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뻘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 관계 정의 앞에서 입장 애매모호하게 구는 사람




나는 말야, 만나면 좋을 사람에 대한 기준은 잘 없지만 만나지 않는 게 나을 사람에 대한 기준은 있어.

일단은 내게 확신을 줄 수 없는 사람이야. 아무리 잘 해보고 싶어도, 신뢰가 가지 않고 내가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과 어떻게 지낼 수 있겠어? 불안하고 두렵고 무서운 것이 사람과의 관계인데, 내가 무얼 믿고 너에게 마음의 문을 열겠니?

만남의 기준을 나는 책임감에 둬.
그 책임감이란 건 별 거 아니야.
그 사람, 상대방의 미래 계획에도 내가 들어가 있느냐 하는 것이지.
3일, 5일 후의 데이트 계획 같은 것 말고-
먼 먼 몇 년 후의 미래 속에도 내가 존재하느냐 하는 것이야.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내가 너무도 간간하게 누군가를 믿어왔구나 하는 생각을 해.
그리고 나를, 내 마음을 너무 간단히 상대방에게 넘겨주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
애 쓰지 않고 손에 들어온 인연들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 나는 두려워.
철이 덜 들었다, 혹은 이기적이다 라는 변명 따위를 하면서 타인의 마음을 휘저어 놓고, 아프게 하고 떠나는 이들.
그들은 정말 행복했을까?
누군가의 정원에 들어와서 마구 놀다가, 어질러 놓고 치우지 않고 가는 정도가 아니라
꽃과 나무를 꺾고 밟고 해쳐놓고 가는 거야.
상처가 난 꽃가지와 풀밭, 나무들이 새 살을 돋도록, 부러진 가지가 살아나도록 치유에 온 힘을 쏟아붓고 거기에 걸리는 시간들-
누군가의 인생에 굳이 독과 같은 역할을 하고 싶을까?

 
이번 일로 나는 깨달았어.
나는 남자친구나 연애 상대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원하는 거라고 말이야.
내 옆에서 항상 함께 해 줄 사람을 찾는다는 것.
근데 어쩌면 이건 우스운 일일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해.
내가 누군가의 아내가 될 준비나 엄마가 될 준비는 하고 있지 않으면서- 언젠가 내 가족이 되어줄 상대방을 찾고 있다는 것 말이야.

하지만 더 이상 연애를 즐기고, 연애의 단 부분만을 맛보고 거기서 끝나는 건 너무 싫은걸.
나는 내 마음을 열고 누군가가 내 마음에 들어오면 최선을 다해서 진심이 되어 상대방과 함께 좋은 시간, 좋은 인생을 살려고 노력해왔어.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흙발로 들어왔다가 나가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많은 것을 헤집어 놓고 도망쳐버리기도 하지. 그런 책임감 없고 무절제한 상황. 나는 싫어.

내가 나 지신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흔들리는 것도,
또 누군가를 내 생활에 깊이 들여놓았다가 잃게되는 것도 두려워.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이 연애감정이고 사랑이라고 한다지만,
확신 없이 움직일 수가 없어, 나는.

좋아하는 사람의 기준에 맞춰서 내 기준을 조정하는 것도 어느 정도의 좋아하는 사람끼리의 의무라고 생각해 나는.
내가 심각한 것이라 말하는 이도, 혹은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여기고 있다 말하는 이도- 모두 각자 자신의 기준에서 나를 본 거지.
나는 말야, 내가 성급하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아.
왜냐면 거의 모든 관계를 그런 식으로 시작해 와서.
복잡한 요구라는 생각도 하지 않아.
한국이라는 사회에서는 대부분 그런 식으로 연애를 시작하니까.

나, 문제는 나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해.
누군가는 나를 연애 대상으로 보고 여길지 몰라도, 나는 더 이상 연애 대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 말이야.

그래서 어렵고 복잡해.
무엇을 근거로 너를 믿을 수 있지?
다른 사람보다도 더 불확실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한데.

그러니까,
남자든 여자든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느끼고 그 사람이 자신의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면 증명이 필요한 거야.

이를 테면 좋아한다는 표정과 눈빛과 말,
혹은 너와 사귀고 싶어, 나랑 사귀자, 내 연인이 되어줘- 따위의 간단한 고백.

