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울 속에 비치는 것은... 2




얼굴에도 系列이 있다면이란 포스팅을 읽다가, 예전에 내가 썼던 포스팅이 떠올랐다.
http://blog.naver.com/choconeco/60000241422



"수련아, 지구상의 사람들 육십오 퍼센트가 환생을 믿는단다.
누가 그러는데, 살아 생전 자기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는구나.
그러니까,
지금의 얼굴은 전생에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인거야."

"피, 거짓말 ...... 아무도 사랑하지 않으면요?"

"그러면 다시는 안 태어나지."

그럴 수 있겠다.......
그럴 수 있겠지.......
얼마나 애태웠으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로 태어날까.......

문득 눈앞이 환하게 밝아졌다.
마담이 희미하게 웃었다.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2002.10. 전경린 作


그런 것일까.
지금 거울 너머로 비치는 얼굴은, 내가 전생에 가장 사랑했던 그 사람의 얼굴.

친구에게는 이왕이면 좀 더 예쁜 얼굴의 사람을 좋아할껄 하고 웃어넘겼지만,
왠지 가슴이 철렁하는 기분.
그런 걸까, 정말 그런 걸까.

그렇다면,
저번에 나와 비슷한 얼굴을 봤다던 친구들은
나와 같은 사람을 사랑했던 누군가를 본걸까.

그는 이렇게 생겼던 걸까.
항상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 그런 말을 들은 지금
조금 더 내 자신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전생의 연인을 알고싶으세요?
그럼,
거울을 들여다보세요.

당신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
전생에 그 눈동자를 가지고 싶어했군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환상.
이렇게라도 이룰수 있어 행복할까요?

전생의 내 얼굴을 가진 누군가를, 나는 알아볼 수 있을까?

오늘,
조금 새로운 기분으로
거울 속을 들여다 봅니다.



Pino - Soft Light


2003년 9월, 가을에 썼던 내용이다.
단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또 그 사람과 죽음까지 함께할 거라 믿었던 순진무구하고 귀엽던 생각이 그대로 담겨 있다.

나는 내 얼굴에 불만이 많다.
이상하게, 좋아하려해도 좋아지지 않는 부분들이 있고-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좋아할 수가 없어서 싫어하곤 했다.

왠지 그것들이 과거의 (전생이라해도-) 사랑에 대한 반향일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란 깊어질수록 애특하고, 또 괴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나와 다른 타인과 하나가 되고자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그 마음과 그 사람을 내 일상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 커질수록-
쓸데없는 번민에 괴로워지는 것이 사람이니까.

얼마나 들여다 보았으면,
얼마나 그리워하고 마음에 품었으면
다음 세상에 그 사람의 얼굴을 하고 태어났을까..

하지만, 그 애틋함을 넘어서-
쉽게 자신의 얼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좋아할 수 없는 것은
사랑의 또 다른 일그러진 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랑은 언제나 단 하나라고 생각했다.
6년이 흐른 지금.
나는 사랑의 여러가지 면들을 맛보며 나이를 먹었고
사람의 여러 부분들을 알게되면서 사랑 또한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의 얼굴은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진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살아가는 시간들과 내 욕심과 실망감, 그리고 어떤 선의와 악의와 화와 행복감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들은 전생에 살아 생전 가장 사랑했던 이의 얼굴을 가지고 태어나서
현세에서 그 얼굴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살면서
새로운 자신의 얼굴로 변모하는 것이 아닐까?

전생에 사랑했던 이를, 현세에서 만날지 모른다.
또 그 괴로움을 되풀이 할지도 모르고, 또 그 행복감에 젖어 내 자신을 잊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들은 살아간다.
많은 것을 잊고, 또 그리워하면서.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 어딘가에 전생의 연인이 깃들어 있다해도
현생에 살아가는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지난 사랑의 애틋함도, 깊은 그리움도-
지나가고 흘러
내가 모르는 나를 만들어 낸다.

어느 날 거울 앞에 서서 내 얼굴 안 깊은 주름과 피부 너머로
한 때 사랑했던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면서 건낸 그 시선들을 떠올리는 날이 올까.
그런 날이 오게 될까?

그건 좀 슬플텐데.

거울 너머의 내 얼굴.
그 안에 담겨 있는 시간들과 마음들.

아프지 않고 흐르고 흘러 잊혀지길 기도한다.

6월 여름의 입구에서,
일요일을 마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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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 2009/06/14 23:27 | girl talk (18세 소녀감성)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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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6/15 10:0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9/06/15 18:41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전생의 나는, 이런 얼굴을 한 사람을 좋아했었나보아요.

왠지, 이런 유치한 이야기들이 위안이 될 때가 있더라구요,
생각이 나서 포스팅 해 보았답니다.

멋진 이야기라고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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