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어서 그랬지


신종 플루로 농림부 의전 행사가 취소되어서 오후 통역 리허설을 기다리면서 PT자료를 숙지하고 있다.



는 건 반은 정말이고 반은 거짓말.
인터넷에서 단어를 찾아야지 했는데 어느새 글을 읽고 있다.

잠깐 나가서 과자랑 먹거리를 사들고 왔다. 집 앞 슈퍼에서는 사과가 하나에 천 원이다. 비싸.

...
지금 사는 곳은 좁은 원룸이긴 하지만 교통이 편하다.
한국의 가을 하늘은 예쁘다. 햇살은 아직 조금 따갑지만 바람은 시원하다. 좋다. 이런 느낌, 공기에 실리는 향.
세상 어디에서나 가을의 느낌, 계절이 지나가는 기분은 비슷할까? 조금은 다르겠지만 봄,여름,가을,겨울의 느낌 중 일부와 닮아 있겠지.

이 나라를 사랑하고 사람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가끔 그 사람들의 잔인함에 깜짝 놀란다.
그들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위치를 부러워 하고, 쉽게 여기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말할 수 없는 사정이란 것도 있다.
괴로운 일들을 세세히 털어놓을 수 없다. 어떤 일이든 나 혼자만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기에.
어떤 일을 겪었고 무엇을 보고 들었고 어떤 마음들로 살아왔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했다.
이해받을 수 없다. 동정도 비난도 비웃음도 위로도 공감도 그저 흘러갈 뿐이다.

과거를 곱씹으며 오늘을 힘들게 만들 바에는, 더 노력해서 이겨내면 된다고 생각한다.

...

쉽다.
모든 것이 쉬워지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마음과 진심은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기분이다.

민주주의와 자유 경제는 새로운 계급을 만들었고, 이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서 좌절감을 맛본 사람들은 그 분노를 쉽게 풀려고 한다.

잘 모른다.
나 역시.
그래서 함구해야한다고 느낀다.

내가 아는 것들과 느낀 것 배운 것을 공유하고 싶었다, 이 공간에서.

그런데 어쩌면 잘못된 생각일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노자의 말대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인지도 모른다.
성경 말씀대로
추악한 것은 그저 멀리하면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떤 사태 앞에서 바꾸고 싶다고 느끼는 것은 어릴 때나 가능한 일 같다.
나는 아직, 나 자신도 바꾸지 못했는데. 누굴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어제 연습실에서 스트레칭을 했는데, 몇 달 전과 달리 손으로 발을 자연스럽게 쥘 수 있었다.
조금 더 오래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여전히 아파 죽을 것 같았지만.

....

사람들의 악의에는 독기를 품은 칼날 같은 무엇이 있어서, 나를 향해 겨누지 않아도 나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프다.
분명 세상에는 선의도 있고 호의도 있다.
호기심, 짧은 생각들.

모니터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진정으로 느끼지 못한다. 모두가. 나 자신도.

한국은 엄마의 나라,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 남한은 내 조국.
한없이 사랑스럽다. 그만큼 더 안타깝고 슬프다.
지구는 내가 태어난 별. 인간은 나와 같은 종.
한없이 가깝고 그보다 더 멀다.

보석을 세공하기 위한 고통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일까?

죽을만큼 아파요, 하면서 울고 있는 건 자신의 욕심 때문일까?

선의가, 호의가 악의만큼 힘이 세면 좋겠다.

가치있는 것들은 잘 보여지지 않는다. 아쉽다.
행복한 9월 9일이길 기도한다.

당신의 9월 9일에 감사합니다. 평온을 빕니다.

ps. 오늘이 생일인 사람들이 참 많더라,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즐거운 생일 보내길 바래요 :) 내 앞에 있었다면 꼬오옥, 안아주었을텐데. 히히. 저녁 9시 9분에 만나요,가능하다면. (리허설이 9시까지라;)


ps2. 우리에게, 매일이 생일이면 좋겠다.
육신이 태어난 날이 아니라 정신이 태어나고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하루이길 바란다.
어제의 내가 아닌 오늘의 나로 새롭게 살아가고 싶다.

용서받고 용서하며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두려움에 지는 오늘, 게으름 앞에 무릎 꿇는 어제의 내가 아닌 새로운 의지와 용기로 새로 태어난 내가 되길 빈다.

매일 매일이 새롭게 태어나는 우리들이길.

생일 축하해요. 토닥. 포옥, 쪼옥.






by 아이 | 2009/09/09 15:23 | ㄴ日記 (2008~now)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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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빌라르 at 2009/09/09 15:36
아참. 사과얘기 하니까 생각나는데... 안성이(아싸정) 부모님이 과수원 하시는데 조만간 아예 내려가서 물려받을 생각인거 같더라.
여유 되면 한박스 사드려? 나도 추석때 쓸려고 하나 샀다만... G마켓에 올려놨더라구.
Commented by 아이 at 2009/09/09 15:39
오 안성이 왠지 어울린다 과수원! 나 짐 복숭아 사각사각 먹고있는데..
g마켓 주소 알려줘^^
Commented at 2009/09/09 15:4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AX_KIM at 2009/09/09 17:47
세상엔 격한 일들이 참 많네요.
뒤숭숭한 가능. 9월은 행복이 가득하길 빌고 빌었지만... 역시 쉽지 안습니다.
그래도 오늘도 밥을 먹네요.
Commented by Iren at 2009/09/09 17:58
인정과 서로에 대한 이해가 줄고..
자기 노선에 대한 고집과 일방적인 감정표현만이 발산되는 시대가 된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현 사상과 교육 수준이 아닐까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좀 들어요...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9/09/09 18:08
매일매일 새롭게 태어나자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내일 아침에는 우리 모두 오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으면 하는 소망이 생기네요.
아이님께도 토닥토닥~~~
Commented by 봄과봄 at 2009/09/10 23:06
아이님은 요즘 사각 사각 모모를 드시고 계시는 군요~ 전 새콤짜릿한 스모모에 빠져 있답니다.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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