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송의호.공정식] ![]() 대구시 달서구 성당동 두류종합시장의 노점상 김춘자(70) 할머니. 김 할머니는 1년 전 인터넷을 달군 주인공의 한 사람이었다. 사연은 이랬다. 2008년 2월 22일 오전 9시. 두류종합시장 주변에 경찰이 배치된 채 굴삭기와 소방차, 용역업체 직원과 달서구청 철거반 등 200여 명이 바삐 움직였다. 오전 10시 40여개 노점이 차례로 강제 철거됐다. 이른바 행정대집행이다.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노점은 자취를 감추었다. 이날 김 할머니의 노점은 철거 과정에서 떡볶이가 길바닥에 쏟아졌다. 할머니는 울부짖었다. 이 모습은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돼 ‘서러운 떡볶이 아줌마’라는 사진기사로 인터넷에 올려졌다. 네티즌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댓글만 당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1만6000여 개, 다음에는 4000여 개가 달렸다. 1년이 지난 지금 댓글은 2만4000여 개. 네이버 홍보팀 곽대현(35) 과장은 “댓글은 많아도 기사 하나에 6000∼7000개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1만개가 넘었다는 것은 그 기사 자체가 하나의 이슈가 되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1년이 지난 최근 김 할머니의 근황을 알아 보았다. 할머니는 두류종합시장의 좁은 골목 어귀에서 국화빵을 팔다가 이달 들어 핫도그로 바꾸었다. “1년 사이 변한 게 있다면 더 살기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노점이 있던 자리엔 주차장과 인도가 생기고, 주변 건물도 재건축 공사를 시작해 장사할 곳이 없어요. 시장을 찾는 사람도 많이 줄어 하루 만원 팔기도 빠듯합니다.” 떡볶이 대신 국화빵·핫도그를 파는 이유는 이렇다. “구청은 매일 노점을 단속합니다. 단속에 쫓겨 이리저리 옮겨 다니느라 떡볶이를 팔 수가 없어요. 떡볶이는 준비할 게 많은 데다 앉을자리도 필요하니까.” 달서구 김재화(50) 도시정비팀장은 “새로 만든 주차장 쪽에서 신고가 많은 편”이라며 “신고를 받으면 단속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자신이 찍힌 사진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사실을 주변에서 들어 알고 있다고 했다. “안타깝다는 얘기도 들었고, 노점은 불법이니 당연하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20년 넘은 삶의 터전인데 하루 아침에 장사를 못하게 하니 그때는 말도 못하게 속상했어요. 어떤 사람은 철거할 때 내가 떡볶이 좌판을 엎어 놓고 우는 척했다는데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할머니는 기사가 나간 뒤 딱 한 번 경제적 도움을 받았단다. 미국으로 이민 간 중년의 남자가 기사를 보고 대구에 사는 동생을 통해 100만원을 전달했다는 것. 철거 후 이곳 노점상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나머지는 다른 곳으로 옮겼거나 다른 일을 찾아 떠났다. 송의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