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해바라기 장송곡의 글을 쓰면서 생각했다.
열정이니, 강렬하다니 하는 강한 단어들의 조합은 참으로 촌스러운 느낌을 낸다고.

소설을 쓰면서 의성어를 쓰는 것이 참 유치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시를 쓰면서 구체적이지 않은, 추상적인 단어를 늘어놓을 수록
더 우습고 어린 느낌들의 나열이 되기 쉽다.

몽환의 숲에는 파랑새가 살고 감각의 늪에는 노란 꽃이 피고
라는 지금의 블로그 이름처럼
제목 한 줄로 충분한지도 모른다.

나는 왜,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길을 덕지 덕지 길게 쓰게 되는 걸까?

아마도 읽는 사람이 이해해주길 바래서 일 것이다.
혹은 비겁하고 유치한 내 모습을
필사적으로 변명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글을 읽는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일까
내 생각과 마음들. 간절했던 순간들을?


때로는 사진 한 장이, 길고 긴 문장들로 가득한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나는 내가 찍힌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저 사진 속에 담겨진 눈빛에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사진을 찍힐 당시에는 너무 너무 추워서 울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좋은 사진을 건지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렌즈 너머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알지 못한 채
나는 포즈를 취하거나 시선을 바꾸거나
혹은 무언가를 응시하고 노려보았던 기억이 난다.

정말 울고 싶을 정도로 추운 날이었다.
선명한 그 기억은
사진 안에서 왜곡되어

3년이 지난 지금,
그 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그 시절의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었더라?

미쳐버린 것 같은 표정을 한 내가
사진 한 장에 담겨있다.

내가 볼 수 있는 나의 모습들은
다른 사람이 보는 나의 모습과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비슷할까?

사진 한 장을 들여다 보면서, 나는 참 긴 긴 생각을 한다.

분명, 한 장의 사진으로 그려낼 수 있는 이야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
지루할 정도로 지지부진한 나의 이야기는 언제 어떻게 끝이 날까?


무대 위에서 커튼콜을 받지 못한다 해도
충실히 이 극 안에서 살아가다 내려가고 싶다.

by 아이 | 2009/07/25 07:15 | ㄴ사진 (前 in my days)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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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9/07/25 09:55
사진을 보고 처음 떠오른 생각이 "앗! 카르멘 이다!" 였어요.^^
열정이란 단어가 촌스럽다고 하셨지만, 저는 아이님의 매사에 대한 이 열정이 참 부럽답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9/07/26 06:23
ㅎㅎㅎ 나중에 카르멘 복장으로 사진 작업 해 보고 싶어지네요.

음;; 과연 열정일까..싶지만; 그렇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_</
Commented by Iren at 2009/07/25 16:16
사진은 때로는 완벽한 진실도 담지만..
가끔은 외곡된 모습도 담지요...
무서운 사진..... 영상이 아니기에.. 그당사자가 아니기에...
보는 사람의 주관이라는게 들어가는 사진....
아이님은 그래도 사잔을 보면서 그 때의 기억을 하실 수 있으니까...
그것도 하나의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요..^^ 힘내세요~ ㅎ
Commented by 아이 at 2009/07/26 06:24
그건 그래요.
정황을 모르는 상태에서의 사진 한장은.. 참 무섭죠;

행복하답니다. 우울해 보였다면 부끄럽네요;;;
Commented by 은솜 at 2009/07/26 01:12
배설의 욕구는 갑자기 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움.. 여튼 항상 이렇게 과거의 자신을 회상하며 점차

발전적으로 발전해나가시는 모습이.. 참 간지나십니다 그려.. ㅎㅎ
Commented by 아이 at 2009/07/26 06:24
표현 역시 마음의 배설이라고 느껴져서요^^; ㅎㅎ

발전,이길 바랍니다.
나름의 정리..인 것도 같구요^^;;
Commented by 은솜 at 2009/07/26 23:03
역시 언어의 비유가 - _-乃
Commented by 하얀이슬 at 2009/07/28 01:21
왼쪽으로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멋있네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9/07/30 19:00
굉장히 차갑고 칼날같던 겨울 바람이였어요^^;
Commented by 예슈리 at 2009/07/29 09:14
전 사진에 담긴 그때의 행복했던 추억이 너무 그리워서 맘이 찌릿찌릿 할 때가 있더라구여. 지금도 행복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때문인지....^^;
기억되어있지만, 기억하며 살고 있지 않았던 어떤 때를 사진 한장이 순간 머릿속을 확 채워버리니, 오래전 사진을 뒤질땐 맘을 단단히 먹고 봅니당 ㅋㅋㅋ
Commented by 아이 at 2009/07/30 19:13
저도 가끔은 그렇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아온 세월만큼의 그리움이나 또 행복하던 기억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거겠죠.

그래서 저는 좀 더 무뎌지길 바라면서 뒤진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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