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내가 무얼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 멍하니 생각할 때가 많다.


내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
예전 같았으면 거절했겠지만 지금은 그냥 둔다.
어차피 다 흘러가 버릴 것을, 하는 생각과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나는 어떤 선택을 포기한다.

마음을 지우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
마음 속에 다른 존재가 들어오면 그만큼 헌 존재는 지워지고 사라진다.
한 때 미칠듯 사랑했던 이들, 없으면 숨 쉴수도 없다고 생각하며 살던 어떤 작업들, 이루어내겠노라 다짐하던 꿈들.
덧없기 그지 없다.
나 역시 그대들에게는 헌,이라는 수식어마저 아까운 잊혀진 존재가 아니던가.

마음에 뿌리내렸던 누군가를 송두리째 뽑아내고 나면 아프다.
흙과 같은 심장 혈관 사이 사이로, 이제 막 싱싱하게 뿌리내리기 시작한 그 사람을 잘라내고 뽑아낸다.
새롭게 그 땅에 떨어진 씨앗이 뿌리를 내리려고 해도, 잘라내고 뽑아내야 한다.
아직 그 무엇이 자랄 환경이 되지 않았는데, 어차피 뽑힐 거라면 꽃이 피기 전 싹일 때가 덜 아플테니 말이다.

성장통은 극복하고 이겨내야 성장통이라 부를 수 있지
언제나 끌고다녀서야 지병밖에는 되지 않는다.

나는 내 자신을, 그리고 그 사람들을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는가?

...글쎄, 용서하기 전에 잊지 않았을까.

애태우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설레던 기분으로 전화를 나누던 그 여름 밤.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그리워 하던 그 시간.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며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영원의 꿈 같던 기억들.

잊을 수 없다면, 나을 수도 없다.

많이 지쳤다.
사랑도 일도 연애도 종교도
그 무엇도 나를 온전히 구원하지 못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내가 필요한 존재라고 인식될 때 행복하다.
그 단순하고 짧은 안도감과 행복들이, 나를 살게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끔 궁금하다.
밥벌이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움직이제 하는 원동력의 얼마만큼을 차지하는지.
버려질 것이 두려웠을까, 나는 한 번도 가족이나 부모님이 내 안식처나 최후의 보루, 방패막이 되어주리라 믿어본 적이 없다.
믿는 척 하고 살아왔을 뿐이다.
슬프지만 그런 진실도 있는 법이다.
안정감이 결여된 인간에게서 사람들은 무엇을 보는가.
꾸며진 자신감으로 적당히 포장하면 적당히 넘어가고 마는 상대방을 보는 시선.
다행이다.

가끔 시커멓게 썩어버린 내 속에서
다른 무언가가 피어나지 않을까 기다려보고 싶다.

썩기 시작한 순간들을 지나서,
나는 싹을 뽑아내며 그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
구더기든 애벌레든, 생명같은 마음이 다시 자라나길.

기다리고 있다.


...


룰을 어기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지금의 나에게보다,
10년 후의 내 자신에게 당당한,
오늘의 나를 살고 싶다.

가능한 한,
타인의 눈물 위에서 웃으며 살고 싶지는 않다.
내가 볼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최소한의 노력과 배려라도, 애써야 한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 얼굴도 모르는 이.
그렇지만 그게 룰이니까.

가끔은 내 마음이나 내 욕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고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믿는다.

.........

버릴 것들이 참 많았는데, 잊혀지면서 자연스레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다행이지?

웃을 수 있다. 편한 마음으로.



.........

이제 막 연습을 시작했는데, 알고 있다.
아직도 넘어질 날들이 더 많다는 것을.
우리는 얼마나 더 넘어지고 다치고 아파하면서도 다시 또 시도해야-
능숙하게 자전거를, 바이크를 탈 수 있는 것일까?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일까?

넘어지는 것이 두려워서 시도하지 못한다면
내가 꿈꾸는 풍경 역시 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설사 그 풍경이, 내 환상이 만들어 낸 가공의 무엇이라 할지언정-
쫓고 있는 동안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닐까?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바보짓은 그만하고 싶다.

-------

모두가 걱정 하는 것 이상으로, 나는 잘 살고 있다.

떠난 사람, 죽어버린 사람, 떠난 마음, 죽어버린 사랑.
죽음과 생이 맟닿아 있음을, 자연의 순환을 공부한 우리들은 모두 알고 있다.

지난 날들을 떠올리며 서글퍼 하기에는
남겨진 우리들에게 해야할 몫이 너무 크고, 많다.

내일이 온다는 사실이, 큰 희망으로 다가올 날도 있는 것이다.
소풍 전 날 밤 과자를 가득 채운 소풍배낭을 머리맡에 두고 잠을 청할 때의 마음이나
직접 만든 큰 양말을 머리 맡에 걸어두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던 그 마음보다
더 간절하고 순진한 마음으로 다가올 날도,
아직 우리에겐 남은 것이다.




by 아이 | 2009/06/01 00:31 | ㄴ日記 (2008~now)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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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종이우산 at 2009/06/01 00:33
대단하네요.
저는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OTL
Commented by 아이 at 2009/06/01 00:46
잊을 수 없으면, 죽어요.
Commented at 2009/06/01 09:4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9/06/02 05:31
ㅋㅋㅋ 괜찮아요; 안 죽어요;^^

이미 지나간 이야기, 흘러간 사랑 이야기에 대한 넋두리일 뿐입니다;
심려끼쳐 드렸다면 죄송해요;;
Commented by 매듭 at 2009/06/01 10:19
어쨌든, 스스로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은, 반드시 그만큼의 행복들을 언젠가 돌려주게 될거라고 믿어요 조카. 아직은 힘들겠지만, 조금씩 더 나아져 갈거라고 :) 그렇게 믿어요 우리.
Commented by 아이 at 2009/06/02 05:34
응, 다행스럽게 이젠 그렇게 힘들거나 괴롭지 않아요.
다만 이렇게 발작적으로 우울한 포스팅을 써대는 순간들이 가끔 찾아올 뿐이죠..^^;

많이 나았어요, 앞으로는 더 나아지겠죠?
굳건하게 웃으며 살아가 보아요 삼츈 ^---^ 저도, 삼촌의 이야기. 그 믿음 그대로 믿으며 살아갑니다 :)
Commented by 데지 at 2009/06/01 12:21
앞만보고 가며. 지나간 것들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

보다 심플하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랍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9/06/02 05:35
저처럼 미련에, 넘치는 그리움에 너무 자주 뒤를 돌아보는 것은 참 구차하고 미련스러운 사는 법이라고- 저도 종종 생각하곤 한답니다^-^

현재가 바쁘고 행복한데도 과거를 왜 돌아보게 될까요.
앞을 더, 바라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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