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11월 19일, 지금은 떠난 그의 일기장 속 몇 마디.




떠난 그가 남겨놓은 일기장 속 몇 마디.에서,

내가 오늘을 내일로 미루는 동안,

다른이는 내일을 오늘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달려라.
무리하지 말고 곧게. 그리고 빠르게.


061119


 
어제는 일 쉬는 날이여서 오랫만에 남자친구와 영화를 보았다. 2012, 세상의 종말에 관한 영화였다.

세상의 끝에서 울부짖는 사람들과 정말로 허무할 정도로 거대한 자연의 힘을 보면서
며칠 전부터 내내 생각하던 것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내 인생의 남은 시간이 몇 년인지 몇 십년인지 알지 못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적다는 것이다.
나는 일을 한다. 생각해보면 학교를 다니면서도, 또 졸업을 하고서도 나는 늘 돈을 벌기위한 경제적 활동을 해 왔고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 같다. 일을 위한 (준비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포함해서) 시간을 제하고 취미같은 여가활동이나 친구나 가족, 친지, 연인을 위해 낼 수 있는 시간은 나이가 들수록 더 적어지는 것 같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 내가 손을 내밀 수 있고 또 잡을 수 있는 사람. 내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을 위해 낼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남은 것일까?
또. 내 꿈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새삼스럽지만,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또 함께 있는 시간들을 더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3년 전 이맘 때 쯤 이언이 일기장에 쓴 구절들을 읽으면 그가 얼마나 보이지 않는 노력가였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정말로 빛났었고 또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었지만 너무나도 아쉽게 가버린 사람.
나와 동갑내기라 그런지 일찍 떠나버린 그 사람이 더 아쉽고 안타깝다.

열심히 달렸고 매 순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면 나의 오늘도 또 내일도 아깝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한다.
하지만 돈이라던가 해야만 한다고 믿고 있는 것들에 얽매여서
생각대로 살지 못하고 사는대로 생각하게 되어버릴까 걱정이다.

우리는 모두가 선정적인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고 또 너무 쉽게 흥분하고 결론내리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대로 살아가려고하는 습성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

내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남들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고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비슷한 면모를 가지고 있어서 원하는 것들이나 좋아하는 것들이 조금씩은 비슷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그것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틀에 맞춰 살아가려 애쓰다 나를 망가트리진 말아야지.

하루 하루 점 점 더-
추워지고 있다.

계절의 아름다움은 순간이라서, 멍하니 살아가다보면 지나가는 자연과 시간의 조화로운 풍경들을 느낄 새도 없이 계절을 보내버리고 만다.
나이는 들면 들수록 가속도가 붙어서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그럴수록 조금만 더 천천히.
주변의 흘러가는 풍경과 시간의 모습들을,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보내고 싶다.

삶을 살아가는 속도도,
인생을 지나가는 길과 지도도
모두가 제각각인 것을.

사진- 2009년 11월 대전에서

요즘은, 참, 사랑스럽다.

사랑을 하는 내 자신과
사랑하는 내 친구들과 연인.
지나하는 한 줌 바람마저도.

향기롭고 사랑스럽다. 

내 인생은
빠르게 한 길로 달릴 때도 있었고
정말로 멈춰진 것처럼 느리고 또 하염없이 힘들게 헤맬 때도 있었고
또 어떤 때는 왔던 길로 다시 돌아려고 발걸음을 반대로 돌릴 때도 있었다.

한 장의 사진이나 그림처럼 완성되어 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그걸 완성해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진을 찍는 과정, 그림을 그리는 매 순간 순간이 이미 우리 인생의 충분한 완성을 낳고 있는 것이리라 믿는다.


거꾸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달리고 있다.

어디를 향해서라고 꼬집어 이야기 할 수 없을지언정
내 꿈과 목표는 포기한 것이 아니고 잠시 접어놓은 것 뿐이다.

언젠가 나도 이언처럼, 혹은 재난영화의 엑스트라들처럼 유언 하나 남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하지 못한 일들에 대해 불평을 하고 싶지도 않고
내가 해온 일들을 다른 누군가가 알아주고 평가해주길 바라지도 않는다.

내가 뀸꾸던 내일이 어떤 누군가로 인해 조금 형태가 달라질 수 있기도 하지만
함께 만들어 낸 것은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다.

내 인생에 들어온 많은 인연들과 함께, 모자이크 그림 같은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여행 같은 인생.
보석 같은 하루.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있다.

계절의 사잇길에서 떠난 이의 일기장을 들추어보며 내 일기를 끄적인다.

참 좋은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다.

행복하다.

