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와 함께 하리라, 한국.


2009년의 시작을 함께 한 정부와 국민.

경찰과 언론과 시민들이 함께 했던 2009년의 시작은, 미디어의 짜집기 현장 보도 방송무고한 시민을 연행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이 얼마나 좁은 곳이며 또 넓은 곳인지 알고있다.
밤늦게 광화문에서 어떤 소란이 있든, 조금만 걸어나가서 만날 수 있는 종로 근처의 노래방과 나이트들은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바로 옆에서 어떤 피투성이 광경이 벌어지든, 조금만 걸어나가보면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혀 알지 못하는 피곤하고 무심한 거리의 표정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마치 몇 시간만 차를 타고 달리면 도착하는 곳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아비규환이 펼쳐지는 것도 모른 채, (카더라 통신이지만,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 혹은 우리나라의 한 부분인 북한에서는 아이를 서로 옆집과 바꾸어 잡아먹는다고 하더라. 차마 제 아이는 죽일 수 없어 태어나면 정이 들기 전에 그렇게 먹는다고..)  식량이 남아 돌아 버리고 살을 빼기 위해 살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는 이 곳의 현실처럼 가깝고도 먼 오늘의 이 곳을 알고 있다. 조금은.
(1990년대 북한에서는 기아로 350만명이 목숨을 잃어 20세기 최악의 재앙으로 꼽혔다.)

나는 언제나 광화문이나 시청에서 촛불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나와 다른 사람, 내가 속한 세계와 내가 살아가는 곳의 이질감을 눈으로-나와 함께 했던, 그리고 하지 않았던 그들의 표정-  코로 - 진압현장의 매캐한 냄새와 종로 도시 도로 위의 냄새- 귀로-진압 현장 방송의 소리가 닿는 곳에서, 시끄러운 대중가요 음악소리가 흘러나오는 밤의 거리까지- 혀로- MB out을 외치던 목소리와 마른 목에 부어지던 생수-몸으로-피곤을 안은 머리와 몸뚱아리로- 느끼고 생각했었다.

2008년 한 해 내가 느낀 것들은 어떤 상황과 감정들의 극과 극들이었다. 어떤 생각과 감정의 빈익빈 부익부.
많이 혼란스러웠다. 어릴 적 내가 보고 들은 것과 지금의 내가 겪는 것이 많이 달라서.
스무 살이 되기 전부터 돈을 벌며 사회를 아주 조금은 겪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경험할 수 있는 세계란 모든 것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었으므로.

그 혼란을 딛고 2009년을 시작했다.
고향 친구들과 다 함께 모인 따뜻한 집, 방 안에서는 알 수 없었고 볼 수 없었던 시간들을 낮이 되어 모니터 너머로 지켜본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랑, 걱정, 위로, 동질감.. 그런 말랑말랑하고도 달콤한 시간들과
내 마음 한 구석이 두둥실 떠서 달려갔던 춥고 까칠한 곳에서의 시간.
시간은 늘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지만, 장소와 각자가 만나는 풍경은 제각각 다른 다음,과 다움을 가져온다.
그 다음 우리가 선책하고자 하는 풍경들의 미래가 있는 다음,과
그것을 선택하고 변화하는 자신 나름의 자신스러움, 나 다움.

 
...



예전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한국 정부 하는 일을 보면 한국에서 못 살겠다. 그냥 나가 살아야지." 뭐 그런 식의 웃으며 흘려 넘기는 이야기들.
그래, 그것이 가능한 것이 오늘 날의 사회다. 외국어를 익히고 자신의 삶의 터전을 다른 나라로 바꾸고 살아갈 수 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이민과 유학, 혹은 직장 생활 등으로 해외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게 빠져나갈 수 있는 이들이 모두 다른 곳으로 떠나면 한국에는 누가 남게 될까?
가난하고 힘 없는 이들과, 그들을 착취하기 위해 법을 바꾸고 국민을 속이는 기업들과 정치가만이 남게 되지는 않을까?
현재 그루지아에 남은 3/4의 인구들처럼, 남한도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비겁해지는 것도 잠깐이고, 양심이 무뎌져 가는 것도 순식간이다.
한 번 했던 선택은 바꿀 수 없다며 올바르거나 그른 것 앞에서 눈을 감으려 하는 이들, 그들 덕에 오늘이 있을 수 있었다.
나는 무엇 앞에서 눈을 감으려 하고, 또 무엇을 보려고 하는 것일까?


