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나는 오늘 사람을 죽였습니다.




나는 오늘 사람을 죽였습니다.

지금 시체를 파묻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내가 돌아갈 자리를 찾아 헤맵니다.
시체는 나를 따라오지만, 나는 그 시체가 내가 만들어 낸 허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매일 매일 그 사람을 살해합니다.
내 마음 속에서.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던 그 사람은
이제 세상에는 없습니다.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그의 껍데기를 쓴 허상이고 다른 존재입니다.

못 견디게 보고싶고,
못 견디게 그리운 마음에 내가 죽을 것 같아서

...

나는 오늘도 사람을 죽입니다.
내 마음 속에서 살아 숨쉬는 그 사람을 지웁니다.
한 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또 가장 소중히 여기던 존재를 지웁니다.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것은,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고 바람이 부는 것과 같은 당연한 이치.

눈물이 그렁 그렁한 표정의 내 모습 역시
거울 앞에서 지워냅니다.

손 끝에 뚝뚝 떨어지는 그리움,
한숨 한숨마다 묻어나는 슬픔 역시
시체와 함께 망각의 늪에 던져버리고
나는 오늘을 살아갑니다.

시체들과 함께 하는 밤.
사랑받고 사랑했던 기억들.
나 역시 누군가의 마음 속에서 수천번 수만번 지워지고 살해당했을 존재였을까,
문득 생각해 봅니다.

달이 환한 이 밤에,
함께 달을 보던 사람.
그대여, 안녕.

나는 오늘 사람을 죽입니다.
가장 사랑했던 이를,
그리고 제일 소중히 여기던 내 마음을,
파묻고 돌아갑니다.

그 사람을 알지 못하던 시절의 내 일상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끌고 갑니다.

오늘의 이 기억 역시 언젠가는 잊혀지리라-
속으로 되뇌이며
불면의 밤을 지새우고 아침을 맞이합니다.

그대가 없는 이 아침을.
이글루스 가든 - 생각해서는 안될 생각하기


6/15 추가

내가 묻어야만 할 것은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끊지 못하는 미련과 그리움, 썩은 내 심장 조각인 것을 오늘에야 깨닫습니다.

내가 죽였던 그 사람은
내가 사랑했던 이가 아닌
그를 사랑하던 과거의 나임을,
이제야 보게됩니다.

사람을 죽여놓고도 얼굴 하나 확인 하지 않다니..
마음을 묻어놓고도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우려 했다니..

제가 이렇지요 뭐, 데헷. (쳐맞는다;;;;;;;;;;)

여름이고, 대통령님 서거 이후 우울이 오락 가락 지나가고,
그냥 끄적여 보았습니다.

지금은, 저 마음을 지니던 때보다 덜 우울해요. 우울하지 않아요.
강해졌으니까.

독한 사람들만 살아남는 세상이라면,
난 독해지기 보다 그냥 떠나고 싶어요.

엄마, 나 좀 그냥 쉬면 안될까?
눈물이 그렁해져 묻고 싶지만 착한 아이는 입을 다물고 웃습니다.
전 애 낳으면 착하게 키우고 싶지는 않네요. 절대로.



이글루스 가든 - 창작놀이하자.




by 아이 | 2009/06/13 11:13 | ㄴ글(시,소설,수필,동화,기사)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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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6/24 06:3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9/06/24 11:16
그렇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력하고 있긴 한데.. 잘 모르겠어요^^;

0000님, 평안하시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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