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일기] 몸이 아파도 행복할 수 있다. + 단상 모듬


1. 이런 저런 고민들을 혼자 마음 속에 담아두면, 고인 물이 썩듯 심장이 상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느끼지 못하지만 마음이 다치면 몸이 아프기 시작하고, 몸이 아프면 또 그것 때문에 걱정이 늘고~ 악순환의 반복.

혼자서 일요일에 칠 시험 문제를 풀다가 너무 마음이 갑갑해져서 친구를 만났다.
귀여우면서도 어른스러운 그녀가 나한테 죽을 사줬고 나는 차를 샀다.

맛있는 걸 먹고, 내 고민들을 이야기하고,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부분에 대해 충고를 듣고, 그녀의 일상도 듣고,
내 감정들을 털어놓고 나서 그녀의 손에 이끌려 요가원에 가서 요가를 했다.

끙끙 거리면서 요가를 하는데 마지막 송장 자세로 누워 숨을 쉬는데 너무 아프더라;;
어째서 제일 편안한 자세가 제일 아픈 거지;; 배 안 쪽 내장 기관 전부랑 심장 부분이 흠씬 두들겨 맞은 듯 아파서 숨 쉴 때마다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나아졌다.

요가원에서 나와서 집으로 돌아와서, 포장해 온 남은 죽을 먹고 팥빵이랑 우유를 먹으면서 보다 말았던 미드를 틀었더니-
하루가 저물어 가는 무렵에서야, 아.. 사는 건 즐거운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여전히 몸 구석 구석이 쑤시고 아프고 속은 미식거리지만,
고통도 익숙해지면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몸이 무겁고 아픈 곳이 너무 많지만-
그래도 때때로 즐겁다.
아픈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2. 정말로 힘들 때, 죽음까지 생각날 정도일 때 자신을 생각해 달라고 친구가 말했었다.
고마워.

3.
.... 오늘은 몸도 안 좋고, 공부할 것도 많아서 인간관계의 예의를 무시한 상태로 나갔었다-_-;;
완전쌩얼에 안경에 눈썹도 안 그리고 머리띠에 잠옷에 기모청바지... 수험생 같은 모습;
(난 늘 내 얼굴은; 눈썹을 아이브로우 펜슬로 그려주는 것을 생략한 것을 사회생활을 위한 기본 예의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토요일에 학교 선배 결혼식 소식을 들었는데, 요즘 상황이 좋지 않아서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마음을 고쳐먹었다.
오늘처럼 입고 나온 날엔 길에서 아는 얼굴을 먼저 발견하면 숨거나, 일부러 딴 길로 돌아서 가게 된다.
잘 차려 입어야지만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어떤 친구들은, 그냥 쌩얼이든 화장한 얼굴이든 신경쓰지 않고 만날 수 있다.
그 친구들 중 몇 명 앞에서는 눈물 콧물 질질 다 흘려가며 통곡을 하며 울 수도 있고, 애써서 꾸민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아도 된다.

서로가 서로의 솔직한 모습을 알고 있고,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친구가 있다.

솔직할 수 있는 이성을 만나 연애를 할 수 있는 것이 기적이라면
이런 친구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던 확률만큼의 행운이 아닐까.

4. 요가를 하는데, 중간 중간 가르치시는 선생님께서 농담을 하셔서 웃을 수 있었다. 무지 힘든데도 말이지.
마지막까지 유머를 잃지만 않는다면, 어떤 상황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치만 참;; 유머감각이 없는 나인지라-_-;

힘들다고 해도 여유를 남겨 놓고 싶다.
웃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2010년 02월 17일 18시 10분에 남긴 음성


5. 정말 치료를 받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상황에서는 치료비가 나올 구석이 없다.
내일 아침에 병원에 가서 사정을 이야기 하고 당분간은 자가 치유력에 남은 희망을 걸어볼 수 밖에-_-;a

6. 자살 충동이라던가, 아픈 것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된 것은 내가 그 일들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게 가능해진 것은 얼마 전의 일이지만..
컴플렉스나 상처 같은 것들에 대해서 태연하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어느 단계를 넘어야 가능한 것 같다.

그래서 내겐 아직도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뭐, 꼭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야 하는 것들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이 제일 좋을 거야.

7. 돈 나올 구석이 하나 있는데 귀찮다;
예전에 회사에서 못 받은 (이랄까 퇴직금 명목으로 떼인 돈이 80정도 있는데 그거 불법이란다-_-;) 돈을 신고하고 그래야 하는데
저번 회사 분들하고 그런 걸로 얼굴 붉히기 싫어서 하다 말았는데.. 다시 신청해야겠다';

나보단 사정이 나으실테니 못 받은 건 받아야지;;

8. 사람은 자기 욕심만큼 아픈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앓는 거지; ㅎㅎㅎ

누군가에게- 혹은 어떤 것을 향해 나 자신과 내 인생을 무척 세게 내던졌다면
작용 반작용의 법칙으로 거기서 튕겨 졌을 때의 아픔도 그 세기에 비례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뜨겁고 빠르게 타오르면 그만큼 빨리 꺼지고 식어버린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9. 솔직히 말해서 몸이 많이 아픈 것에 지쳤다;
건강해지고는 싶은데, 그래야 하는 것도 아는데 의욕이나 의지가 별로 없다.
딱 참을 수 있을만큼 아프니까 여기서 더 아프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의지라서...

