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GS25의 김치제육볶음을 자주 먹고 있다. 하지만 집 앞 편의점엔 먹을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해서 도시락 정도 크기의 무언가를 내려놓을 탁자같은 것이 없다. 그래서 나는 거의 편의점 전자렌지 앞에서 도시락을 들고 서서 먹는다.
오늘은 햇빛이 좋길래 밖에 나가서 집 앞 팔각정에 앉아서 먹었다. 혼자서 하늘 한 번 보고 밥 먹고, 벽의 담쟁이 덩쿨 한 번 보고 밥 먹고.. 왠지 스스로가 노숙자처럼 느껴졌었다.
원래는 낮 시간에도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인데, 연휴 첫 날이라 그런지 길이 한산해서 기분이 묘했다. 평소처럼 사람이 많았다면 그냥 편의점 안에서 서서 도시락을 들고 먹었겠지. 대낮의 한가한 차도 옆 발각정에서 혼자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기분, 묘하고도 묘하도다.
편의점에는 영어를 사용하는 동양계 외국인 두 분이 편의점 도시락과 파스타를 사서 몇 분 정도 돌리면 되냐고 물어보시길래 알려드렸더니 웃으며 감사하다고 하셨다. 양 쪽 어깨에 짊어진 배낭과 거기에 담겨있을 여정이, 무척 부럽게 느껴졌다.
일본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을 땐, 거의 주변 공원에 가서 먹었었다. 내 눈 앞에는 나처럼 혼자 도시락을 먹는 회사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 함께 담배를 나눠 피는 사람들, 학생과 노숙자, 쓸쓸한 공원의 그네와 미끄럼틀 같은 놀이 시설이 마치 나와는 상관 없는 풍경처럼 펼쳐져 있있다. 그 기묘한 쓸쓸함과 고독이 나를 눌렀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도시락은 너무 맛있었지만, 외롭다는 느낌은 그 맛까지 옅게 만들고 지워버리는 모양이다.
오늘도 여전히 300g짜리 제육김치볶음 도시락은 맛있었고, 나는 바나나 우유 라이트를 식후 디저트 삼아 두 개나 마셨다. 한국은 외국에서의 시간들처럼 외롭지는 않다. 그런데 나는 왜, 늘 나가려고 할까? 고생이고 힘들고 어려울 것을 알면서도 무얼찾아 자꾸 자꾸, 겉으로 돌려고 하는 걸까?
나도 안정적인 직장이 탐나고, 결혼하는 친구들이 부럽고, 편하게 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면서 한국에서 정착하고 싶다.
그렇지만 내 젊음이 나를 유혹한다. 더 알고 싶고 배우고 싶고, 쌩 고생을 해도 좋으니까 나가서 많은 것을 더 보고 듣고 느끼고 알고 싶다.
그렇게 고생 해 놓고도, 이렇게나 약하고 물러터졌으면서도- 나는 바보처럼 또 꿈을 꾸고 또 나갈 준비를 하나씩 한다.
왜? 무얼 위해서? 그런 질문 앞에서는 숨이 막힌다. 아주 오랫동안 내가 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속 상해서 울고 싶어진다. 내가 너무 허영심이 많고, 또 그런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무모하게 내 인생을 다루고 있지는 않은 건지 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고생할 것을 다 알면서도 그 고생길에 나서겠다고 덤비는 스스로가, 가끔은 너무 밉다. 방이라도 좀 제대로 치우면 대견할 날도 올텐데, 욕심이 넘치는 스스로가 나는 좀 밉다.
방금 먹은 도시락은 참 맛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먹었다면 더 맛있었을지도 모른다.
씻고, 짐을 싸고, 귀성길의 대열에 합류해야겠다. 추석이잖아.
내가 누리지 못하는 행복들을 곁눈질하면서 속상해 하기보다, 탐나는 것들을 몰래 꿈꾸기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잘 해 나가고 싶다.
언젠가 내가 내 인생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최소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싶다.
ps. GT는 그만 두어야지 하면서도 몇 일씩 계속 이어지고 있다. 두렵다. 나쁜 습관을 끊고 좋은 습관과 친해져야지. 이글루스 가든 - 나를 사랑하며 20대를 살아가기
|
|
|
|
|
|
가슴을 펴고, 여유를 가지고, 웃으면서 조근조근.
감사하며 먹고 사는 이야기.
by 아이
카테고리
전체about here & meWhy?@! (Q&A)低俗하게 blahblahHealthy& Beautiful 삶ㄴDiet & Healthy lifeㄴFashion & Make upㄴ착장 기록, 메이크 업ㄴyammy yummy - 食ㄴㄴ자취생의 소꿉놀이 (요리)Earth trip 지구별 여행 일기ㄴ東京日記 (2007)ㄴ日記 (2008~now)ㄴ3&ka logs (2010~2011)ㄴ韓國 내 나라 탐방 Enjoy study ㄴCatholic holicㄴWorkroad ㄴㄴS/M/C/Gㄴ외국어 공부 연습장 (E,日)ㄴ빵과 장미 (노동법,인권,심리)ㄴ미디어 행동 네트워크 美行 Unlocked Secret (뻘글)girl talk (18세 소녀감성)ㄴ♡ My Favoriteㄴ라이더가 되고 싶어ㄴHappy hobby logs Make something-文,畵,音ㄴReview & 후기ㄴ글(시,소설,수필,동화,기사)ㄴㄴ이글루스 빌라 204호 아가씨ㄴ그림 (일러스트, 원고, etc)ㄴ사진 (前 in my days)ㄴㄴ 오늘의 펑 포스팅 ^^;ㄴ소리 (radio, 낭독, 노래)Scrap & Tagㄴ기사,칼럼,영상,이미지등 감상ㄴ알림장etc2011 인턴쉽 log2014 호주 워홀 2016 달콩 봉봉미분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