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달간 생각해 왔던 것을 글로 남겨본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돈"을 이야기 하고, "결혼"을 이야기 한다. 현실을 직시하라고 하면서 "조건"을 이야기 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결혼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끼리 함께 하는 것이 0순위의 조건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왜 어느새 능력있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우선이 되어버린 것일까? 언제부터?
아주 예전부터의 이야기다.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둥의 이야기.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진 지금도 그 인식은 거의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심해졌음 심해졌지..;) 하지만 똑같이 생각한다면 남자 역시 여자를 잘 만나야 하는 것 아닌가?
여자에게 요구되는 결혼, 혹은 연애의 조건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순위는 외모인 것 같다. 외모지상주의 시대라서가 아니라, 그냥 몇 번씩 선을 보거나 소개팅을 할 때의 조건들이 그랬다. 학력이나 능력보다 외모, 예쁘기만 하면 좋으니 예쁜 사람을 찾는다는 이야기. 그래서 요즘 우리 나라의 여성들은 성형을 가볍게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일단 누군가를 만나기까지의 조건이 외모가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남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능력. 돈, 외모,키,학벌,집안..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으면 숨이 막히고 답답해진다.
늘 어머니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결혼은 현실이다,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절대 안 된다."
주변에서 그런 사례를 무수히 보았다면서 내 미래를 염려하신다. 서로 좋아 죽는 사이로 결혼했는데 남자가 능력이 없어서 결국 나중엔 여자가 후회하더라는 이야기. 나중에 너무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럽더라는 이야기.
글쎄. 내 심성이 비뚤어져서 일까, 나는 그런 이야기가 듣기 싫다.
후회는 그 사람들의 후회이지 나의 후회가 아니니까, 회후하든 어떻든 결국은 나의 선택이지, 내 선택을 제대로 이끌어 주지 못 했다고 나중에 원망하거나 할 일들도 아니고 말이다.
사람이 먹고 살만한 기본적인 능력 이상만 있고 성실하고 또 헤프지 않으면 된 거지. 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을 만나서 팔자를 피는 신데렐라식 환상에 젖어 사는 걸까?
무엇보다 중요시 여겨야 할 것은 인성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인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지. 그런 것들일텐데.. 어째서 모두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이에서 돈을 이야기 하고, 능력을 요구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게는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사실 이것은 비단 결혼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좋지 않은 이야기는 좋은 이야기보다도 더 빨리 널리 퍼지고, 많은 사람들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를 모든 현상들의 기본적인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사람과의 결혼으로 불행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의 신세 타령은 지지배배 소문을 옮기고 다니는 수다스러운 무리들에게는 참 좋은 안줏거리일터. 그런 것에 대해 일부러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돈은 좀 없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세상에 많지만 그 사람들은 굳이 자신의 처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여겨도- 세상에는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행복을 행복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도 분명 있으니 말이다. (최근 루저 발언으로 세간을 뜨겁게 달구었던 그 여자분처럼 말이다.)
사람의 행복은 제각각이다. 곧 죽어도 명품백과 외제차만 있으면 행복하고, 그런 것들을 갖추어줄 수 있는 사람만 사랑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배가 고파도 사랑하는 사람만 옆에 있으면 고픈 배도 불러지고 그 사람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인간의 행복을 물질로 규정 짓는다.
"나중에 분명히 후회할 거다." "넌 괜찮다고 해도, 나중에 아이들이 생겨서 걔네들이 먹고 싶고 입고 싶은 거 제대로 못 해 준다고 생각해봐, 그 때도 지금 같을까?"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그렇게 철이 없니?" "왜 그렇게 조건 좋은 사람들을 마다하니? 얼굴 뜯어 먹고 살 거 아니다, 너"
사람들이 쉽게 쉽게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답답하게 가슴에 쌓이는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를 믿고 또 내 능력을 믿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믿는다.
세상에 증명하고 싶어진다. 능력이란 갖추어 나가는 것이고, 가장 기본 조건인 사랑을 뛰어 넘는 기본일수는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세상이 쉽게 바뀔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은 사람들이 많아진다 해도 그들은 조용히 침묵을 지킬테니까, 웃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행복의 기준도, 후회의 기준도 나의 것과는 다르다. 많은 이들이 했던 후회라고 해도 나의 경우와 그 사람들의 경우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필요하냐는 알렉산더 대왕의 질문에 햇빛을 가리고 있으니 비켜달라는 한 철학자의 대답이 떠오른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은, 몸이 편하고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붕어빵 하나를 나눠 먹어도 내가 사랑하고 또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것 같은데, 모두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은 사람들 저마다의 철학이 있다. 고치려들지 않겠다.
