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작은 연못에서 만나요.






아침부터, 우울하고 슬플 것을 알면서도 이 영화를 골랐다. 보고싶던 영화라서, 영화관에 몇 번 오지 못하는 요즘이라서, 고민하다가 선택했다. 그리고 예상보다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아프고서야 영화관을 나왔다.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
정은용 지음 / 다리미디어
나의 점수 : ★★★★★





영화는 1950년 7월의 노근리를 그리고 있다.
미군의 사살 명령에 죽어간 무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싣고 있다.

보는 동안 마음이 많이 아팠다.
펑펑 울면서 스스로를 달래려고 몇 번이고 생각했다.

'이건 영화일 뿐이다.' '이건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이건 다, 남의 이야기다.'

하지만 60년이 지난 지금.
나와 같은 말을 쓰고, 비슷한 얼굴을 하고, 같은 하늘 아래서 일어났던 실화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더라.

일제시대 이야기를 하면 어머니는 꼭 이런 말씀을 하셨었다.
이게 다 나라가 약해서 그런 거라고, 우리나라가 강했으면 그런 비극은 없었을 거라고.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힘이 세고 강하면, 전쟁이 없을 수 있었을까? 아니면, 미국이나 일본처럼 다른 나라에 무력을 휘두르진 않지 않았을까?

인간을 생각한다.
피난민들의 머리 위를 헤엄치는 커다란 고래를 보며, 얼마 전 보았던 다큐멘터리 The Cove를 떠올린다.

내가 강해지면 저런 상황에 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서, 상부층의 지시에 따르는 미군 병사를 보면서- 저런 상황에서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개개인이 모두 자신의 힘을 기르면, 그렇게 국민들이 강해지면 나라가 강한 나라가 될까? 강한 나라가 되면-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남을 도울 수 있을까?

작은 연못이란 노래를 처음 접했던 90년대 초에- 어리던 나는 이게 왜 금지곡이 되었어야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아주 오랫만에 오늘, 작은 연못의 가사를 흥얼거려 본다.
욕심으로 얼룩진 인간들의 역사와, 그 흐름에 휘말려 쓸려간 무고한 생명들, 목숨들, 많은 이들의 이야기들을 삼킨다.

얼마 전에 많은 젊은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사건과,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될 희생들과
지금도 전선 너머로 죽어가고 있을 같은 민족들을 생각하며- 6월을 기다린다.

지구가, 우리나라가 작은 연못이라면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 날 연못 속의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죠




푸르던 나뭇잎이 한잎 두잎 떨어져

연못위에 작은배 띄우다가 깊은 물에 가라앉으면

집 잃은 꽃사슴이 산속을 헤매다가

연못을 찾아와 물을 마시고 살며시 잠들게 되죠




해는 서산에 지고 저녁산은 고요한데

산허리로 무당벌레 하나 휙 지나간 후에

검은 물만 고인 채 한없는 세월 속을

말없이 몸짓으로 헤매다 수많은 계절을 맞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죠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죠


작은 연못, 김민기





ps.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공개되기까지, 만들어진 과정과 이 일을 알리려 노력한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2005년까지 미국정부와 한국정부가 인정하지 않았던 노근리 사건.
모든 희생자들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글루스 가든 - 혼자놀기





by 아이 | 2010/04/26 12:44 | ㄴReview & 후기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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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인디플러그 at 2010/06/22 18:08

제목 : 작은연못
1950년 7월… 한국전쟁 발발 당시, 피난길에서 이유 모를 무차별 공격에 스러져간 대문 바위골 주민들의 생존드라마 전쟁보다 전국 노래 경연대회가 더 중요한 아이들 한국전쟁 초 1950년 7월, 한반도 허리쯤에 위치한 산골짜기 대문 바위골.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른 채 전국 노래 경연대회에 열을 올리는 짱이와 짱이 친구들. 미군이 패하면서 전선은 읍내까지 내려오고 마을에 소개령이 내려진다. 소풍처럼 떠난 피난길 결국......more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10/04/26 13:25
슬픈 영화를 보고 오셨네요....
일단 전쟁의 피해를 막으려면 우리나라가 강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일단 강해져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테니 말이에요.
강해지면 다른 나라에 무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다른 나라에 무력을 쓰는 것이 꼭 나쁜 뜻으로, 압제하기 위해 하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우리나라도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할 때 군대를 보내 동티모르를 도와주기도 했고,
한국전쟁에서 노근리 사건 같은 안좋은 일도 일어났지만, 그때 미군과 다른 연합국이 우리나라의 전쟁에 도와주러 오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장군님 만세를 외치면서 굶어죽고 있었겠지요.
언젠가 주님의 나라가 임하면 사자와 어린양이 같이 노는 참 평화가 오겠지만,
그때까지는 우리나라의 힘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님 마음 아프시지 않기만을 기원합니다.
Commented by Xeon at 2010/04/27 00:24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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