:) 

ps. 너를 만나기 위해 그 긴 11년을 돌아 왔구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인생은 내가 살아온 것으로 단정짓기엔 너무 길고 넓고 광활해서, 놀라워서
난 좀 더 살아보아야지 무언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그저. 행복이 가득할 뿐.
고민한 것 이상으로 결정을 내린 다음은 순조롭기에 더 안심이 된다.

나이 먹는 즐거움을 누군가와 함께 누릴 수 있다니.
이런 것이 축복이 아닐까..

이글루스 가든 - 아밀리에 되기




by 아이 | 2009/11/21 22:20 | ㄴ日記 (2008~now)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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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11월, 내 사랑하는 .. at 2009/11/23 04:08

제목 : 2009년 11월 19일, 반짝 반짝 별이 하나 또..
3년전 11월 19일, 지금은 떠난 그의 일기장 속 몇 마디. 포스팅을 하면서 모델 김다울 (故이언과 같은 소속사였다.) 양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11월 19일. 한창 일과 다른 문제로 뉴스를 보거나 하지 못하던 며칠 전이였다.이미지 출처 - http://www.mdtoday.co.kr/mdtoday/index.html?no=107137&cate=&sub=&key=&word=&am......more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9/11/22 00:06
정말....나이가 들수록 저 스스로나 제 가족들에게 내줄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거 같아요.
이번에 장인어른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리고 나니, 그분과 좀 더 시간을 같이 보내고 좀 더 말씀을 나누지 못한 것이 참 아쉽고.....
삶이라는 길을 일찍부터 한 방향으로 정해놓고 가는 사람도 훌륭하지만,
여러 갈래 길을 헤메더라도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것을 본 사람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님의 많은 경험들, 언젠가는 꼭 빛을 발할 거에요.
11월의 마지막 주, 좋은 분과 좋은 시간 많이 누리시면서 12월을 맞이하시길 응원할께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9/11/22 23:02
아쉽지요, 그치만 그만큼- 개인적인 내가 아니라 사회적인 나로서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위로해 봅니다.

오늘 미사 드리면서 네비아찌님의 장인 어르신분을 위해 잠시 기도 드렸었어요.
네비아찌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셨어도, 그 마음 때문에 행복하게 웃으시며 눈 감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보낸 이에 대한 그 아쉬움만큼, 남아있는 사람들끼리 더욱 뭉치고 또 위하면서 살아가면 좋겠어요.

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즐거운 12월 함께 기대해보아요^^
Commented by 暗雲姬 at 2009/11/22 08:44
추위를 많이 타는 아이 님 생각나서 요번 추위에 걱정을 했는데...마음이 따슨 듯해 일단 안심했습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09/11/22 23:03
ㅎㅎ 역시나 따끈따끈한 맘의 소유자 울 운희언니..^^
고마워요 언니>_< 구름이 끼는 흐린 날엔 언니가 생각나서 웃게 되요, 추운 날씨에 플루 조심하세요~! 물결이랑 멍멍이 가족 모두요^^
Commented by 매듭 at 2009/11/22 11:44
삭풍은 가지끝에 불고 명월은 눈속에 찬 요즘 날씨에 이런 따끈한 포스팅이라니 ㄲㄲㄲㄲ

요 앞에 포스팅에 내시경 얘기가 있어서 걱정인데 바빠도 건강 잘 챙겨요 동상. 감기도 조심하고. 따끈한 겨울 보내고 있는 듯 해서 뭐 걱정하지 않아도 될듯하지만(웃음)
Commented by 아이 at 2009/11/22 23:05
ㅎㅎ 따끈 따끈 훈훈 빔을 쏘아보내는 중이여따능!!! (가을 햇살에 달구었던~~)

내시경..은 좀 걱정이긴 한데 검사는 해봐야할 것 같아서요.
횽아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따끈 훈훈 포근한 겨울 보내요^ㅁ^///

추운 걸 좋아하는 횽아라서 일단 겨울나기는 별 걱정 안 한다능~

눈이 오면 좋아라 할 것 같은 주변 사람 0 순위 매듭횽아!!!
Commented by the-indie at 2009/11/26 22:54
가끔 제 방식대로 안되서 힘들고 너무 남들 눈만 신경쓰는것 같아서 많이 흔들리던 차에 아이님의 글을 읽게되니 조금은 용기가 생기네요.앞으로 많이 힘내야겠어요 저 자신을 위해서;;
p.s근데 올리신 사진은 대전 어디를 찍으신건지 가르쳐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대전에 사는데 제 등굣길이랑 되게 흡사해서...;;
Commented by 아이 at 2010/11/14 23:27
저도 지나가며 찍은 거라 어딘지 잘 모르겠어요 ㅠㅠ
무슨 수목원 가는 길이였답니다;

요즘은 괜찮으신가요? 소식이 없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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