 꼭대기에서 동앗줄이 내려왔었죠 ㅡㅜ
Commented by 아이 at 2009/06/18 11:37
ㅋㅋ 그거 알아요,
혜화여고였나? 거기도 경사땜에 눈 오면 등하교 길에 밧줄이..ㅠㅠ
Commented at 2008/12/23 00: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9/06/18 11:37
그건 그렇지만 전 대구 태생인걸요 언니 ㅠㅠ/

틀린 글자 지적 감사합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보내게 될까요?
Commented at 2008/12/23 00:2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9/06/18 11:38
하하하..... 정말, 어쩜 그럴지도 몰라요 ..
Commented by 삼별초 at 2008/12/23 13:22
신길역 1번 출구에서 내려오는 길은 눈이 오면 무서워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9/06/18 11:38
으윽 서울대 입구 쪽두 그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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