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친구에게, 보내지 못하는 편지


안녕 H, 나 방금 몇 년 전 네가 선물 해 주었던 비누로 샤워를 했어.
언제나 일이 끝나거나 오랫만에 만나면 네 손엔 항상 선물이 들려 있던 게 떠올라.
많이 고마웠어 네 소소한 마음에.

네가 연락을 끊으면서 말했었지.
[아마 넌, 모를꺼야. 내가 이야기 해도..]

응, 아마 난 모를지도 몰라.
하지만 막연하게 알 것 같다고 생각해.
그래서 많이 미안하고 고마워 네게.

많이 실수했었지 나, 너한테.
아마 견디기 어려웠을 거야.
솔직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어. 하지만 그냥 웃으면서 넘긴 건 그게 우릴 위해 좋을 거라 생각했고
그게 네 맘을 덜 상하게 할 거라고 생각해서였어.

...

응, 그래.
나 사실은 네가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끊는 걸 보면서
언젠가 너 나한테도 그렇게 연락을 끊겠구나, 하고 막연히 생각했었나봐.

너 뿐만이 아니라
난 항상.. 내 친구들이나 내 연인이 내 앞에서 누군가의 흉을 보거나
아니면 그 친구들의 친구관계가 흘러가는 걸 보면서
[아, 이사람 언젠가 나에게도 이렇게 대하겠구나.]
[아 너 언젠가 나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 앞에서 이야기 하겠구나.] 생각하곤 했어. 무심코.

어쩌면 아닐지도 모르는데, 난 왜 항상 그런 생각을 품었던 걸까?
아닐지도- 아닐지도 모르는데 말야.

그게 어쩜 내게 두려움이 되었나봐.
그게 너와의 사이에서 벽을 만들었는지도 몰라.

푼수,라는 말이 욕이나 나쁜 어감이라고 느낄 수 있다는 걸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알게된 나야.
언제나 나는 그걸 일종의 성격/특성 표현 중 좋은 어감이 섞인 말이라고 생각해왔었어.
바보 같고, 그래 푼수 같았지, 나?

사랑이나 연애, 미움이나 질투같은 추상적인 단어부터
재수없어, 라던가 병신짓, 같은 말 하나 하나
사람들 각자 안에 가지고 있는 자신의 사전에는 서로 다른 느낌, 어감, 기억들로 남아있겠지.

너랑 내 사이에는 그 간격이 존재했던 거라고 생각해.

박식하고 언제나 밝고 씩씩하고..
늘 빛나보이던 네가 난 참 좋았어.
늘 함께 클럽에서 춤 추면서도 즐거웠고 (네가 날 버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사라질 때마다 조금 씁쓸하게 웃긴했지만^^;)
바비인형 같던 네가 나를 예뻐라 해 주는 것도 참 고마웠단다.
그런 칭찬 솔직한 표정으로 들었던 것은 네가 처음이였어, 고마워.

...
언제나 헤어질 땐 그 큰 키로 나를 꼬옥 안거나 어깨를 끌어안아 주었었는데.
언젠가 우리가 또 만날 날이 올까?

마지막 인사와 함께 네 연락처를 지워버렸어.
왜냐면..
그게 우리에게 더 나은 길이라고 생각해서.
그래서,
난 언제나 나에게 안녕이라고 말하는 이들의 연락처는 폰에서 지워버리니까..

나는 붙잡고 싶었지만
네 결정을 존중해주고 싶었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보다
좋아하던 친구와 헤어지는 것이 더 슬픈 일이구나- 하고
나는 해를 거듭할 수록 느끼곤 한단다.

고마웠어.
잊지 못할 거야.
내가 잘못한 일들이 있었다면 잊어주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우리, 정말 즐거웠던 시간들. 좋았던 날들을 위해서.

사랑해. H.
아직도 내 안에서 너는 빛나는 바비인형 같은 미소의 소탈한 안경처자란다.

많이 아프지 말고 힘들지 않길 바래.

건강과 안녕과
H 너의 가족들의 안녕을 빌어.
행복하렴. 많이 그리워 할 내 젊고 어리던 날의 친구야. 바바이.

언젠가 웃으면서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할께.

잘 지내..
이글루스 가든 - 마음의 평화





by 아이 | 2009/08/28 22:44 | girl talk (18세 소녀감성)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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