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Season 5 Epsoide 9 - Last Resort


어떤 경험들은 사람의 인생이나 사상을 크게 바꾸어 놓기도 한다.
내 경우에는 무엇이였을까?






새벽에 일어나서 사과와 우유식초, 부활절 계란 따위로 아침을 때우고
드라마 하우스의 시즌5의 아홉번째 이야기를 보았다.
드라마 막바지에서 13의 [난 죽고 싶지 않아요]하는 대사에서 갑자기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심각하게 아팠던 적이 요근래에- 아니 몇 년 전과 작년 즈음에 있었다.
심리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많이 아팠다. 괴로웠다. 힘들었다.
비공개 포스팅으로 세상에 대해 욕을 퍼붓기도 했고 이렇게 아프면서 살아가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당당하게 생각했다.
고통을 참고 견디고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팠을 땐.
아플 땐 그저, 그냥 평온이 간절했을 뿐이다.

요 근래에 들어 생각한다.
어떤 누군가는 힘든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참 좋은 것들을 많이 만들어 내시는데, 난 참 뭐랄까.. 겁도 많고 엄살도 심한데다
무언가 좋은 것을 만들어 내는 타입은 아니구나. 하고 생각한다.

매일 같이 죽음과 삶을 생각한다.
건강한 사람의 정신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지
죽음으로부터 달아나는 방향을 선호하지,
죽음이 평온한 안식이나 현실에서의 도피처로 느껴지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한 때 간절히 원하던 것들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삶의 방향도 잃어버렸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더 이상 가지고 싶은 것도 없는 주제에.

...
하지만 분명히, 써틴처럼 죽음과 직면하게 된다면 나 역시 그녀처럼 말 하겠지.
죽고 싶지 않다고. 아직 더 살고 싶다고.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고 아직 못 다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고.

열심히 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게으름 습관에 젖은 생활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길이 잘 보이지 않지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목표와 현재를 정확히 알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확신을 가지고 싶어하는 것은 그저 두려움에 대해, 조금만 더 자신이 삶을 더 유연하게 컨트롤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나는 내가 덜 불평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아픔을 견디면서 묵묵히 치료를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믿는다.
죽음을 생각하기나 말하기란 쉬운 일이지만, 실제로 죽음이나 병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어떤 일은 참기 힘든 모욕이다.

제대로 사는 것만이 제대로 죽어가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식으로 맞지 않았더라면 내가 후인마이의 장례식,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고
거기서 수녀님들께 위로를 받지 않았더라면 일본에서 천주교로 개종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아파트 사기를 당해서 많이 힘들지 않았더라면, 친구들과 사이가 틀어져서 혼란스럽고 우울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았겠지만- 아프고 나서야 주변의 몸이 약한 사람들과 노인분들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내가 다녔던 회사나 일터에서 임금체불을 겪지 못했더라면, 돈이 없어 서러워 울었던 시간이 없었더라면, 서울여성노동자회에서 노동법에 대해 배우지 못 하고 촛불시위에서 전경들과 시민의 대치를 내 눈으로 보지 못했더라면,  기륭전자 투쟁에 협력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의 나와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오늘의 나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욕하는 개념없는 인간처럼 살기도 했던 나다.
많이 겪고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
잘 된 것인지 아닌지 사실 확신은 없다.

나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 같은 것들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하지만 만족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웃으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내가 겪은 일, 느낌, 자잘한 많은 경험들은 다양한 선택지에서 내 결정의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건강한 사람이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욕망에 따른 결정을 내리게 될까?
건강하지 못했던 경험이, 내 삶을 좀 더 건강한 쪽으로 이끈다고 믿는다.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고,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물론 우울함이나 죄책감 같은 심리적인 무력 상태도 더불어 주긴 했지만;)

내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에게 던지는 이 질문이
언젠가 내게 제대로 된 죽음을 안겨주기 바란다.

최선을 다해서 달리지 못해도 좋다.
내가 나에게 만족할 수 있던 삶이길 바란다.

ps. 내가 삶에 대해, 혹은 죽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오만하다고 느낀다.
왜냐면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들만이 나 같은 방식으로 죽음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버릴 수는 없다.

간절한 사람들은 이런 방식으로 죽음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내가 겸허해질 날이 오길 바란다.
그 땐 아마 내가 사회와 내 삶에 대해 덜 이기적일 수 있지 않을까?





by 아이 | 2010/04/05 08:26 | ㄴReview & 후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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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늄늄시아 at 2010/04/05 08:34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이 일어난다는 나비효과과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ㅅ' 인생에 있어서 분기점을 만들게 된 원인.. 알고보면 사소한 일인 경우가 많더라구요
Commented by 아이 at 2010/04/05 12:58
음... 전 가끔 이런 생각들을 해요.
하느님이 대체 무엇을 위해 내게 이런 것들을 보여주시고 이런 일들을 겪게 하시는지요.
물론 하느님이 아니라, 다른 존재의 작용인지도 모르지만- 인생, 쉽지 않네요.

원인과 결과를 알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처럼요.
Commented by 마리마리 at 2010/04/16 03:17
100%공감하구갑니다...씁쓸하네요 저도 근래에 심리적으로 많이 아팠어서 5키로 넘게 빠졌었어요 다시 힘을 내기가 참 힘들어요 핫
종교라도 가져야 하는건가요? 우리 으쌰으쌰 합시당!^^
Commented by 아이 at 2011/02/10 03:13
힘내자구요!! :)

전 천주교에 귀의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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