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꼭, 건강하고 행복해야지만 의미 있는 삶인 건 아니잖아?

분명히- 건강하고 행복하면 더 좋긴 하지만, 더 나아질 수 있긴 할테지만..
아우 현실극복의지가 바닥나버렸다=_=;;

10.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뭘 가르쳐 주거나 하지 않아도
그냥, 밝고 행복한 사람의 기운은 다른 사람도 웃게 만드는 기운이 있으니까.

억지로 그렇게 되려고 해도 마음 먹은대로 흘러가진 않지만,
가능하다면 좋은 쪽으로 가고 싶다.

다 잘 될 거야.

11.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면서 눈물이 나오는 건, 그것이 스스로에게 하는 거짓말이기 때문은 아닐까?

내가 나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멋진 사기꾼이였는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내게 원하는 것들을 내가 원한다고 믿고 싶었고
내가 하는 사랑이 응석이 아닌 배려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처럼.

사람들은 죄책감을 이용해서 타인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조종하고 싶어한다.

나처럼 쉽게 자책하는 사람들을,
그 사람들은 정말 쉽게 알아보지.

나는 내 상태나 내 나이, 외모, 환경 같은 것들에 대해 만족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렸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내가 죄책감을 느끼고 변해주길 바란다.
그건, 누구를 위한 변화지?

많이 아프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나를 위해 살아가고 싶다.

그 어떤 다른 사람- 엄마나 친구, 혹은 연인..-이 아닌, 내 자신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내 변명의 도구로 사용하면서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왔던 것일까?

아픈 것은 좋다.
아플 때마다는 아니여도 그 고통을 계기로 죽음을 생각하고,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시선이 달라지고, 다른 아픈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니까.

좋다고 호들갑 떨지 않고, 싫다고 엉엉 울지 않는 덤덤한 상태.

몸 상태가 나빠지면, 견딜 수 있는 한계가 낮아진다.
그래서, 자신에게 매기는 요구치도 함께 낮아진다.

지금 내가 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은 건강 한 가지다.

숨을 쉴 때 아프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괴롭지 않을 정도의 건강.

몸이 나아지면, 다시 일을 할 수 있겠지.
일을 하게 되면, 다시 그 돈으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지.

부디 그 때까지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돌아와 주길 바란다.
사실 없어도 상관 없지만-_-;
이글루스 가든 - 나를 사랑하며 20대를 살아가기





by 아이 | 2010/02/17 18:10 | ㄴ日記 (2008~now)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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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0/02/17 18:2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10/11/14 22:32
:) 감사해요. 안 외로우심 좋겠습니다.

힘내요 함께!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10/02/17 19:37
설날 지나면서 광주 날씨도 상당히 추웠는데, 서울도 많이 추운가봐요.
아이님 목소리 뒤로 들리는 거리의 소리들이 상당히 춥게 느껴진다는....
혼자 살면 아플때는 정말 외롭고 힘들지요.
저도 군대 때부터 결혼할 때까지 거의 6년을 혼자 살아서, 그 느낌 잘 알것 같아요.
요즘 아이님이 몸이 안좋으시고 속상하시고 그래서 더 외로우실 듯.
그런데 기대고 싶을 때마다 기대는 건 좀 안좋지만,
정말 내가 지금은 누구한테 기대고 싶다, 이럴 때는 충분히 기대는 것도 좋겠지요.
부모님이 아무리 어렵고 엄하셔도, 부모님은 부모님이니까요......
정말 봄이 빨리 와서 따뜻해졌으면 좋겠어요~~~
아이님 빨리 감기 나으세요!!!
Commented by 아이 at 2010/11/14 22:34
ㅎㅎ 다행이예요 지금은 네비아찌님 옆에 아가도 짝꿍님도 있어서요!

요즘 이 곳에서는 네비아찌님 덕에 제가 너무 기운이 나고 행복하답니다.
이제까지 해 주신 것도 너무 감사해서..ㅠㅠ

흑흑 넘 정말 감사하단 말 밖엔 안 나와요. 타지에서 유일한 기쁨이랄까요 카드 넘 감사하구 선물도 넘 잘 받았습니다!! ;ㅁ;/ 저도 곧 보낼께요~!
Commented by at 2010/02/17 19:43
앗, 아프시군요 ㅠ_ㅠ
저도 몸이 안 좋아서... 따뜻한 거 드시고 따뜻하게 있으세요.
쾌유를 빕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10/11/14 22:35
프님 요즘은 어떠세요?
전 또 요즘 여기서도 아프답니다.
혹시 주소 남겨주심 이 나라 감기 낫는 차 좀 보내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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