다른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 무어라고 말해야 좋을지 어려운 사이는 싫어.
친한 친구로 소개가 끝날 사이라면 연애 감정을 싣고 관계를 이어 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며 살아왔어.
하지만 이제는 내가 내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면서 살아.
솔직하고 분명하게 내 마음 안의 목소리를 따라가고 싶어.

한 때는 사랑받고 싶어서, 누구나가 사랑하기 쉬운 사람이 되려고 애 쓴 적도 있어.
예쁘게 단장하고 나를 꾸미면서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나만을 보아주길,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쁘다고 말 해주길 원했던 순간도 있어.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제일- 이란 수식어는 객관적인 미추와는 상관이 없더라, 별로.
많은 이들이 호감을 갖는 아름다운 얼굴이면 좋겠지, 멋진 몸매면 더 편하겠지, 누군가를 좋아하기엔.
하지만 그게 약한 마음에 의심꺼리가 되고 관계에서 도망칠 변명이 될 수도 있더라.
그냥, 좋아하고 사랑하면 그 사람밖엔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세상에서 제일-]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거야. 그래, 정말 그래.

누군가의 마음에 들려 하기보다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스스로가 되려고 노력하면서 많이 나았어.
옛 사랑의 기억도 지우고 나를 많이 좋아할 수 있는 한 해였어.
평온하고 즐거운 내 일상을- 망가트리고 싶지 않은 거야, 나는.

부디 내 일상에 들어와서 나를 혼란에 빠트리지 말아줘.
책임감을 어디다 던져 놓고 내게 와서 너를 받아달라고 이야기 하지 말아줘.

거듭 이야기 하지만..

바라고 원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
상처가 깊을 관계라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

나를 책임질 각오를 하고 내 마음 안으로 들어와 줘, 이런 부탁을 하는 게 아니야.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질 거고, 네 인생도 내 소관은 아니야.
그러니 부디, 관계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하고 행동해주었으면 해.

가볍고 가벼운, 즐겁기만 한 연애.
난 그런 것은 충분해, 인생의 단 맛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
무겁고 심각하기만한 관계가 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야.
그저 조금 먼 미래의 풍경에, 네가 있는 그 광경 안에 내가 없을 것 같으면
내게 관심 보이지 말아달라는 거야.
쓸 데 없는 호기심은 그 대상을 지치게 해.
나는 동물원 안의 새도 아니고, 간을 보고 맛을 볼 수 있는 판매품이나 일시적인 재미꺼리가 아니야.

나는 상처도 받고 또 나 역시 누군가를 상처 입힐 수 있는 한 사람의 인간이야.
연애를 포기한 20대 후반의 아시아의 여성이야.
내 미래에 들어오고 싶다면,
네 미래도 바뀌어야 할텐데-
그런 각오 없이 내 손목을 잡고 싶다면
그건 너무 이기적인 이야기 아니니?

만나고 싶지 않아. 나쁜 사람들은.

함께 있을 때 상대방을 기쁘게 해 주는 방법을 너무 잘 알고,
즐거운 연애에 대해 빠삭하지만
그 다음에 대한 생각이나 준비는 없는 어린 사람들, 철이 덜 든 철부지들, 내가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길 바라고, 이해받기만을 원하는 사람들.

우쥬플리즈, 좀 다가오지 말아줄래? 그 자리에서 그냥 네 인생을 살길 바래, 타인의 인생 영역을 넘보지 말고 말이야.
꺼져버려ㅅㅅㄲ야 라고 욕하지 않아도, 나를 두렵게 만든 것 만으로도 이미 충분하잖아?




by 아이 | 2009/01/04 08:24 | girl talk (18세 소녀감성)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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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헤노 at 2009/01/04 08:51
원하는 것이 있다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상책
Commented by 아이 at 2009/01/12 14:32
과연 그럴가요? 잘 모르겠어요 아직은.
Commented at 2009/01/04 11:2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9/01/12 14:33
ㅎㅎ 하늘을 붕붕!

점 봤더니 3년 안에 결혼한대요.
그 때 초대할깨요>_</ ㅎㅎ

그 전에 ㅁㄷㅅㅊ 결혼식에 초대받을 수 있겠죠, 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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