다만 그것을 나에게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당신들의 생각에 칼을 들이대고 고치려 들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ps. 역시, 진짜 사랑해본 경험이 있다면 ... 하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드는 건 사실이다. 가끔 묻고 싶어진다. 만약 지금 만나는 그 사람이 경제적인 능력이 그닥 높지 않다던가, 외모가 별로라던가 그렇다면 계속 사귀고 있었을 것 같냐고. 그런 조건들 역시 그 사람의 일부분인 것은 맞지만;;
내가 좀 심술 궂은 것 같다. 타인의 행복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많아지는 것은 내 행복과 그 기준에 대해 자신이 별로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타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내 안의 목소리에 좀 더 집중해야겠다.
귀가 얇디 얇아서 팔랑팔랑거릴지라도, 내 안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거야.
:)
카더라 통신은, 그냥 전해들은 이야기들이다. 타인에 대해 입방아 찣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그냥 어떤 결혼 생활도 있다는 예시로 ~~ 카더라.. 하면서 적어놓고 싶어져서. 그냥 실제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의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다. 소문이란 다 그런 것이니까.
어떤 언니는 돈 많은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정말로 돈 많은 사람과 결혼을 했다고 한다. 전 대통령의 사촌 쪽이라고.. 그런데 결혼을 하고 보니 그 사람이 참 돈이 많긴 한데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던 사람이였단다. (밤마다 진짜 칼을 갈더라고-_-;;;) 아이도 낳고 결혼 생활을 하다가 결국 헤어지고 도피처럼 독일로 가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독일에서 살다가 다른 사람을 다시 만났다고 한다. (전해 듣기로는 강제출국 당할 정도로 비자기간을 넘기고 살다가 10살 넘게 나이 차이 나는 사람과 억지로 결혼해서 불행하게 산다..고 들었지만 왠지 이 부분이 거짓말 같아서-_-; 그렇게 살거면 뭣하러 독일에 남아있나 싶기도 하고;; 이렇게 쉽게 이야기를 ㅆ,지만 당사자에겐 힘든 일이였을텐데 싶어 미안해지기도 한다;;; 으으음;;; 서;설마 당사자가 이걸 읽으실린 없겠지 ㅠㅠ;;)
또 다른 이야긴 카더라..까진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다. 직접 이야기 해 주셨던 것.
남편분이 경제적으로 그렇게 안정된 상태는 아니여서, 몰래 자신이 모았던 돈을 집 구하는 데 보태서 집을 마련하고 결혼하신 이야기. 친구들이 모두 말리고, 결혼 하루 전 날까지도 해야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셨다고 한다. (친구분들은;; 결혼식 장에서까지 다시 한 번 생각 해보라고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ㄱ-;;; 그런 설득을 하셨다고;;) 자신을 좋아하던 사람도, 결혼 일주일 전까지 설득을 하고.. 무척 고민하셨었다고. (그 쪽이 경제적으로 더 나았기에;)
하지만 그렇게 주변 반대를 무릅쓰고 한 결혼이였다고 해도, 지금은 너무 너무 행복하다고. 활짝 웃으시는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시던지. 나까지 행복해지는 기분이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사람이면 정말 좋긴 하겠지.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내가 모자란 부분들을 채울 수 있고 안아줄 수 있으면 된 것 아닐까?
딸이 고생하는 게 싫어서 모든 어머니들은 능력있는 사윗감을 찾는 거겠지만 당사자, 본인에게 그 고생도 행복으로의 한 걸음처럼 느껴진다면 그 무엇보다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반대하기보다는 말 없이 지켜보며 응원하는 마음을 가져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요기부턴 개인적 이야기;; (사실 맨 위에 적었다가 내려버리는;;)
나는 좀 심술 궂은 것 같다. 타인의 행복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많아지는 것은 내 행복과 그 기준에 대해 자신이 별로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나는 장녀이고, 어머니에게 인정받는 것이 큰 행복이고 안정감인 것으로 커 왔기 때문이다. 지금 만나는 사람이 어머니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몇 달을 고민했었는지 모른다.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둘 다 어느정도 안정적인 상태가 되면 양쪽 부모님들과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친구들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 속상하다.
더 노력해서 능력을 갖추어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부부란, 서로가 서로의 모자란 점을 채워주는 사이라고 늘 생각해 왔다. 그 사람에게 없는 부분을 내가 가지고 있고, 내게 없는 것을 그 사람이 가지고 있으면 되는 것 아닐까?
어머니의 염려도 이해는 하지만, 나는 가끔 속상하다. 내게는- 내 눈에는 무엇 하나 모자랄 것 없는 사람인데 세상의 눈과 부모님들 시선에는 그렇지 않아서.
분명 언젠가 알아주실 거라고 믿는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앞으로도 더 힘을 낼테니까.
나는 엄마도 사랑하고, 내 남자친구도 사랑해서- 둘 다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 내가 잘 해야지, 하는 생각을 또 하게 된다. 힘 내야겠다. 행복하게 만들어주고픈 사람이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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