.....

1인 미디어, 세상에서 가장 작은 목소리를 꿈꾸면서- 나는 오늘의 미디어가 다루지 않는 현장을 다루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많은 이들이 마땅하다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의 양심이 외면하고, 모두가 알아야 하는 것을 다루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힘은 미약했고, 혼자로는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다.

2009년은 변하는 해, 내가 나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해가 되리라.
세상을 바꾸고 싶고, 세상이 바뀌길 원한다면 내가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이 먼저이기에-
나는 좀 더 세상을 알기 위해, 아니 그것을 넘어 내 자신을 알기 위해 애쓰리라.
게으르고 나약한 스스로라는 핑계에 숨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지.
온라인의 환상 아래서 잠들지 말고, 제 시간에 제대로 된 곳에서 현장을 다녀와서 잠이 들어야지.
부디, 결심의 일부만이라도- 조금만이라도 지키기 위해 노력하자.

2009년 새해가 밝았어도, 어제는 오늘의 연속.
어제와 그저께의 내가 오늘의 나와 같다면, 2008년이든 1999년이든 1989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를 바가 무엇일까.
서류 상의 숫자가 올라가는 것과 나의 경험과 노력이 쌓는 내 역사는 비례해서 상승하지는 않는다.

게으르니까, 두려우니까, 약하니까, 어차피 나는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가족과 친구들이 원하니까..
그런 비겁한 말로 자신을 속이지 말자.
좀 더 솔직해지자.
내가 믿는 신 앞에서 웃을 수 있도록.



1969년 부산.
우리가 잊고 사는 40년 전 우리의 모습.

ps. 여담이지만, 나는 사실 1999년에 세계는 멸망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아닌 정신적인 무언가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새 죽고 파괴되어서- 우리에게 남은 것은 껍데기 뿐이고
우리는 우리가 잠든 새에 우리의 세상을 지옥과 바꿔치기 당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끔 했다.
하지만 지옥이든 천국이든, 우리는 우리가 머무르는 곳의 풍경을 선택할 수 있다.
이미 끝나버린지도 모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해도- 사랑과 나눔이 살아 움직이는 세상이 지옥이 될 리 없다고 믿는다.

보고 있는 진실이 진실이 아닌,
누군가가 보여주고 있는 가짜 현실이라고 한다면
나는 진짜 현실을 보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누가 그랬지?
사는 대로 살면,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그저 살아지는 것이라고?
살아지는대로 살 것인지, 살아가고 싶은 방향으로 나아가며 살 것인지.

세상과 나의 생각과 실천의 흐름 사이로 그렇게 흘러대는 시간은 여전하다.
여전한 내가 걸어갈 2009년.
반갑다.

새해야 어서 온나, 내가. 내 나라와 내 지인들과 니랑 놀아주께.
올 한 해도 잘 부탁한대이.
웃으면서 안아보자, 생소하고 낯설지만 또 그렇게 눈에 익어갈 2009년. :)



etc - 미국인도 당황스러운 한국의 미국 맹신 
- 출처 오마이 뉴스, 저자는 미국인이고, 켄트 주립대학교에서 아시아학을 가르치는 데니스 하트교수

국경 없는 의사회

우리의 양심을 일깨우는 호소

이미지 출처 - http://nanofood.egloos.com/2215014

아마 또 40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아이들의 미소와 웃음 소리.
부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그 모습을 잃지 않기를.
강물을 손으로 떠서 마실 수 없는 오늘을 부른 한국의 모두가
돈이나 물질, 명예나 거짓 행복의 조건보다
마음이 정말로 원하는 것들을 찾을 수 있기를. amen.






by 아이 | 2009/01/02 06:54 | ㄴ日記 (2008~now)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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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삼별초 at 2009/01/02 07:42
북한의 내용은 섬뜩하군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9/01/12 14:51
;-; 무섭죠?
Commented by 올비 at 2009/01/02 12:49
저 역시 섬뜩... 그저 카더라였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9/01/12 14:52
정말 그러길 바래요. 인간을 넘어 생명으로서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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