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밤, 나는 도쿄의 밤하늘 아래서 울고 웃었네.




7/7 오늘은 칠월 칠석입니다~!!의 나날들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타나바타.. 그러니까 칠월칠석.
내가 일했던 가게에서는 여러가지 일본주와 요리를 팔았다.
건강한 기운이 넘치는 곳으로, 유니폼은 밋밋하고 소박한 곤색 티셔츠와 긴 검은 색 앞치마.

활발한 기운이 가득해서, 손님들은 늘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곤 했었다.
도쿄 야미즈키 사케바..라고 전국 체인점이었는데, 오리 오오야마 점이 도쿄 1위로 매출이 가장 높은 지점이었다.

그만큼 서비스도 확실히 좋았고, 음식의 질도 괜찮았고 스텝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으니까.

여름 이벤트로 가게 스텝과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면 음료 서비스를 받는 게 있었다.
나는 우리 가게에서 승률이 제일 높았고, 손님과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나누는 대화도 즐거웠다.
"에~ 아따시가 미세데 이찌방 츠요이 히토다케레도 다이죠부데스까?"
"하잇, 사이쇼와 쿠! 쨩껨뾰!"
"와아~~~~~~~~~~ 캇따>.<//ㅎㅎㅎ"

... 정말, 즐거웠다. 다들 웃으면서 일했고, 바쁘고 힘들어서 일을 마치고 나면 몸이 녹초가 되긴 했지만 참 행복했다.

초반엔 정말 눈물이 날 만큼 힘들었다.
일어가 서툰 내가 주문을 받으려면 (일반적으로 일본의 가게들은 주문 받을 때 계산서 정도 크기의 기계를 들고 다니면서 주문을 입력한다) 다른 스텝들과 달리 종이에 히라가나로 주문 받은 메뉴들을 적어서 주방으로 전달해줘야 했다.
제대로 빨리 빨리 하지 못해서- 아야는 조금 짜증난 얼굴을 가끔 내게 보였고, 나는 빨리 해내지 못한다는 스트레스로 스스로를 괴롭혔다.
학교보다 일터가 더, 내게는 힘든 공부의 시간이었다. 매일 스피드 받아쓰기를 하는 느낌이었으니^^;

그래도 좋았다. 일이 끝나고 매일 저녁 당시 사귀던 사람에게서의 국제전화를 기다리며 가게 바로 앞 회전초밥집에서 타마고 초밥을 먹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였다. 혼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집으로 걸어오던 시간. 피곤함에 기절할 것 같았지만 묘한 슬픔과 기쁨이 하나로 뒤범벅이 되어 나는 그 시간들이 차마 외롭다는 한 마디로 정의내릴 수는 없었다.

일하는 즐거움, 피곤한 몸을 쉬지 못하는 서러움, 혼자서 살아가는 고단함,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피어나는 즐거움,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긴장감...

또,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바이트 하던 가게의 오또시를 만들던 시간이나 스텝들과 함께 했던 회식 자리.
다들 잘 지내고 있을까?

약간 어리버리하던, 그래도 늘 웃으면서 일하던-
초반 실수투성이의 한국 여자애를.
기억하고 있을까?

성실하고 멋지던 점원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 떠올려본다.

일을 그만 두던 날엔, 집으로 돌아가는 나를 잠시 앉혀놓고 모두가 케이크를 준비해서 나를 울렸었다.

고맙고, 행복하고, 그립고, 잊지 못할 순간들이
요즘 갑자기 떠오른다.

아마, 연습과 일로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들이 오버랩 되어서.
늘 밝은 모습으로 나와 함께 해주는 사람들의 태도가 또 나를 자극시켜서.
그래서이겠지.

한국으로 돌아온 지 2년. 거의 처음으로,
일본에서의 나날들이 아주 조금, 그리워졌다.

행복하고 즐겁던, 그렇지만 외롭고 혼자이던 시간들.
항상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돌아오던 귀갓길.

큰집과 작은 집에서 만난 사람들.
그때 당시 시작한 이글루스와 이글루스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

부끄럽게도, 지금의 나는 조금 울고 싶은 기분이다.

언젠가 몇 년 후의 나도, 지금의 모습을 그리워할 날이 올까?
남자 따위, 연애 같은 거 정말 지긋 지긋하다고 몸서리를 치고
내게 거짓말을 했던 사람들을 용서하기 위해 노력하고
미움받는 것에 대해 담담해지기 위해 애쓰던 모습들을
사랑스러웠구나, 생각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 해 여름, 나는 필사적이었던 것 같다.
2007년의 시간들을 떠올리면서
나는 올해 여름이 내게,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남기고 갈지 상상해본다.

그 어떤 모습이든
내가 노력하고 즐긴 만큼-
그 보상이 바로 따르지 않더라도
내가 기억하는 내 인생의 발자취가 깊게 남겨질 것을 알고 있다.

아는만큼, 제대로 해야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동경 이케부쿠로에서 토부토죠센으로 노리카에리애서 서너 정거장, 오오야마역 근처의 가게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
처음으로, 그리워진 기분이다.




by 아이 | 2009/07/25 06:17 | ㄴ東京日記 (2007)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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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매듭 at 2009/07/25 09:55
:) 어쨌든, 그렇게 또 여기까지 흘러왔잖아. 하하. 앞으로도 잘해나갈 수 있을거에요 :)
Commented by 아이 at 2009/07/26 05:27
ㅎㅎㅎ 형이 그렇게 말해주니까,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
ㅎㅎㅎ 늘, 고마워요. 횽아.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9/07/25 09:57
저도 매듭님 말씀에 동감~~~아이님은 앞으로도 잘해나갈 수 있을거에요*^^* (2)
Commented by 아이 at 2009/07/26 05:27
넵, 감사합니다!!!!! >_</// 늘 응원의 말씀 감사히 경청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Iren at 2009/07/25 16:13
앞으로 갈 길이 더많잖아요.~ 아이님이 잘 해내실것 같아요~ ^^
Commented by 아이 at 2009/07/26 05:28
얼마나 더 먼 길일지는 모르겠지만.. 서툴러도 제대로 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
Commented by 은솜 at 2009/07/26 01:04
진짜 열심히 사신다는거....
Commented by 아이 at 2009/07/26 05:28
제 방을 보시면 그런 말 안 나오실텐데...ㅠㅠ;;; 게을러 빠졌어요 실은 ㅠㅠ;;/
Commented by 은솜 at 2009/07/26 23:02
제방보시면-_-;;;;;;;;;;;
Commented by egloos at 2009/07/26 18:59
열심히 살아야죠.. 되돌아보는게 있다는건 열심히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9/07/27 00:29
우와, 저 거의 맨날 뒤돌아보는데~~ 무지 열심히 하고 있는 걸까요? ㅎㅎ
미련이 많은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감사합니다, 멋진 리플:)
Commented by 재림예수조다윗 at 2009/07/28 21:55
동경의 밤 좋죠...
사람 울고 웃게 만드는 묘한게 있었어요...
전 주로 신주쿠 키타구치 근처에서 별들 많이 봤는데요...
바쁘게 사는 터라 옛 기억들 까마득했었는데 덕분에 조각조각 떠오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9/07/30 18:58
저도, 몇 년 저의 기억들인데 다시 꺼내보게 되니 기분이 묘-해졌었어요.

서울의 밤도, 언젠가 다시 떠올리게 될 기억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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